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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Feb 17. 2024

그 가치가 비루해진 자격에 대하여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보는 것

 무한한 듯 하지만 실은 모니터만한 공간에 지나지 않는 인터넷 세상에는 늘 그렇듯 아무런 증명도 출처도 검증도 없는 글들이 인기다. 요새 눈에 띄는 건 가난한 부모를 원망하는 아이의 이야기다. 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일이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전과 다르다. 저렇게 원망받을 바에야, 부모가 되지 않는 것이 나으리라는 것이다.


 슬픈 결론이다. 물론 부모는 아이를 입히고 먹힐 책임이 있다. 그러나 결코 그것이 다가 아니다. 플래그쉽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쥐어줘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부모가 가진 책임의 핵심은 정신적 유산이다. 결코 만만치 않은 삶을 헤쳐오며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지기까지 갈고 닦아 왔던 삶의 철학의 전수다. 삶을 대하는 태도, 가치판단의 기준, 인생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다루는 구체적 방법론에 이르기까지. 화장실 가서 뒤처리하는 법부터, 윤리적 딜레마에 대응하는 방식까지 말이다.


 부모될 자신이 없는 이유가 고작 아이패드 사줄 수가 없어서라면, 그 어긋난 전제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옳다. 그들은 부모가 될 자격이 없다. 가난해서가 아니라, 그 정신적 자산의 빈곤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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