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76

12장 5일째

by 교관

376.


나의 상태는 나도 모르는 새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장군이는 내 속의 도트에 대해서 해답에 가까운 제시를 해 줄지도 모른다.


마동은 일어나서 거울을 봤다. 주스를 마신 효과가 떨어졌는지 얼굴 피부는 탄력을 잃었고 눈두덩은 푹 꺼져있었다.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동안 피부의 생기는 누린내가 다 가져가 버린 듯했다. 연기를 뿜어내며 누린내가 심하게 풍기던 욕실 천장을 바라보았다. 깨끗한 욕실의 천장만 그곳에 있었다. 비논리와 추상적인 개념이 없었고 무질서한 사념의 세계도 없었다. 숨어서 지켜보는 감시자의 시선도 없었고 시간의 뒤바뀜도 없었다. 천장은 침몰된 수용의 모습처럼 느껴졌지만 욕실의 한 부분 그대로 존재해 있었다. 며칠 동안 마동의 머릿속 사고 시스템은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욕실 안에는 누린내의 냄새도, 자줏빛 영혼의 무늬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고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물을 틀어서 세수를 했다. 얼굴이 따끔거렸다. 피부에 물이 닿는 순간 수돗물 화학약품의 냄새와 화학적 성분이 일제히 뾰족하게 일어나서 마동의 얼굴 피부를 찔러댔다. 마치 우산도 펼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염분이 가득한 바닷바람을 얼굴에 그대로 맞는 기분이었다. 따가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려움까지 몰고 왔다. 세수를 할수록 그 느낌은 강했다. 벽돌에 얼굴을 갈아 댄 느낌에서 누군가 바늘을 들고 억지로 얼굴을 찌르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마동은 타월로 얼굴을 닦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진정을 하고 거실에서 시계를 보니 오후 1시가 되어간다. 마동은 바지를 입었다. 바지의 허리둘레가 커졌다. 오래된 리바이스 진을 입었다. 밖으로 나오니 하늘은 이내 비를 뿌릴 것처럼 거뭇거뭇하니 잿빛 구름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마동은 이스터 석상의 턱을 가진 주차요원을 지나 만두 모녀가 만두를 먹던 만두가게를 지나 병원 앞으로 왔다. 나는 변이 하는데 세상은 고요한 물처럼 변화가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가라앉았다. 위에서 형태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나를 누르는 그 기분을 마동은 느끼고 있었다. 결국 삶이란 고도와 같은 것이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그렇게 기다리던 고도처럼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것이다.


투박하고 모질게 생긴 셔터 문이 굳게 내려와서 닫힌 사라마 내과 병원은 오늘부터 여름휴가에 들어간다고 프린트되어있는 종이가 병원에 오는 이들의 발걸음을 되돌려 보내고 있었다. 이 기이한 병원을 찾는 이가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하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왔다가 발길을 돌렸고 할머니 한 분이 왔다가 역시 돌아갔다. 그들은 아무런 불만이나 한마디 불평의 소리도 없었다.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써놓은 프린트 밑에는 마동에게 따로 전하는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병원 옆의 작은 구멍가게에서 주스를 가져가라는 것이다. 그렇게 한 줄로 간략하게 마동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병원에서 남겨놨다.


어째서 휴대전화의 문자로 연락을 해 주지 않았던 것일까.


병원은 처음부터 기이하여 유종의 미마저 확실히 기이하게 남겼다. 이 병원에서 하는 일에 있어서 무엇인가 엉성한 부분이 있었지만 종이 위의 활자로 전달사항을 받으니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마동이 서 있는 그 짧은 시간에 의외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하나 같이 프린트되어 있는 글을 읽고 수긍하고 등을 되돌려갔다. 누구 하나 투덜거리지 않았다.


마동은 구멍가게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 버려진 시간의 얼굴을 한 구멍가게의 주인에게서 주스를 건네받았다. 병원은 일주일간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되어 있었다. 마동은 머릿속에 분홍 간호사가 분홍 간호사복을 벗은 모습이 보였다.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진 의사도 가운을 벗고 두 사람이 나란히 여름 온천을 즐기는 모습이 떠올랐다. 병원에서는 일주일분의 주스를 마동에게 남기고 떠났다. 마동은 아마 이 주스를 다 마시지는 않게 될 것이다. 구멍가게의 주인에게 조금 더 있다가 찾으러 와도 되겠냐고 물었고 더위에 지친, 버려진 시간의 얼굴을 한 주인은 자신의 계획에 없던 일이라 재빨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동은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를 두 장 꺼내서 건네주었다. 건네받은 구멍가게 주인은 만사가 귀찮은 듯 그렇게 하라고 했다. 구멍가게 주인은 비어져 나온 코털을 뽑고 있었던 듯 다시 의자에 앉아서 땀을 흘려가며 코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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