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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23.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52

9장 3일째 저녁

252.


 <E아파트 203동.


 “여보 제발……”


 아내는 남편에게 애걸하며 말한다. 그런 아내의 말을 남편은 무시했다. 방안은 정적이 차갑게 감돌고 있었다. 현실이 아니었으면 하고 아내는 생각했다. 남편의 눈은 핏빛 가득 들어찼고 흰자위가 보이지 않았다. 눈의 생기는 몽땅 빠져나가버린 죽은 생선의 눈알을 한 채 아내에게 달려들었다. 아내는 흐느꼈다. 고요한 방의 정적 속에 흐느낌이 방해가 된다는 듯 남편은 아내에게 조용히 하라고 차갑게 속삭였다. 남편이 입을 열 때마다 침이 흘렀다. 그동안 눈물을 많이 흘려 이젠 눈물이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내의 눈은 구멍이 더 크게 뚫린 것처럼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발, 제발 그러지 말아요, 여보.”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로, 절규의 눈빛으로 아내는 남편에게 사정했다. 남편은 그런 말 따위는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는 무서운 인간의 눈으로 아내를 쏘아보았다. 아내가 계속 애걸하자 남편은 스타킹을 돌돌 말아서 아내의 입을 틀어막았다. 남편은 다시 흡족한 모습의 추악한 인간으로 돌아왔고 남편의 눈도 무서운 눈빛에서 원래의 생기가 없고 죽어버린 생선의 눈알로 돌아왔다. 아내는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내는 불 꺼진 방에 가늘게 뻗어 나오는 스탠드의 불빛을 받아서 몸이 샛노랗게 보였다. 아내의 엉덩이는 의자는 앞부분으로 나와 있고 의자에 밧줄로 꽁꽁 묶인 채 눈이 풀린 남편의 거친 삽입을 받아들였다. 외부의 자극에 대한 감각을 아내의 성기는 이미 손실했다. 훼손되어서 기능도 소멸했다. 남편은 아내의 성기에는 대형 딜도를 삽입해 놓고 자신의 페니스를 아내의 항문에 삽입을 했다. 아내는 입안에 스타킹을 꽉 문 채 남편의 삽입을 참아내고 있었다. 아내는 몸이 떨렸다. 그저 행복하기만 한 결혼 생활이라고 기대를 가지며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갔다. 아내가 아이를 가지지 못함을 알고는 남편은 변하기 시작했다. 원인이 아내에게 있음을 알고 아내는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았고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노력은 뜬구름 같은 것이다. 남편은 술이 취해서 들어오면 아내가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실을 결혼 전에 말하지 않았다며 푸념을 늘어놓다가 점점 폭력성을 뛰었다. 폭력은 날이 갈수록 수위가 심해졌고 남편은 흉포해져 갔다. 학회의 세미나에서 동료 교수들에게서 자식 자랑을 듣는 날이면 그의 폭력은 도를 넘어섰다. 집으로 들어올 때 성기구를 사들고 오는 날이 늘어났다. 도구는 아내를 황폐하게 만들었다.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잠을 자는 것도 모른척해야 했다. 남편은 자신의 부모님 집과 아내의 집에서 행동이 달랐다. 아내의 집에서도 딸의 남편에게 미안한 눈치다.


 어디선가 아내와 잠자리의 행위를 다르게 해 보라는 이야기를 남편은 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곳이 가끔씩 찾던 초이스 하우스였다. 그곳에서 어린 파트너가 그의 위에서 허리를 돌리며 한 말이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이것저것 불길한 것을 요구했고 아내는 남편의 명령에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남편의 행위는 도를 넘어섰다. 연탄재를 어디서 구해와 와인에 타서 그것을 성기 주위에 바르기도 했다. 식용 구더기를 사 와서 샌드위치 사이에 넣어서 아내에게 먹으라고도 했다. 혹시 아이를 가질지 아냐면서, 아내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이렇게 되어서 변명 한 마디,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남편의 폭력과 수치심이 가득한 언어를 받아내야 했다. 남편의 아이에 대한 집착은 성도착증으로 변질되었고 그 수위는 영화에서나 가능할 정도의 것으로 높아져만 갔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채찍과 바이브레이터, 딜도 등 성인용품이 종류별로 아내의 옷장을 채워나갔다. 매조킥 속옷과 교복, 세라복, 메이드 복장도 장롱 속의 또 다른 공간에 들어차 있었고 그 양은 마치 전시를 방불케 할 만큼 많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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