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에세이
며칠 전 조깅을 하고 오는데 동네가 이렇게나 예쁘게 바뀌었다. 인공조명은 광합성은 없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그에 비해 자연광은 살아있지만 피부와 눈에 좋지 않다. 거리는 비록 휑 했지만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인 것이다. 거리 사이로 스티비 원더와 안드라 데이의 캐럴이 흘렀다. 아아 이제 완연한 겨울,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겨울은 춥지만 뜨뜻한 계절인 것이다. 한 달 전에 내가 일하는 건물에도 트리가 설치되었다. 자주 쳐다보게 된다. 기묘하지만 트리의 반짝이는 불빛은 질리지 않는다. 트리의 전구보다 더 화려하고 멋있는 네온의 반짝이는 불빛은 그렇게 오랫동안 쳐다보게 되지 않는다. 트리 자체도 멋있다. 촌스럽지 않고 세련미가 철철 넘친다.
요즘도 초등학교 교실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각자 조금씩 들고 온 장식품으로 주렁주렁 촌스럽게 교실을 꾸몄다. 다른 반보다 더 멋있게 보이기 위한 미화부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빛을 발해야 한다. 보통 미화부장은 여자애가 하지만 어쩐지 내가 미화부장으로 뽑혀 여기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낑낑거리고 장식을 지휘했다. 보통 남자애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 장식하는 것에 의미도, 의지도 없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건 나와 장식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을 제외한 나머지의 여자애들이다. 창문 끝에서 끝까지 반짝이를 달고 나서 멀리서 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시 가서 좀 고치고. 트리를 보면 산타할아버지 인형이 너무 한 곳에 많이 붙어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 다시 전부 떼서 다시 붙이고.
그렇게 하다 보면 금세 저녁이 되어 버린다. 겨울의 해는 빨리 떨어진다. 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어서 집으로 가라고 한다. 그전에 선생님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 그건 수고했다, 정말 잘했네, 같은 말이었다. 어쩌면 그 말 한마디를 들으려고 초등학교 때에는 그렇게 헤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어느 날 어른이 되고 보니 '그래 수고했네, 오늘도 고생 많았어'라는 말을 잘 듣지도, 잘 하지도 않게 되었다. 초등학교에서 주렁주렁 크리스마스 장식의 기억이 있다면 '라떼는'이 된다. 초딩 때 들리던 스티비 원더의 노래들을 아직도 듣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이 캐럴은 광고에 나온 이후 한동안 겨울에 많이 울려 퍼졌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참 행복하게 보인다. 인간의 삶이 이렇게 거짓말처럼, 뮤직비디오처럼 행복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뮤직비디오 속의 이야기가 행복하게 보이는 이유는 스티비 원더가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티비 원더는 시각장애를 겪고 있다. 사람들은 그가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안타깝게도 출산 예정일보다 6주 일찍 태어났다. 뇌에서 눈으로 가는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서 그는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당시 인큐베이터 기계의 고장인지 간호사의 실수인지 아기 스티비 원더가 들어가 있던 인큐베이터에 산소가 과다 공급이 된다. 때문에 스티비 원더는 망막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시력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지만 결국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시력을 잃은 대신 노래를 얻었다고, 그 덕분에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열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오르간, 베이스, 리코드 등 그가 완벽에 가깝게 연주하는 악기만도 스무 개가 넘는다고 한다.
아마도 지구에서 하모니카를 가장 잘 부르는 사람이 스티비 원더가 아닐까.
스티비 원더 하면 많은 노래가 있지만 isn't she lovely가 있는데 싱글 버전과 앨범 버전이 있다. 앨범 버전에는 첫 시작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 노래는 잘 알겠지만 자신의 첫째 딸 '아이샤 모리스'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다.
이 노래의 내용은 아이샤 모리스를 볼 수 없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내용이다. 이봐 내 딸 예뻐? 정말 작고 귀여운 거야? 나 닮진 않았지?(하지만 정말 빼닮았다) 하며 딸을 볼 수 없는 안타까움과 기쁨을 그대로 표현한 곡이다. 보이지 않아서 느낄 수밖에 없는 아빠의 마음이었다.
유튜브의 라이브 공연을 보면 그의 딸인 아이샤 모리스가 늘 따라다니며 백 보컬을 맡고 있다. 그래서 공연에서 이 노래가 나오는 영상을 보면 카메라가 아이샤를 비추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스티비는 7명인가? 자녀를 두고 있다. 아이샤의 동생들도 아빠! 나는! 나는! 하며 나의 노래도 만들어 달라고 할 법하다. 스티비 원더가 2009년인가 올림픽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그때 앞자리에서 노래를 들었던 그 굉장한 감동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헤헤. 그때 우리나라에서 콘서트 티켓이 최단 시간에 매진이 되었다. 말 그대로 순삭이었다. 공연장에는 일반인들 반, 우리나라 연예인과 최정상 가수들 반이었다. 김태우가 가장 열광했던 것으로 안다.
스티비의 원래 이름은 스티브 랜드 하드웨이 모리스다. 10살 때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스티비를 보고 한 무명가수가 픽업을 해서 당시 기획사에 데리고 가서 그곳의 사장에게 보여줬는데 그 사장이 스티비의 노래를 듣고 이건 불가사의다! 그랬다고 한다.
그 사장의 말을 빌리면, 세계의 7대 불가사의가 있는데 이 아이는 8대 불가사의다. 그래서 불가사의? 궁금하다? 원더? 뭐 이렇게 파생되어 스티비 원더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즌쉬 럽 미 노래 시작 전 아기 울음소리는 모리스의 울음소리는 아니라고 한다. 어떻든 그래서 그런지 스티비 원더의 노래는 여기, 가슴을 뜨뜻하게 해 주는 것 같다. 모두가 뜨뜻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라며.
스티비의 딸, 아이샤 모리스를 비추는데 똑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