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3일째 저녁
254.
손이 불타올랐다. 몸이 더욱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더 강하게. 더 활활 타올랐다.
웅. 웅.
우우우우웅.
마동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E아파트 506동.
30대 중반의 독신 남자는 바를 경영한다. 독신 남자가 경영하는 바는 다운타운에 위치한 비교적 입자가 좋은 곳이다. 상업지구가 들어서도 각종 병원(성형외과가 밀접한)과 카페테리아, 술집이 집중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지역이다. 손님들이 많았고 그는 그곳에서 30킬로미터가 떨어진 사무실형 회사가 밀집된 지역에 또 하나의 바를 경영하고 있었다. 독신 남자는 수완이 좋은 사업가였다. 바는 9시까지는 요리도 주문이 가능했지만 9시 이후에는 술과 간단한 샐러드만 가능했고 손님들도 늦은 밤에는 요리 같은 안주를 원하지 않았다. 남자는 9시 이후에는 바를 토프리스로 경영하고 싶었지만 전혀 허가가 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토프리스 형식의 영업을 대놓고 성범죄와 매춘을 유발하는 형태로 간주했다.
9시가 넘으면 대부분 술을 마시러 오는 손님들이다. 적어도 전문적인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고 저녁시간에는 여유를 즐기는 중년 이상의 남자들이 손님 대부분이었다. 손님들은 술만 마시거나 간단하게 조리한 레토르트 식품에 맥주나 와인을 곁들이기도 했다. 독신남이 경영하는 두 개 중에 1호점 바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았다. 바의 분위기는 영국 맨체스터의 바 중에 한 곳을 옮겨놓은 느낌이 들었다. 근처에 외국 학원이 즐비해 있었기에 밤늦게까지 수업을 하거나 새벽까지 이어지는 수업에 지친 외국인들이 바를 찾았다. 테이블과 바에 늘어선 의자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냄새가 서로 섞여있다. 바에 가요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어쩌다 싸이나 비티에스의 노래가 나와서 흥을 돋우기도 했지만 주로 영국 노래가 흘러나왔다. 에릭 클랩튼의 기타 연주나 비비 킹과의 협연, 오아시스, 제시 제이 등 영국 출신 가수들의 음악이 꾸준하게 나왔다. 물론 찰리 푸스도 크리스 도트리도 사이사이에 흘렀다. 외국인들은 한국으로 몰려들어와 낮 동안 노동을 했고 저녁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바를 찾았다. 통조림 올리브와 신선함이 떨어지는 채소가 곁들여져 있는 비교적 비싸지 않은 스테이크와 기름을 두른 감자튀김을 먹었다.
고급스럽지 않고 최고의 요리를 내는 것도 아니지만 독신남이 경영하는 바는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인인 독신 남자는 180센티미터가 넘는 키에 슈트가 잘 어울렸다. 영어 발음도 좋았다. 웨이브가 진 머리칼은 배우 같은 이미지를 남겼다. 영어로 말을 하면 목소리가 새벽의 영혼 같은 소리로 들렸다. 그는 1호점을 외국인들을 겨냥한 바의 운영방식으로 직원들을 구했다. 머물다 가는 외국인들이기에 요리나 음식에 상당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주방과 카운터를 제외하고 서빙을 보는 직원은 전부 여자들을 채용했다. 대부분 여대생을 아르바이트로 고용했다. 파트별로 돌아가면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홀에서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재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언제나 7명을 유지했다.
7명이나 있을 만큼 홀은 크지 않았지만 그는 그렇게 고집했다. 그 고집은 먹혀들었다. 여대생들의 복장은 짧은 타이트한 반바지에 부츠를 신었고 티셔츠는 바의 로고가 새겨진 붉은색의 브이 네크라인의 상의였다. 상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에서 고급으로 전부 사들였다. 아르바이트 여대생들은 자신이 입고 있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자신을 돋보이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티셔츠도 타이트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들은 모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영어가 어느 정도 가능한 여대생만 아르바이트가 가능했다. 그런 분위기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들에게 어쩐지 묘한 마음을 끌어냈는데 손님들이 자신보다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더 찾거나 예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질투가 났다. 무엇보다 팁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은 외국에서 보다 많은 팁을, 한국 땅에서 서비스가 좋고 예쁜 아르바이트생에게 찔러주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