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5일째
375.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흘러나왔다. 그런데 한두 방울 흘러나오는 물이 수돗물이 아니라 끈적끈적하고 불투명한 액체였다. 액체는 자줏빛을 띠었으며 순간 수도꼭지에서 물컹거리는 괄태충 한 마리가 떨어져 나왔다.
“어? 팀장님, 이것 보세요. 이거 달팽이 아닌가요? 달팽이가 이렇게 생겼나?”
그들은 모여들어서 괄태충을 관찰했다. 괄태충은 싱크대에 떨어지자마자 기이한 누린내를 자아냈다. 괄태충 앞에 모여든 그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 손은 코를 막고 괄태충을 바라봤다.
“이거 무슨 냄새야?” 팀장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말했다.
“고약하네. 이거 완전히 예전 시골에서 개를 불에 태울 때 나는 그 냄새 같은데? 나 이런 민달팽이에 대해서 좀 아는데, 이 녀석 자웅동체야 그리고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어.” 팀장 옆에 있던 사원이 말했다.
수도꼭지에서 나와 싱크대로 떨어진 괄태충은 머리 부분은 달팽이를 닮았다. 눈처럼 보이는 더듬이가 두 개가 있었고 몸은 일자형으로 어른 손가락 두 개를 합쳐놓은 크기였다. 몸은 점막으로 미끄덩거렸으며 검은 점이 여러 개 박혀 있었는데 몸의 색이 자주색을 발하고 있었다. 싱크대에 떨어진 자줏빛 괄태충을 신기한 듯 바라보던 그들이 어어, 하는 소리를 내는 동안 괄태충의 몸집이 손가락 4개를 합쳐놓은 크기로 변했다. 크기가 커지면서 누린내가 더욱 심하게 났지만 그들은 박수를 치며 신기해했다. 굼뜬 동작으로 움직이는 괄태충이 지나간 자리에는 점막의 액이 묻은 싱크대의 스테인리스는 시간이 지나면 녹이 슬기 시작했다. 방금 전과는 달리 창밖에는 언제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는지 잿빛 구름 속에서 굵은 빗방울 쏟아져서 창에 부딪혀 손톱으로 두드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수도꼭지에서는 또 한 마리의 괄태충이 떨어져 나왔다. 이번에 떨어진 괄태충은 처음에 떨어진 괄태충과는 좀 달랐다. 더듬이는 두 개가 있었지만 몸이 끈끈한 점막 질이 아니라 거북이 등처럼 딱딱하게 보이는 몸을 하고 있었다. 길쭉한 몸통은 처음 떨어진 괄태충보다 길었으며 괄태충의 꼬리 부분은 그 속에 다 비치고 있었다.
그 모습은 기이했다.
두 마리의 생김새는 달랐지만 두 마리의 괄태충은 비슷한 자줏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나니 누린내가 더욱 심하게 났다. 사고조사팀원들은 손을 저어가며 큰 유리창에 붙어있는 작은 창문을 열었다. 창문을 열어놓으니 비가 바람에 날려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서랍에서 방향제를 꺼내 허공에 몇 번 뿌리고 괄태충에게도 뿌렸다. 방향제는 괄태충이 뿜어내는 누린내를 덮어쓰지 못했다. 누린내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누린내는 허공에 뿌린 방향제의 냄새를 잡아먹고 그 자리에 누린내가 대신했다. 그들은 휴게실 밖의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을 불렀다. 웅성거리며 휴게실에 들어온 사람들은 전부 코를 막고 손가락 네 개 정도 크기의 괄태충을 보며 서로 한 마디씩 했다. 한 사람이 괄태충을 집어 들려고 하자 다른 사람이 말렸다. 그들은 수도꼭지에서 또 다른 괄태충이 나올까 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지만 더 이상 다른 괄태충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괄태충 두 마리를 잡아서 선반 위에 빈 딸기잼 유리병에 각각 집어넣었다. 뚜껑을 꼭 닫으면 괄태충이 죽을 것 같아서 뚜껑에 숨구멍을 냈다. 더듬이로 보이는 괄태충의 눈에서 자줏빛이 더욱 강하게 발했다. 한 마리의 더듬이에서 자줏빛이 발광하니 또 다른 한 마리는 등에서 자줏빛이 또렷하게 색을 만들었다. 자줏빛이 강하게 발광할수록 괄태충의 모습은 조금씩 부풀어 갔다.
마동이 눈을 떴을 때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심하게 풍기던 누린내도 사라졌다. 마동은 일어나서 병원으로 먼저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한 의사에게 지금 마동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또, 달이 떠오르면 장군이를 찾아가서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야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