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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Nov 08.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68

10장 4일째

268.


 “세계가 좀 좁아져서 보이기도 할 겁니다. 아니면 오목하게 보이거나. 물론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의사는 잠시의 틈을 둔 후 “외부의 영향으로 그러한 경우를 당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1961년 여름에 영국에 거대한 낙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뇌락은 일기예보의 역사에도 남아있어요. 지구 상 가장 큰 낙뢰 사건이 영국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거대한 뇌락이 떨어진 원인을 찾지 못했죠. 그 당시가 아무리 기술적으로 지금보다 뒤떨어졌다고는 하나 일기예보 기술은 꽤 믿을만한 정보였는데 초유의 뇌락을 얘기치 못했고 뇌락의 원인에 대해서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당시 영국 북동부 지역에 떨어진 엄청난 뇌락으로 한 마을에 있던 수많은 건물이 재로 변했고 사망자가 145명이나 나왔습니다. 세계보건협회와 영국 정부가 뇌락이 떨어진 곳에 주둔을 했고 원인을 조사하고 사후처리에 힘썼고 뒤이어 군부에서도 사고 현장에 투입이 되었죠.”


 마동은 의사의 말을 침착하게 들었다.


 “그때 죽지 않고 살아남은 왓킷스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왓킨스 혼자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살아남았죠. 잿더미 속에서 발가벗은 채로 혼자 구조되었습니다. 모두 처참하게 타버린 꼬치구이 같은 모습이었지만 왓킨스 혼자서 살아남았습니다. 사람들은 군부대에서 뇌락을 조사하기 때문에 뇌락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뇌락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죠. 이렇게 거대한 뇌락으로 마을이 형체를 잃어버리고 사람들이 죽어버린 것은 군대에서 핵실험 같은 연구를 하다가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이죠. 물론 웅성거리기만 할 뿐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습니다. 왓킨스는 번개를 맞은 후 꼬박 3개월을 뇌사상태에 있었습니다. 뇌락을 맞은 후 옷과 몸에 난 털은 다 타버렸습니다. 그리고 뇌기능이 멈춰 버렸죠. 왓킨스는 뇌사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느라 엉덩이와 허리에 욕창이 오고 거의 죽었다고 사람들은 생각을 했습니다. 의사들도 그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부 산하 보건당국에서 나온 사람들이 병원비와 모든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치료를 계속하게 했습니다. 정부 사람들은 왓킨스의 가족을 찾아가서 무엇보다 아들을 살리는 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며 그의 부모를 설득하여 병원에서 뇌사상태를 유지하게 했습니다. 부모는 왓킨스의 투병하는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죠. 완전체의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했으니까요. 털도 없고 피부의 색도 변색이 되었는지 살갗이 지니는 색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신문사들은 뭔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며 당시 기자들은 왓킨스와 그를 죽음에서 꺼내려고 하는 정부 사이에서 무엇을 캐내려고 혈안이 되어있었습니다. 왓킨스는 몇 개월이 지나는 동안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말은?”마동은 의사의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렇죠. 일어나지도 못하고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누워만 있었는데 당당하게 보란 듯이 일어납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죠. 왓킨스는 당시 26살의 청년이었는데 그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평범한 미래가 없어져 버린 것이죠. 그런데 3개월 하고 3일이 지난 평온한 초겨울의 일요일 오전 그는 벌떡 일어나서 다가올 영국의 경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의사들은 놀람과 동시에 뇌락으로 인해 그를 정신이 붕괴된 상태의 인간으로 취급했지만 왓킨스는 후에 천재적인 면을 보였습니다. 왓킨스의 천재성을 알아본 건 그의 주치의 두들리 스캇 매튜어스라는 63살의 뇌 생리학 박사였습니다. 박사는 왓킨스가 하는 말을 듣고 뇌락으로 인해 그의 뇌기능이 많이 변했으며 고도로 발전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박사는 왓킨스에게 한 시간 동안 자신의 저서를 읽게 한 다음 그 내용을 물었더니 토시 하나 빼먹지 않고 외워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틀 동안 왓킨스가 읽은 책이 50권이 넘었으며 시간이 갈수록 읽는 속도도 더 빨라졌고 모든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들어온 기억의 정보가 넘치면 뇌의 다른 구간에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차곡차곡 저장을 합니다. 그리고 카테고리가 꽉 차면 또다시 만들어서 저장을 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확인이 가능한 겁니다. 두들리 박사가 질문을 하면 왓킨스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 앞을 내다보는 답을 했습니다. 논리에 맞게 접근하여 예측을 한 것입니다. 마치 주식을 예견하듯이 말이죠. 정부에서 왓킨스가 깨어난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왓킨스의 행동을 주시했습니다. 왓킨스는 정부 입장에서는 대단히 연구가치가 높은 인물이었죠. 가령 군수물품에 관한 연구라든가 스파이의 동향에 대한 정보, 러시아와 미국과의 정보 거래 등 왓킨스는 대부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영국 정부는 왓킨스를 정부의 수뇌부로 데리고 가려합니다. 두들리 박사는 아직 왓킨스가 정상적이지 못한 환자라서 치료를 더 받으며 요양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곳으로 데리고 가서 일을 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렸지만 정부는 왓킨스를 병원에서 데리고 갑니다.


 두들리 박사는 정부 사람들에게 신문사를 통해 정부의 만행을 모두 고발하겠다며 협박을 했고 박사는 다음날부터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왓킨스에 관한 기사는 기자들에 의해서 추측성 보도로 조금씩 알려졌을 뿐 더 이상 알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왓킨스로 인해 영국 정보부는 미국을 능가하는 첩보요원들의 활약이 늘어났고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력은 64년도에 이미 30년을 앞서 나가 있었습니다. 작은 땅에 비해서 강대국이 된 것에 왓킨스의 영향이 컸죠. 하지만 100% 외부의 영향만으로 왓킨스가 그런 능력이 생겨났다고는 말 못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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