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5일째
372.
소피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붙였다. 마동은 알았다고 하며 인사를 하고 트위터를 나왔다. 앞으로 이틀 동안 마동은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소피의 메시지에서 기대에 차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만나지도 않았지만 텍스트 몇 개로 사람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게 된 다는 것이 신기했다. 사람들은 역시 머리가 좋은 동물이다. 바퀴벌레만 머리가 좋은 게 아니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동안 바퀴벌레와 함께 진화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마동은 선반 위에 공허하게 비어있는 땅콩버터 병을 버리려고 꺼냈다. 공허한 공병들을 선반에서 꺼내 놓으니 선반은 더욱 냉랭한 기운만이 감돌았다. 땅콩버터 병의 공허함보다, 선반 위의 공허함보다, 마동은 지금 자신의 마음에 이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을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자신의 마음속에 일렁이는 공허함에는 누린내가 가득했다. 누린내는 모든 감각을 잠식했다. 서서히 올라와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싹 몰아내고 그 자리에 꽉꽉 들어찼다. 마동의 온몸을 누린내가 집어삼켰다. 마동의 혈관을 타고 신체의 각 기관으로 퍼졌다. 누린내는 심장을 장악하고, 폐를 집어삼키고, 마동의 코를 통해 거실로 뿜어져 나왔다. 누린내는 확장하여 거실 가득히 메우고 말았다. 마동은 속이 뒤틀렸다. 울렁거리고 속이 좋지 않았다. 토기가 올라와 마동은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가서 변기에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소리를 내며 심하게 구토를 했지만 뱃속에서 나오는 이물질은 아무것도 없었다. 위안에 내용물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구토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을 동반했다. 눈동자가 튀어나올 듯했고, 몸속의 장기들이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것처럼 괴로웠다. 마치 목의 기도 부분까지 위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는 것 같았다. 물이 고인 변기 속에는 내용물이 전혀 없는 구토의 비릿한 소리만 쏟아져 내려갔다. 누린내는 거실을 가득 채우고 욕실까지 가득 들어차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누린내는 꾸준한 구토를 유발한다. 마동은 계속 보이지도 않는 구토물을 토해냈다.
무채색이었던 누린내는 점점 자주색을 발하는 추잡한 먼지 덩어리처럼 부풀어서 욕실 천장에 떠 다녔다. 자줏빛은 희미하지만 먼지 같은 형태를 만들어냈고 그 하나하나가 뭉쳐져서 기분 나쁜 연기처럼 보였다. 인간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움직이듯 그 자줏빛 먼지 덩어리는 조금씩 꿈틀거리며 덩치가 부풀어서 욕실의 한 부분에 욕실 등처럼 붙어있었다. 기분 나쁜 광경이었다. 부피가 부풀어갈수록 누린내는 더욱 심했다. 손질되지 않고 버려진 개의 기능을 잃은 뒷다리가 식당의 불판 위에서 풍기는 누린내가 욕실에 가득 들어찼다. 개의 뒷다리가 불에 그을린 냄새, 털이 벗겨진 다리의 살갗이 토치의 불꽃에 그을려가는 냄새가, 먼저 덩어리가 부풀어 갈수록 심하게 풍겼다. 먼지 덩어리는 퇴색한 자줏빛을 띠었고 말라버린 생화처럼 마른 숨을 누린내와 함께 내뱉으며 사념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사념 속의 누린내 나는 먼지 덩어리는 자줏빛 피를 흘리는 작은 영혼들로 변모했다. 꿈틀거리는 짙은 자주색의 영혼들은 누린내를 몸에 지닌 채 사념을 잔뜩 머금고 욕실의 곳곳을 점령하며 떠다녔다.
마동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는 짙은 자주색의 영혼들이 변기에 구토를 하고 있던 마동의 몸으로 기어 올라왔다. 냄새가 몹시도 역겨웠다. 이내 역겨운 정도를 넘어섰다. 넘어선 냄새는 마동을 숨 쉬는 것도 힘들게 했다. 마동은 다리 위로 기어 올라오는 그것들을 손을 뻗어 털어냈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느낌은 흉물스러웠고 갑자기 나타난 불길한 그림자처럼 기분이 아주 나빴다.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욕실 바닥은 그런 기분 나쁜 것들로 가득 찼다. 마동은 변기에 앉아서 바닥에서 발을 들었다. 자주색의 영혼들은 자글자글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변기를 타고 올라와서 마동의 몸을 덮고 얼굴을 기어올랐다.
으윽.
마동은 숨이 막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