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79

12장 5일째

by 교관

379.


“그런데 손님, 그곳엔 왜 가시려고 하십니까. 아무것도 없는 곳인데 말이죠. 오래전에는 시에서도 그곳에 막대하게 투자할 것처럼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도심지와 너무 멀다는 이유로 개발대상에서 제외된 구역이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쩌다 오는 버스에 불편해했습니다. 그리고 간간히(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다니는 버스에 대한 불만이 많았죠. 당시에 이곳에 입주해온 사람들은 불편에 대해서 시에 대책을 요구하는 등 시위도 벌였지만 어디 계란으로 벽을 깰 수 있을까요.”


마동은 택시기사의 말을 들으며 창문 위의 손잡이를 붙잡고 있었다. 도로는 구불거려 몸과 머리가 흔들거렸다.


“계란으로 바위를 더럽힐 수는 있지 않을까요”라고 마동은 농담처럼 말했다. 그 말에 택시기사는 웃었다. 마동은 고개를 약간 돌려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치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마동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도로가 앞으로 15미터 이어지다가 코너가 보였다. 택시는 그 코너를 빠르고 부드럽게 돌아서 올라갔다.


“휴가기간이라 한적한 곳으로 가는 겁니다.” 마동은 메트로놈처럼 머리를 흔들거리며 말했다. 택시기사는 진짜요?라는 표정으로 백미러를 통해서 마동을 보았다. 하지만 마동의 시선은 창밖으로 향해있었다. 두 번째의 코너를 지나 세 번째 코너에 다다랐다. 그렇게 구부러지는 도로에 무엇인가가 있었다. 마동은 시선을 앞으로 돌렸고 택시의 앞면 유리창으로 코너의 도로에 그 무엇인가가 기분 나쁘게 웅크리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마동의 눈이 커졌다.


“지금 그곳에 가면 오래된 건물밖에 없죠. 게다가 바다가 인접해 있어서 염분을 가득 실은 바람이 건물에 오래도록 흡착되었습니다. 들어앉아서 생활을 하다 보면 호흡도 힘들어지고 몸도 무척 가렵지요. 이제 그곳의 사람들도 하나둘씩 지쳐간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죠.” 택시기사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트리 서클의 음에 머리를 조금씩 흔들며 말했다.


그러는 동안 마동의 시선이 정면으로 보이는 코너의 도로에 웅크리고 있는 무엇인가에 고정되었다. 택시기사는 계속 말을 했지만 마동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도로에 보이는 그 무엇인가에 시선을 그대로 박고 있었다. 코너를 돌기 직전 도로 위에 웅크리고 있는 그 무엇은 생물체 같았다. 생물체가 있는 곳까지 택시는 미끄러지듯 다가갔고 택시기사는 마동을 향해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택시가 도로 위의 그것에 가까워질수록 마동의 눈에 그 모습이 또렷하게 들어왔다. 그것은 너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택시가 다가갈수록 그것은 너구리라는 게 확실했다. 너구리는 도로에 웅크리고 있다가 두발로 일어서는 모습이 마동의 눈에 들어왔다. 마동과는 달리 택시운전기사는 너구리를 보지 못했는지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너구리는 몹시 크고 사나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너구리를 밟고 지나 칠 것이 틀림없었다. 택시기사는 마동에게 도착지의 풍경과 그곳의 건물의 상태를 전달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너구리는 마침내 두 발로 발딱 일어섰다. 일어선 그대로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마동은 백미러로 택시기사의 얼굴을 보았다.


택시기사는 너구리의 존재를 무시하고 달리려는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 어떤 운전자가 동물을 밟고 지나가기를 좋아하겠는가.


택시기사는 분명 너구리를 보지 못한 것이다. 택시가 도로를 따라 너구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갈수록 너구리의 모습은 정확하게 마동의 시야에 들어왔다. 너구리는 90센티미터 가까운 크기에 옅은 갈색을 띠고 배에 띠가 지나가는 모습까지 보였다. 마동의 눈에 들어온 너구리의 모습은 부조화스러운 모습이었다. 너구리는 오래전 철길 위에서 만났던 그놈이었다. 누군가가 그려 놓은 듯한, 잊히지 않던 띠 모양이 앞다리에도 선명하게 있었다. 그놈이 맞다. 복제품도 아니었으며 덧입혀지거나 리모델링된 너구리가 아니었다. 마동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심장의 펌프질은 철근이 부딪히는 소리만큼 마동의 귀에 크게 들렸다. 악을 잔뜩 지닌 두 눈으로 너구리는 마동을 노려보았다. 불사의 너구리는 시간의 연속성을 거부한 채 공포의 생생함과 무게감을 그대로 지니고 나를 유미적으로 탐미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마동은 너구리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마동의 심장은 셀 수 없을 만큼 빠르고 크게 뛰었다. 너구리는 질척하고 고요하고 정적인 유동미를 지닌 채 시간의 무늬 속에서 변하지 않고 마동을 지켜보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그런데 왜!


[계속]



작가의 이전글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