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바롬 Feb 10. 2024

Larghissimo

아주아주느리게

 새해부터 의도적으로 유지한 아주 아주 느린 템포를 통해 삶에서 부딪히는 대부분의 '문제'는 피부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가까스로 인정했다. 히포크라테스 이후 최고의 명의이신 송원장님께 전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나 묵직하고 웅숭깊은 '그래요...'와 함께 덧붙였다. 나는 매우 높은 수준의 자기 성찰을 가졌기에, 약이나 상담이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킨다는 것이다.


 몇 안 되는 만나는 사람마다 화타 이후 최고의 명의이신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인정한 '매우 높은 수준의 자기 성찰'에 대해 자랑했다. 그러나 실인즉 마음에 남은 것은 그 다음 말이다. 내가 나를 지킨다는 것이다.


 이제야 보니 사람은 사람을 구원하지 않는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오직 자기 자신 뿐이다. 진작에 알았다면 받지 않을 상처가 너무 많았다. 그러나 어쩌랴. 오누이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파랑새도 오지 않았을 터이다.


 먼 길을 떠나 이제야 나에게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길고 험난해서, 일만일하고도 수천여일이 더 지나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따옴표는 올바른 위치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