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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24.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53

9장 3일째 저녁

253.

 남편은 아내의 항문에 삽입을 하다가 힘이 빠지고 자신의 페니스가 죽어 버리면 보이는 아내의 엉덩이에 채찍을 휘둘렀다. 한 번씩 휘두를 때마다 핏자국이 선명하게 났다. 채찍의 흔적이 하나씩 늘어갈수록 남편의 얼굴은 환희에 찼다. 남편은 아이도 가지지 못하는 여자는 쓸모없는 노리갯감이라고 말했다. 우리 집안에는 아이가 필요했는데 어디서 이런 여자가 굴러 들어와서 내 삶을 다 망쳐 놓았다고 아내에게 퍼부었다. 남편은 아내를 죽일 궁리만 했다. 이렇게 가지고 놀다가 싫증이 금방 났다. 이제 아내는 늙어 보였고 탄력은 전혀 없었다. 저 쭈글쭈글한 피부를 홀라랑 다 태워버리고 싶었다. 뚫려 있는 구멍에 화약을 붓고 라이플만큼 긴 심지를 꽂아서 저기까지 늘어트린 다음 불을 붙이면 아내는 구멍에서부터 지글지글 타오른다. 탄력 잃은 피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곧 살갗이 오그라드는 모습이 보인다. 머리를 떼서 케이크로 잘 만든다. 생크림을 바르고 딸기를 올린 다음 아내의 집에 선물로 보내는 것이다.


 남편은 채찍질을 하면서 입을 벌리고 침을 계속 흘렸다. 이미 아내의 엉덩이는 많은 날 동안 채찍질을 당해서 엉망이었다. 아내는 결혼 후 공중목욕탕에는 가지 못했다. 약국에서 많은 연고를 사야 하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여러 약국을 이용해야 했고 다 쓰고 버린 연고만 해도 수백 통이 넘었다. 남편은 방바닥에 늘어트린 온갖 성기구들을 아내의 성기에 마구잡이로 삽입을 했다. 기능을 잃은 아내의 성기는 완전한 남편의 노리개일 뿐이었다. 마구 휘저었다. 남편은 발기가 3분 미만으로 조루증이었다. 그나마 그전에 사정을 할 수 있어서 남편은 아내가 아기를 가지지 못하는 모든‘이유’를 아내에게 돌리고 남편은 자신의‘권리’를 찾기 위해 아내를 노리개 취급하는 것을 정당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서서히 괴물로 변해 버렸다. 수정(受精)이 불가능한 아내와 조루증이 심한 자신의 비하에서 오는 성도착증은 상상을 넘어섰다. 남편은 초이스 하우스에서도 좋아하는 고객이었다. 젊은 아가씨들은 서로 자신이 남편의 파트너가 되기를 바랐다. 그는 매춘이 거의 불가능해서 그저 배 위에서 허리만 돌려주는 것만으로 비용을 받을 수 있었다. 페니스가 서지 않았지만 그는 교수라는 지위 때문인지 초이스 하우스에서 술을 마시면 파트너의 가슴에 더블에 팁까지 두둑하게 꽂아주었다.


 아내는 남편이 틀어놓은 에어컨디셔너 바람에 심한 냉기를 느꼈다. 에어컨의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은 항문을 통해서 성기를 거쳐 내장을 전부 마르고 갈라지게 만들었다. 비현실적이었다. 그러리라 믿고 싶었다. 이건 현실이 아니다. 아내는 정신이 가물가물했다. 이제 드디어 편안한 곳으로 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남편을 미워하지 말자. 그래도 나를 한때나마 사랑해서 결혼까지 온 것이 아닌가.


 정신이 아득한 저곳에서 행복하고 따뜻한 봄날처럼 보냈으면 좋겠다. 아내는 평소에 좋아하던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떠올렸다. 소풍을 온 것이다. 이제 소풍을 마치고 돌아가면 된다. 돌아가서는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내는 스타킹을 세게 물었다. 더 이상 세게 깨물 수 없을 정도로 힘을 다해 스타킹을 꽉 물었다. 하체의 힘이 줄어들며 축축하고 따뜻한 기운이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면서 차가운 몸에 한줄기 따뜻함을 전해 주었다. 흐르는 따뜻한 한 줄기의 오줌은 포근한 감촉이었다. 불쾌하지도 않았다. 아내는 다시 꿈이 남긴 여운을 찾으려고 악착같이 꿈속으로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스타킹을 꽉 깨물었던 입의 힘을 뺐다. 스타킹 밑으로 입에 고여 있던 침이 흘러내렸다. 침이 합성수지로 만들었진 스타킹을 타고 입 밖으로 나오니 묘한 냄새가 났다. 남편은 아내가 지린 오줌을 핥아먹으며 정신이 빠져나가버린 사람이 되었다. 아내는 어떠한 감각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묶여 있는 끈이 피를 통하지 못하게 했다. 다리가 저릴 법도 한데 아내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기운이 연기처럼 빠져나갔다. 그동안 잘 버텨왔다. 눈물만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이 감겼다. 남편의 눈은 벌겋게 변하여 더욱 신이 났다. 성도착의 남편은 아내의 푸르게 변한 허벅지의 오줌을 빨아먹기에 바빴다. 발바닥은 피가 전혀 통하지 않아 청록색으로 변해 판의 미로 속 난쟁이의 몸을 보는 듯했다. 남편의 눈에서는 단 일말의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희번덕거리는 동공 속에는 며칠 굶주려 먹이를 노리는 육식동물의 눈빛밖에 보이지 않았다. 맹렬했다. 광기에 가득한 무서운 눈빛. 그 광기만이 동공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남편의 눈에 들어오는 아내는 자신의 장난감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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