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5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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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응고를 막아주는 물질이죠. 거머리는 그 물질을 뿜어냅니다.” 택시기사는 말을 하면서 웃었다. 지식을 자랑하려는 웃음이 아니었다. 택시기사는 거머리에 대해서 꽤 열심히 공부한 사람 같았다.
“전 거머리와 인연이 좀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논두렁에서 살다시피 한 그때 참 많이도 거머리에게 물렸죠. 다리에 붙은 거머리를 보면 몸이 마치 분열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죠. 억지로 거머리를 떼어내면 보란 듯이 살점이 같이 뜯겨 나갔고 저의 형은 그런 나를 보며 이제 넌 곧 죽는다고 말하며 놀렸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내 어머니가 노모가 되었을 때 거머리 요법으로 혈액순환을 도왔습니다. 그때 거머리에 대해서 알아야 했지요.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덕분에 거머리에게 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겁니다.” 택시기사는 웃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택시 안의 스피커로 이사토 나카가와의 기타 연주가 흐르고 있었다. 여름이지만 기타 연주는 따뜻하게 택시 안의 스피커로 흘러나왔다. 동시 상영을 하는 극장이 있는 지역으로 가려면 이 도시를 벗어나서 다른 해안가로 접어들어야 했다. 마동이 처음 갔을 때는 버스를 타고 지나간 구불구불한 산길을 통과해야 한다. 오르막길의 에스자형 길은 버스를 타고 올라갈 때는 느린 속력으로 올라가서 뒷자리에 앉아서 버스 밖의 풍경이나 버스 안의 모습들에 시선을 빼앗긴 채 지나쳤지만 택시를 탄 지금은 마치 스포츠카를 탄 기분이 들었다. 구부러진 오르막길을 기어 3단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가니 몸이 창문 쪽으로 기울었다. 속도감이 굉장했다.
택시기사의 운전 실력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좋았다. 마동은 창문 위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오르막길의 코너는 총 5군데가 있었다. 구부러진 에스자형 도로를 쭉 펼치면 비교적 긴 도로가 될 것이다. 5번의 코너링을 거쳐야 했고 버스처럼 큰 차는 코너를 통과할 때 천천히 가지 않고 속력을 낸다면 차체가 기울어질 것이다. 기울어져 버스가 구른다면 목숨이 대부분 없어지거나 간신히 붙어 있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다. 오르막길의 산길은 도로를 벗어나면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택시는 그 코너를 너무도 부드럽게 올라갔다. 마동의 몸이 이쪽으로 한 번, 저쪽으로 한 번 왔다 갔다 했다. 메트로놈처럼 마동의 머리가 움직였다. 봄이 되면 에스자형 도로를 지나서 나타나는 도로의 양 옆으로는 벚꽃이 만개했다.
벚나무가 도로를 따라서 5킬로미터에 걸쳐 죽 늘어서있었다. 이곳의 벚꽃이 더욱 예쁘게 보이는 이유는 내려서 구경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저 자동차 안에서 지나치며 그 멋진 광경을 봐야 했기에 짧지만 멋지게 보였다. 도로가 위험하고 차를 정차시킬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내려서 마음껏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구경하려면 자동차를 타고 이동을 하면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풍경이 된다. 춘삼월에 타 도시에서 이 도시로 관광을 온 사람들은 에스자형으로 구부러진 도로를 지나 나타나는 벚꽃나무가 아름드리 핀 도로를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가 관광코스에 들어 있었다. 봄바람에 날리는 벚꽃은 봄눈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시청은 도로를 따라 조깅코스를 만들고 자전거 도로를 닦아서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든다며 내년부터 공사에 돌입한다는 공문을 여기저기에 붙여놨다. 공사계획이 잡히고 공기를 공표하고 다면 이곳만의 매력이 없어져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다고 외치는 사람들과 관광객과 도심지 안의 사람들이 몰려와서 지역 주민들과 영세업자들의 숨이 트이겠다는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구청에 매일같이 모여서 논쟁을 벌였다. 택시는 에스자형 도로의 첫 코너를 돌아서 올라갔다. 하늘은 더욱 어두워졌다. 구름은 더 두터워졌으며 두터워진 구름은 저 먼 곳에서 마른번개를 한 번씩 토해냈다. 택시 안은 기타 연주곡 'Tree Circle'이 계속 흘러나왔다. 여름에 듣는 따뜻한 기타 연주는 기이한 분위기를 택시 안에 만들어 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