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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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의 보험회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에버뉴 거리의 가장 높은 대형빌딩인 인슈 타워는 5년째 접어든 빌딩이다. 인슈 타워는 사무실 용도로만 지어진 건물로 로비에서 보이는 엘리베이터만 3대나 된다. 3대의 엘리베이터는 나란히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고,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다시 3대가 더 있었다. 그중 하나는 물류를 올릴 수 있게 비상용 대형 엘리베이터이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중앙의 홀 양옆으로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두 군데나 있었다. 인슈 타워는 주상복합형식의 건물이 아니라 오직 사무실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에스컬레이터는 없었다. 금융과 상조회사와 보험회사가 대거 인슈 타워에 세를 들어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었다.
인슈 타워는 43층으로 자가 시스템의 발전기와 함께 관리실에서 사람이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건물 내부의 기이한 징후, 화재의 위험이나 내부의 균열, 일산화탄소의 과잉과 격심한 온도차 등, 이상 신호가 잡히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움직여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을 지닌 인텔리전트 빌딩이었다. 오로지 사무실의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라 외부에서 무단 침입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무인시스템이 고도의 집약 기술로 건물 자체에 입력되어 있었다. 빌딩에 세입(貰入) 하려는 사무실의 경쟁이 치열하고 달마다 내야 하는 월세가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회사의 사무실이 인슈 타워에 입주하여 영업대상인 고객들에게 저희 회사는 인슈 타워 몇 층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 했다. 보험회사가 인슈 타워에 있다면 사람들은 그들을 인정해주었고 보험에 가입을 하는 빈도수가 늘어났다.
고객들이나 외부인이 인슈 타워에 들어오려면 신분이 확인이 되어야 들어올 수 있었고 일단 들어오면 내부시설과 서비스에 만족했다. 인슈 타워에 입주한 회사는 고객들에게 경쟁에서 살아남은 최고의 회사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 지역 도시에서 인슈 타워는 하나의 상징물이었고 건물 측에서는 도시의 크고 작은 행사에 건물을 적극 활용하게 하여 이중적 광고 마케팅도 펼쳤다. 각종 다큐멘터리와 사진 배경, 영상 매체에 인슈 타워는 늘 등장했다. 인슈 타워 안에는 수많은 회사들이 입주해있었지만 보험회사가 가장 많았다. 보험회사는 하는 일도 많고 직원들도 다른 회사에 비해서 많았다. 인슈 타워의 옥상은 헬기가 이착륙을 할 수 있는 헬기장과 축구를 할 수 있게 인조잔디가 심어져 있도록 설계되었다. 인슈 타워를 찾는 고객들은 빌딩의 옥상에 한 번 올라가서 도심지를 내려다보는 코스를 거쳐야 비로소 기쁜 마음으로 인슈 타워를 떠날 수 있었다.
5년 사이에 많은 빌딩들이 들어섰지만 이 지역의 중심가에서 마스코트 역할을 하는 빌딩은 아직까지 인슈 타워뿐이었다. 관리인과 야간 경비의 인원을 최대한 줄이고 무인시스템으로 최상위의 보안을 채택하고 빌딩을 오고 가는 사람들이 빌딩을 신뢰할 수 있게 설계한다는 것이 설계자의 목적이었다. 인슈 타워를 디자인하고 설계한 건축가는 프랑스인으로 미국의 여러 초고층 빌딩을 설계했다. 그의 설계 방식은 해체주의다. 모더니즘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바였다. 건물이 단순히 인간이 들어가서 형광등 밑에서 하루 종일 일만 할 수 있는 공간에서 해방될 수 있는 설계를 강조하는 건축가였다.
인슈 타워는‘도심지에 날아든 criket’라는 주제로 디자인되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가을이면 곳곳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곤충이 귀뚜라미가 아닐까. 도심지에 날아든 귀뚜라미라는 주제로 건물의 형태는 귀뚜라미에서 영감을 얻어 에스자로 구부러진 모양에 꼭대기로 올라가면 귀뚜라미의 머리 부분을 떠올리는 형상으로 되어 있었다. 인슈 타워는 완공된 그 해에 건축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인슈 타워의 실내를 밝혀주는 조명은 형광등보다 색온도가 좋고, 조도가 낮았고 사람들의 눈에 피로를 덜어주었다. 가격이 몹시 비싼 조명을 전면 배치했다. 한 번 사용하면 15년을 사용할 수 있다. 태양광이 건물 내의 사무실에 비칠 때와 해가 사라지고 난 후의 사무실의 조도를 건물은 자동적으로 조절을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