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은 화해인데요?
봄꽃이 분분한 계절 군에 들어간 옛친구의 주업무는 잡초 제거였다. 화재를 대비해 화약고 근처의 풀을 한 포기도 남기지 않고 뽑는 거라는데 나도 실은 공익 출신이라 자세한 건 모른다.
신참 입장에서 안 그런 고참 있겠냐마는 친구의 고참 또한 승질머리 드러운 인간이었고, 그것도 잡초 제거라고 깨작깨작거리는 친구를 짜증스럽게 바라보다 버럭 소리를 쳤다. 야, 너 뭐하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 이 자식아, 니 발밑에 그건 왜 안 뽑냐고! 친구의 발치에는 봄볕에 흐드러진 꽃 무더기가 있었다. 친구가 근무했던 부대에는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꽃과 자연과 시를 사랑했던 스물 한 살 신병의 절절한 외침이 전설처럼 내려올게다.
- 개망초는 잡초 아닌데요?
물론 그날 밤 화장실에서의 비공식 집합과 아버지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강렬한 쌍욕과 친구의 군생활을 먹빛으로 물들인 파멸의 줄빠따가 그를 한층 더 성숙하게 했음은 특기할 필요 없겠다.
가끔 떠오를 때마다 쿡쿡 웃게 되는 일화다. 사실 내 기억이 아닌데도 내 것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기억이기도 하다. 효용과 효율이 지배하는 이 밥벌이의 세상에서, 그러나 살아가야 하기에 애써 비루하게 연명할지언정, 그래도 한 번쯤 짐짓 어리석은 표정으로 항변하는 것은 비록 상상으로 그칠지언정 삶을 보다 견딜만한 것으로 만든다. 개망초는 잡초 아닌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