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을 찾아서
아즈텍 문명을 침략했던 스페인 병사들은, 원주민들이 보기에 금에 미쳐 있었다. 물론 현지인에게도 금은 다루기 쉽고 돌과 나무보다는 귀한 재료이긴 했지만 스페인 인들만큼은 아니었다. 너희들은 왜 그렇게 금에 집착하니? 원주민의 물음에 스페인 병사는 답했다고 한다. 우리는 금이 아니면 치료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거든.
흔히 못돼 쳐먹은 악인들로 묘사되는 스페인 침략군이지만 나보다는 나은 점이 있는데 그들은 그들 자신의 마음의 병의 확실한 치료약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 마음의 병의 치료약은 무엇일까? 송 원장님은 항상 강조하시길 약은 보조일 뿐이고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을 치료하는 거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는 것인지 그렇게 믿으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열여덟시간을 잤다. 그 중 열 시간은 언제든지 깨어날 수 있는 선잠 상태였다. 마땅한 '황금'도 없는 현실에 깨어나기 싫었던 모양이다. 세일즈 콜이 한 번 왔고 민방위 통지서도 왔다. 이제 나이가 차서 민방위는 곧 끝난다. 예비군 끝날 때는 그렇게 좋았는데 지금은 그저 씁쓸할 뿐이다.
누군가가 사랑을 해보라고 했는데 그닥 효율적인 처방은 아닌듯 하다. 늘 유쾌하지 않게 끝나는 연애의 말미에는 늘 화들짝 놀라게 된다. 아뿔싸, 얘도 미친년이었잖아?
또 다른 누군가가 넌 어째 늘 미친년만 만나냐? 라고 하기에 좀 더 솔직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다들 정상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정상은 아니겠지만 누구나 조금씩은 정상이 아니니 그 정도면 정상이라 할만 할 것이다. 미친건 나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누군가의 밝고 긍정적인 면보다는 어둡고 뒤틀린 면에 이끌리는 나의 탓이다. 밝고 긍정적인 연인의 지루함도 어둡고 뒤틀린 연인의 스펙타클함도 못 견디겠으니 민방위 종료와 함께 연애사는 닫는 것이 옳은 결정이리라.
언제나 믿는 것은 어쨌든 나는 내 생애의 반의 반밖에 살지 않았다는 것이다. 100년이 넘게 남은 시간이다. 그 사이에 무슨 놀라운 일들이 있을 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