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창작자 이야기
건너건너 들은 얘기다. 어느 전라도 출신의 어머니가 있었다. 이 분은 지역 특유의 손맛을 극한으로 익히신 분으로, 부산에 시집와 가정을 꾸렸는데 부군과 사별 후에는 생계를 위해 식당을 차렸다고 한다. 그러나 토속색이 강한 그 손맛의 뎁스는 부산 로컬 대중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은 듯 했다. 사장님은 왜 사람들이 진정한 맛을 알아주지 않는지 서운한 마음이었으나 서운함 때문에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자식들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조금씩 타협할 수밖에 없었고, 때때로 그간 배우고 깨달았던 조리법을 부정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결과물은 자신이 의도했던 맛과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계속 커가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수십 년이 지나 마침내 자식들은 모두 장성하여 독립했다. 그제야 어머니는 당신의 맛을 되찾을 시기라고 생각했다. 단골들이 뭐라하든 자신의 맛을 되찾은 것이다. 정확히는 되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전라도식 조리법과 그간 로컬들에게 맞춰주기 위해 함양할 수밖에 없었던 경상도 방식이 뒤섞여 그녀만의 독특한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장사가 더 번창했는지, 혹은 매출이 줄었지만 매니아층은 단단해졌는지, 혹은 쫄딱 망했는지. 어느 쪽이든, 어머니는 보다 행복했으리라 믿을 뿐이다. 서두에 밝혔듯 건너건너 들은 얘기다. 어쩌면 창작자를 위한 우화가 될 수 있을 듯 하여 기록하여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