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77

12장 5일째

by 교관

377.


마동은 하늘을 보고 선글라스를 벗어봤다. 잿빛 구름이 태양을 가리고 있어서 눈이 덜 아팠다. 잿빛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가냘픈 태양의 빛줄기가 보였다. 그 모습은 너무나 멀리 있어서 의식 이면에 있는 다른 세계의 삶처럼 보였다. 구름의 틈새는 태양이 내리쬐는 작은 빛도 인정하기 싫은 듯 그 틈새를 어느새 메워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마른번개가 한 번 내리쳤다. 마동은 태양이 사라지고 잿빛 구름이 가득한 세계가 되니 몸이 한결 자유롭고 편해졌다. 정작 인간에게 필요한 태양이 없어져야 마동은 활동이 자유로웠다.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마동을 흘깃 쳐다보았다. 색이 엷었지만 선글라스를 쓰고 회색 긴팔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그 위에 선물 받은 마크 제이콥스의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었다. 평소에 이렇게 입고 있었다면 등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 지금 마동은 땀을 흘리지 않았다. 한기가 들 뿐이었다. 저 멀리서 노란 택시가 와서 마동은 택시를 세웠다. 택시 뒷자리에 앉았다. 택시기사에게 동시 상영을 하던 극장이 있는 지역을 말하고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택시기사는 웃으며 그곳은 택시들이 아주 꺼려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마동은 나오는 요금에 이만 원을 더 얹어주겠다고 말했다. 미터기를 켜고 택시기사는 출발했다. 택시기사는 에어컨을 틀었다. 혼자서 운행을 할 때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 창문을 열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마동은 여름 감기로 인한 몸살이라 덥지 않으니 자신을 위해서 일부러 에어컨을 틀 필요는 없다고 했다.


“아, 그렇습니까. 손님들 대부분 더위에 허덕이다 택시를 타니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달라고 합니다. 그것이 한 여름에 택시를 타는 목적이기도 하고요. 바로 택시를 타서 시원해서 좋겠지만 그 속에 늘 있는 우리 같은 사람은 억지스럽게 만든 에어컨 바람에 노출이 되어 손님처럼 긴팔을 입고 있어야 할 지경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냉방병이 무서운 거더군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렇더군요. 일반적인 감기보다 더 오래가는 듯합니다. 손님도 냉방병이신가 보군요.” 택시기사는 백미러로 마동을 쳐다보았다. 마동의 시선은 유리창 너머의 밖으로 향해있었다. 마동은 택시기사의 말에 딱히 대답할 길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냉방병으로 몸살이 걸려 버렸는데 거머리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 세력이 점점 확대되어간다고도 말했다.


“거머리라는 단어를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군요. 떨어지지 않아서 거머리라고 하지만 거머리라는 인간에게 아주 유익한 괄태충의 한 종류 아닙니까?” 괄태충이라는 단어에 마동은 시선을 택시기사에게로 옮겼다.


“거머리는 습한 곳에서만 기생을 하니 인간들이 습한 곳으로 침투하지만 않으면 거머리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데 말이죠. 이제 거머리는 전부 사라져 버린 것 같아요.” 택시기사는 백미러로 마동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인간은 바퀴벌레의 세계에도 침투하고 거머리의 세계까지 침투했다. 이제 어떤 존재의 세계에 까지 침투를 해서 그들의 삶을 흩뜨려 놓을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인간이 손을 대 버리면 모든 것이 흩어지고 부서져버리고 만다. 이제 앨버트로스는 멸종 마지막 단계에 왔다는 보고가 있다. 대서양에 인간들이 버린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먹이로 착각하고 날렵하게 낚아채어 먹다가 그대로 죽음으로 가는 것이다. 죽음은 멸종이라는 단계에 이르게 만들었다.


“거머리의 발판은 참 신비스러워서 인간의 피를 빨아 들일 때 하루딘을 뿜어내기 때문에 피가 굳지 않고 계속 빨아 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거머리가 의학적으로 많이 사용되기도 하지 않습니까?”


“하루딘?” 하며 마동은 택시기사를 보며 말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