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5일째 저녁
393.
도트의 확장이 멈춰버린 것처럼 장군이의 움직임도 시선도 정지화면처럼 멈춰버렸다. 돌같이 굳은 것처럼 보였다.
“당신은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이와 또 다른 형성 변이자를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니는 내과병원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처방받은 주스를 마시고 있어요. 그 병원의 의사와 그곳의 간호사도 저에 대해서 무엇인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마신 그 주스가 어떤 성분의 주스인지 몰라도 그것을 마시고 나면 아픈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내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그 병원은 다시는 진료를 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거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제 저는 그 주스를 다시는 마시지 못하겠죠. 혹시 그 의사가 당신입니까?”
장군이는 아무 말 없이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돌처럼 굳어진 채 땅에 박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동이 바라보는 그레이트데인 장군이의 얼굴 옆선은 곡선이 아름답게 이어져 있었다. 곡선을 따라 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가 흘렀다면 어울릴법한 광경이었다. 곡선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군이는 얼굴을 돌려 마동을 바라보았다. 장군이의 눈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처럼 여러 가지 깊이가 혼재해 있었다. 그러더니 한 순간 그 깊이는 잴 수 없는 무한대의 우주로 바뀌었다. 바뀐 깊이에 빠져들어 버린다면 늪처럼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이 소멸되어 버릴 것처럼 무시무시한 깊이가 장군이의 눈동자에 도사리고 있었다.
-마음이다 너의 마음 깊은 곳에 누군가의 마음이 들어앉아서 너의 그 어두운 부분을 제어하고 이다 그렇게 느껴지다 네 혼자의 힘으로 그 도트의 확장을 멈추게 할 수는 업다 하지만 누군가 만지지도 안을 수도 없는 누군가의 마음 말이다 그 마음이 너의 마음 깊은 곳에서 도트의 확장을 막고 이다 그래서 도트가 너의 마음을 완벽하게 잠식하지 못한 채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아직 머무르고 있다-
-너는 잘 몰랐겠지만 너의 그림자가 희미해졌다 몰랐나 너의 그림자는 아주 희미해져가고 있어 우리 같은 형성 변이자는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들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그림자가 필요하다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는 물체는 지구 상에서 존재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물이나 빛과 같은 물질만이 그림자를 거부한다 하지만 우리는 물이나 빛처럼 살아갈 수는 업다-
마동은 가로등에서 나오는 불빛이 자신을 관통해서 흐르는 모습을 보았다. 가로등 빛이 통과한 마동 뒷모습의 끝은 장군이와 사뭇 달랐다. 장군이에 비해 자신의 그림자는 아주 희미해져 있었다.
-어둠의 도트가 자네의 그림자를 먹어가는 모양이다 나는 네가 다시 나를 찾아왔을 때는 그림자가 거의 사라져 있을 줄 알아다 어둠의 도트는 그런 것이다 헌데 너는 다행히도 잠식당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흠.
해무의 저편에서 마른번개가 비 사이를 뚫고 크게 내리쳤다. 순간 먼 곳에서 하늘이 팽창하고 오므라들었다가 공기층이 갈라지고 시간이 구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딱딱하고 공룡의 등지느러미를 뚫고 그 속에 살고 있던 화석 벌레가 뛰어 올라오듯 갈라지는 소리였다. 소리는 퀴퀴하고 어둡고 죽은 소리 같았다. 머리가 없는 사람들의 소리가, 무서운 이념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누린내는 땅에서 기어 올라와 서로를 응결시키려 하고 있었다.
-들리는가 그것이 다가오는 소리다 이제 아주 가까이까지 와버려다-
“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십시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