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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7. 2020

지금은 볼 수 없는 크리스마스트리

사진 이야기



몇 해 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겨울,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대형 교회 앞을 늘 지나쳤다. 전기의 낭비 문제가 있기 전 온 세상이 온통 전구로 반짝일 때였다. 거리는 마치 거대한 트리가 되어서 자연광이 세상을 비추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인공광의 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어갔다. 도시 속을 거닐고 있으면 마이클 부블래의 '잇츠 비기닝 투 룩 어 롯 라이크 크리스마스'가 흘러나오고 창을 사이에 두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는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로 북적였다. 


대형 교회의 앞마당에 있는 모든 나무가 트리가 되었고 빛을 발산했다. 그때 꼬마 두 녀석이 신나게 놀다가 중간의 큰 트리가 불이 켜지는 순간 불빛에 현혹되는 모습이 신기해서 얼른 휴대전화를 꺼냈다. 녀석들은 마치 미지와의 조우에서 처럼 큰 불빛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추워서 시큰둥할지도 모르는데 추위도 잊은 채 좋아하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저 녀석들 지금쯤 아마도 고등학생 정도 되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불빛보다 아름다운 여자에게 관심이 더 가는 남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저 장소도 요즘은 없어졌고 있다고 해도 근래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사진처럼 몇 날 며칠 전구로 환하게 불 밝히지 않게 되었다. 저 녀석들 저렇게 트리의 불빛을 바라보며 서로 이야기를 했는데, 너는 나보다 작은 선물 받아라, 아직 아빠가 선물 주냐, 같은 대화를 했다. 엄청 추운 날이었지만 녀석들의 얼굴은 한 여름의 복숭아처럼 환하기만 했다. 


나는 이 사진이 정말 마음에 쏙 들어 녀석들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그래서 뭐요? 같은 표정을 짓더니 깔깔거리며 저쪽으로 사라졌다. 겨울은 참 묘하고 몹쓸 계절이다. 이렇게 추운데 또 다른 계절보다 마음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으니 아이러니가 있다면 겨울이 참 아이러니다. 오늘부터 내가 일하는 건물의 스피커에도 캐럴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야 11월 내내 캐럴을 듣고 브런치에도 크리스마스에 관한 글을 왕왕 올려서 이제는 좀 무뎌졌다. 올해는 대부분 방구석 크리스마스가 될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이 점점 조여 오는 겨울이다. 가장 가까이 있는 이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데 따뜻한 위로와 괜찮다고 한 마디 해 줄 수 있는 올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라며.


https://youtu.be/bYnqRzJTOYs

Michael Bublé - It's Beginning To Look A lot Like Christmas



밑의 영상은 컴퓨터로 빙 크로스비를 살려내 마이클 부블래와 함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른다. 부블래가 화음을 맞춘다. 아주 좋은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https://youtu.be/ReI3R_gi_gk

Michael Buble' & Bing Crosby - White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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