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74

12장 5일째

by 교관

374.


일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게 최적화에 힘썼다. 인슈 타워의 모습은 계절마다 다르게 보였고 빌딩 안에서 들어오면 마치 숲 속에 들어온 착각이 들만큼 숲의 향이 강하게 났다. 인슈 타워 안에서 풍기는 숲의 향은 철저하게 한국의 산에서 채집하여 온 솔잎의 향을 배기구와 환기구를 통해 정화시켜서 빌딩 안으로 퍼지게 만들었다. 인슈 타워는 제대로 포스트모더니즘에 입각해서 현대적으로 설계되었지만 빌딩 안 곳곳에는 자연이 숨어 있었다.


옥상에는 살아있는 잔디를 심어서 축구장을 만들었으며 하루에 세 번식 외부의 공기가 빌딩 안 모든 공간으로 유입되어서 내부의 탁한 공기를 밖으로 빼내는 삼투압 형식도 취하고 있었다. 인슈 타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두통이 없었고 건물 내의 체력 단련실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인슈 타워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새롭게 도시의 지층을 뚫고 올라오는 다른 빌딩에 비해서 건재했으며 인슈 타워가 위치한 에버뉴 거리는 사람들의 유동인구도 가장 많았다. 인간의 손을 타야만 새것처럼 오래 유지되는 것이 건축물이었다.

여름의 레인 시즌이 끝났다는 일기예보에도 지루한 비가 연일 계속되었다. 비는 내렸다가 개었다가 흩뿌렸다가 쏟아졌다가 심통 난 시어머니 같았다. 25층에 해상보험 사고조사팀 사무실의 한편에 있는 휴게실에서 3명의 정장을 입은 사원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유리창 밖으로 비치는 뿌연 잿빛 구름과 무더운 여름날의 바깥 풍경을 보면서 대화중이었다. 매년 보험사기는 급증하고 있었다. 사건사고는 매일매일 늘어갔으며 그 사건사고 뒤에는 보험이 해결책으로 언제나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보험을 통해서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사고조사팀 휴게실의 그들은 모여서 늘어가는 사고조사 업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잘 다려진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고 때 타지 않은 여름용 하얀 와이셔츠에 갈색 넥타이를 보기 좋게 매고 있는 사원도 있었다. 잿빛 구름은 곧 비를 뿌릴 것처럼 거뭇거뭇하게 변모했고 대기는 불안한 형태로 무더운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유리창 밖의 상황과는 다르게 그들이 마시는 커피는 진한 향을 피워냈다.


“다시 조사해봐야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죠.”


“아마도 혼자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야. 조사해보면 분명 공범이 있을 거야.”


보험금을 노리고 사람이 죽은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다. 의문점을 잔뜩 지닌 채 거액의 보험금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서 진상을 조사해야 했다. 그것이 그들의 일이었다. 그들 중 가장 정장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형사 생활을 10년 동안 하고 보험회사 사고조사팀에 입사했다. 대우가 좋았다. 형사 생활에서 하던 대로 하면 되었다. 사고의 진상을 조사하면 된다. 그리고 범인의 증거를 확보하면 된다. 그는 날카로웠다. 바다가 끓어올라 죽어버린 50대를 제외하고 그때 바다 위에 떠 오른 물고기를 건져가서 먹고 죽어버린 사람이 있어서 큰 보험금이 빠져나갈 것이다. 경찰의 보도와 달리 조사가 필요한 보험사건이었다.


3명 중 한 명이 커피를 마신 후 커피 잔을 씻으려고 휴게실 창가 쪽에 있는 싱크대로 갔다. 그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커피 잔을 싱크대 안에 내려놓고 물을 틀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와야 하는데 물이 나오지 않았다. 인슈 타워는 그동안 물이 나오지 않았거나 정전이 된 사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물이 나오지 않는데요?”


“그럴 리가 있나.”


“건물도 5년이나 되었으니까. 그동안 많은 인간들이 자기 물건이 아니니 얼마나 마구잡이로 사용했겠어.”


“그래도 좀 이상한데요. 수도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인가 수도꼭지 안에 막혀있는 느낌인데요.”


[계속]



작가의 이전글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