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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24. 2020

라스트 크리스마스

웸인가 왬인가


지루한 고속도로에 구멍이 뻥 뚫린 날 같은,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다. 전혀 크리스마스이브 같지 않지만 이브다.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던 시간도 어느 순간 보면 다가와 있다. 10년 전에는 지금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십 년이 흘러 이 자리에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여기저기서 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쩌렁쩌렁 울려 퍼져야 하겠지만 이번 겨울은 처음 경험하는 감염병의 도래로 인해 모두가 허덕이느라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많이 울려 퍼지지 않는다. 


한때 '웸'인지 '왬'인지에 대해서 한창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마룬 5의 아담 리바인인지 아담 르바인인지 아담 르빈인지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말이 있었다. 그래서 배캠의 배철수가 논쟁을 없애버리기도 했다. 대학교 때에는 자취방에 남아서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에 집으로 가지 않고 모두 모여서 케이크 따위를 사놓고 파티를 즐기며 웸과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을 실컷 들었다. 그러다 술이 취하면 모두 국밥을 먹으러 갔지만. 

어딘가에 가지 못하니 크레마의 깊은 향이 가득한 커피를 마시면서 듣기에도 좋고 그냥 낮부터 와인을 마시면서 듣기에도 좋다.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뮤직비디오 보는 재미가 있다. 한 편의 이야기로 되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집중해서 보지 않았을 때는 몰랐지만 뮤직비디오는 첫 장면과 끝 장면이 같은 기법을 사용했다. 영화로 치면 로자먼드 파이크가 나왔던 나를 찾아줘 와 비슷할까,라고 그동안 생각하고 있었는데 뮤직비디오를 다시 보니까 그렇지 않네.


첫 시작부터 신나고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지만 지난 크리스마스의 나의 슬픔을 노래하는 내용이다. 노래 후렴구를 부를 땐 뮤직비디오는 현재 크리스마스가 아닌 지난 크리스마스로 간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주인공 조지 마이클은 사라(라고 하자)에게 마음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여자 친구였고 서로 사랑한 줄 알았는데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다려 사랑을 고백했지만 그녀는 조지를 차 버리고 만다.


조지는 그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현재 옆에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눈은 계속 사라에게로 향하고 있다. 또 후렴구를 부를 때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지난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포장해서 그 안에는 쪽지와 함께 사랑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다시 돌아온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피곤해하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조지는 사라에게, 영혼은 아직 당신에게 가 있다고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조지는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진정한 자신의 사랑이니 이제 다시는 자신을 가지고 놀지 못하게 될 거라고 사라에게 독음한다. 그렇지만 마음은 사라를 잊지 못하는, 상등신 같은 모습으로 무엇보다 주인공인 자신이 더 괴롭다.


뭐 이런 노래다. 뮤직비디오는 화면이 겹쳐지는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은데 과거와 현재의 오고 감을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웸은 당시 노래 잘 부르는 조지 마이클보다 얼굴이 잘 생긴 엔드류 리즐리의 인기가 더 좋았다. 물론 여자들에게.


조지 마이클의 얼굴은 뭐랄까 김병지의 약간 살 붙은 얼굴 같다. 뮤직비디오에서 가사의 내용에 충실하려고 파티 중에도, 파티가 끝나고 조지는 계속을 술을 마시며 살벌한 눈빛 연기를 한다. 조지 마이클은 듀엣에서 솔로가 되면서 스타일도 바뀌고 정말 노래를 잘 불러서 사람들이 그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조지 마이클이 잠자리 선글라스를 쓰고 청바지를 입고 가죽재킷과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 '페이스'는 정말 인기 대폭발이었다. 아주 멋진 모습이었다. 아마도 당시 엠티비에서는 이 버전이 끊임없이 나왔을 것이다. 음악감상실에서도 단골 신청곡이라 자주 보여줬다. 신승훈도 조지 마이클의 가죽재킷을 걸치고 많이 따라 불렀다.


런던 올림픽의 폐막식에서도 감미롭고 씩씩하게 노래를 불렀던 조지 마이클은 거짓말처럼 4년 전 크리스마스에 죽고 말았다. 장국영처럼 거짓말이지? 사람들은 그랬다. 정말 조지 마이클은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마치 티브이처럼 불만 없이 옆에 있다가 리모컨을 누르니 그대로 꼼짝없이 꺼져서 검은 화면이 되듯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조지 마이클은 이반이 되기까지는 그걸 숨기려고 힘들었고 이반이 된 이후에 좀 편해지려나 했지만 그렇게 별이 되었다. 그래도 조지 마이클은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남겨 놓았다. 매년 겨울이 되면 라디오에서 울려 퍼지니까 사람들의 마음에 노래로 남아 불멸할 것이다. 그 노래를 들으며 따뜻한 곳에 앉아서 겨울 햇살을 느끼기 딱 좋은 날이다 오늘은.




https://youtu.be/E8gmARGvP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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