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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 예방하고, 이겨내기

2) 치매의 잠재적 위험인자, 진단 및 치료

by Dr hoon

지난 글에서는 치매의 예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이번엔 진단방법과 치료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전에 위험인자에는 근거 부족 등의 이유로 뽑히지 않았으나 잠재적 위험인자로 뽑히고 있는 5가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시작하겠습니다.

1) 수면장애

짧은 수면시간이나 긴 수면시간이 인지저하나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근거가 부족하고 이와 반대되는 연구결과도 여럿 있어 잠재적인 위험인자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본 저널에서는 잠을 적게 자거나 오래 자는 것보다는, 수면의 질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고 있다고 하였는데요. 따라서 수면 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병이나 인자들에 대해 경계를 해야겠습니다.

또한 수면 장애는 전 포스팅에서 밝혔던 위험인자(당뇨병, 우울증, 알코올 섭취)와 연관성이 있기에 수면의 질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식단 문제

2019년 WHO는 치매 위험 감소를 위해 지중해식 식단을 ‘조건부’ 권고하였는데요, 이는 효과의 유무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부족한 이유 때문입니다. 지중해식 식단은 다이어트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 수 있습니다. 주로 초록 채소, 올리브유, 과일, 견과류 등으로 구성된 식단입니다. 이 식단은 다이어트나 고지혈증(LDL 문제), 염증 수치 감소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여러 의학 관련 서적을 보면서 지중해식 식단에 관련된 여러 정보들을 봤었는데요, 나중에 이에 관련한 글도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3) 감염

병원에 입원한 감염 환자들이 치매 또는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더 높다는 결과가 있었으며, 몇몇 바이러스와 세균이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게 밝혀졌으나 정확한 인과관계를 따지는 메커니즘이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또한 COVID-19도 인지 장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한 메타분석에서는 COVID-19 감염 후 7개월이 지난 후 전반적인 인지 능력이 인지 장애 병력이 없는 건강한 성인 대조군보다 약간 더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염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백신 접종, 손 씻기, 환기 등이 중요해 보입니다.

4) 정신과적 문제

⓵ 양극성 장애

양극성 장애와 치매 위험 사이에 일관된 연관성이 확인되었고, 특히 양극성 장애의 중증도가 더 높을수록 치매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을 보고했습니다.

⓶ 조현병

2022년 1,300만 명을 대상으로 한 11개의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를 분석한 결과 조현병 환자들에게서 치매 위험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조현병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 특히 우울증이나 양극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보다 치매 발병률이 더 높고 발병 시기가 빠르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5) 폐경 후 호르몬 대체 요법(HRT)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폐경이 45세 이상에 발생한 여성은 45세 이전에 폐경이 발생한 여성보다 치매 위험이 낮았습니다. 한 덴마크 연구에서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토겐 요법을 사용한 여성들이 이 요법을 사용하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전원 치매 및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증가했다고 보고하였고, 고령인 60세 이후에 시작한 경우 더 부정적인 효과를 보였습니다.

요약해 보자면 호르몬 치료를 장기간이나 치료 시작 시 나이가 많은 경우 치매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아직까진 폐경 및 호르몬 치료가 치매 위험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여 잠재 위험인자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앞에서 치매의 예방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면 이젠 치매를 어떻게 진단하는지에 따라 알아보겠습니다.


<진단>


1. 신경학적 진찰

경도인지장애, 치매환자에서 일차성 및 이차성 신경인지장애와 동반질환에 대한 감별을 위해 필요합니다.

2. 간이인지 기능검사 :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몬트리올 인지기능 검사 (MoCA)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일차적인 선별목적으로 쓰이는 검사입니다.

학력 차이, 과거 기억력 차이 등에 따라 결과가 잘못 해석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하며, 검사결과가 정상이어도 환자가 주관적인 인지감소에 대한 호소를 한다면 이를 유의하여 평가하여야 합니다.


3. 치매척도 검사 : CDR, GDS

치매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검사로, 정상소견부터 말기 치매의 상태까지 세분화하여 평가할 수 있습니다.


4. APOE 유전자검사

APOE ε4 대립유전자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나, 비전형적인 임상경과 혹은 조발성 인지장애를 보일 때 알츠하이머 진단에 일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변화를 예측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5. 뇌척수액의 베타-아밀로이드, 총 타우 및 인산화된 타우검사

알츠하이머병을 생물학적으로 정의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생물표지자(biomarker)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감별진단 하는 데 사용합니다.


6. 영상 검사 : 뇌 MRI,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

1) 뇌 MRI

내측 측두엽 위축, 특히 해마의 위축이 언어적 기억, 삽화적 기억 및 전반적인 인지기능의 저하와 연관이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 치매환자에서 뇌 MRI 검사는 다른 원인질환의 배제 외에도 내측 측두엽 위축 정도를 평가하여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에 민감도 및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2)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의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15–20년 전부터 침착되고, 뇌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하게 됩니다.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을 통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뇌내 침착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됨으로써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치매를 진단하게 되는데요, 앞서 말했듯이 치매에는 완치 개념이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병의 과정을 늦춤으로써 증상이 더 심해지는 걸 최대한 막는다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밑에 여러 치료법에 대해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치료>

1)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 :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일단은 이 약이 무엇인지, 왜 치매에 쓰이는지 말하기에 앞서 간단한 의학 상식에 대해 미리 설명을 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우리 몸에 있는 신경세포는 한 줄로 이어져 있는 게 아니라 사진과 같이 하나하나 나뉘어 있습니다. 이때 신경세포끼리의 시그널을 주고받을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신경전달물질’이라는 것인데요, 신경전달물질은 '한 신경세포의 끝에서 분비되어 다음 신경세포에게 신호를 전달한다'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로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도파민, 세로토닌 등이 있겠습니다.

그중에서 아세틸콜린은 기억력, 학습, 주의력 등 여러 인지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따라서 만약 아세틸콜린 농도가 낮아진다면 인지기능이 감소할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겠죠?

따라서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콜린에스터라제를 억제함으로써 뇌 내의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고, 이는 인지 기능의 유지에 도움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다만 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병을 완전히 치료하지는 못하며, 일부 증상 완화 및 개선하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뉴런 사이에 있는 신경전달물질


2) 메만틴

글루타메이트는 뇌에서 중요한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기억과 학습 같은 인지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경우, 글루타메이트의 과도한 방출이나 축적이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유발하여 신경 손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글루타메이트 독성"이라고 부는데요,

여기서 신경세포에 있는 NMDA 수용체는 글루타메이트가 결합하여 세포가 활성화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수용체가 글루타메이트에 의해 활성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메만틴은 NMDA 수용체에 결합하여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메만틴은 보통 다른 치매 치료제와 병용할 때 그 효과가 더 클 수 있겠으며, 다만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와 같이 증상 완화를 도울 수 있을 뿐 병을 완전히 치료하지는 못합니다.

3) 항아밀로이드-β 단클론 항체 :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도나네맙

앞서 다뤘던 약들은 신경전달물질에 타겟팅을 하여 쓰인 약이라면, 지금 말하고자 하는 약은 수차례 언급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겨냥하여 만든 약입니다. 이 단백질은 앞서 진단과정 중 하나인 영상검사에서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뇌내 침착양을 보고 진단하기도 하였는데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서로 결합하여 플라크를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플라크는 신경세포 사이의 통신을 방해 및 뇌 기능을 점차적으로 손상시켜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합니다.

여기서 항체의 역할은 뇌에 도달한 후,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에 결합하여 그것들을 제거하는 기전으로 치매를 치료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경전달물질을 타겟팅하는 약들에 비해 항체가 가지는 큰 장점은 바로 병의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부작용이 현재까진 보고되고 있는데요, 최근에 개발된 신약인 만큼 현재 임상실험이 진행 중이며 가격도 굉장히 높기에 투여하는 데 있어 신중을 요해야 할 것으로 보이네요. 아래는 현재까지 보고된 부작용입니다.


1)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ARIA는 Amyloid-β-targeting antibodies 치료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부작용입니다. 이는 MRI에서 관찰되는 신경영상학적 이상으로, 주로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⓵ ARIA-E : 혈관 주변에 발생하는 부종이나 체액 축적을 의미합니다. 흔히 "혈관성 부종"이라고도 하며, 두통, 혼란, 어지러움, 시야 장애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⓶ ARIA-H : 작은 뇌출혈 또는 미세출혈이 발생하는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뇌에서 출혈 반점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신경학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ARIA는 특히 APOE ε4 유전자를 보유한 환자에게 더 높은 빈도로 발생합니다. 동형접합자는 이형접합자나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ARIA의 위험이 더 큽니다.

2) 뇌출혈 및 미세출혈

ARIA-H와 관련이 깊으며, 뇌의 작은 혈관에서 발생하는 미세출혈이 반복되면 인지 기능 저하나 다른 신경학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3) 두통

ARIA와 관련된 두통은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부작용입니다. 두통의 정도는 경미할 수 있으나, 일부 환자에서는 더 심각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4) 뇌부종

뇌부종은 뇌에 체액이 축적되어 압력이 증가하는 상태로 심각한 경우 인지 기능 저하, 혼란, 발작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5) 알레르기 반응

항체 기반 약물 치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부작용으로 발진, 가려움증,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치매에 대한 위험인자, 진단 방법, 치료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아직까진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약까지 밖에 못 나온 현실이지만, 시간이 점점 흘러가 치매의 진행을 막고, 증상도 없애는 완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약이 하루빨리 개발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미래만 바라보면서 기다릴 순 없는 현실이기에, 앞선 포스트에서 말씀드렸던 위험인자에 대해 본인이 어떤 것인지 속해있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f)

치매 임상 진료 지침 (진단 및 평가): 개정안 2021

Lancet 2024; 404: 572–628 “Dementia prevention, intervention, and care: 2024 report of the Lancet standing Commission”

https://www.yakup.com/news/index.html?mode=view&cat=12&nid=298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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