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399

13장 5일째 저녁

by 교관

399.


이건 보들레르의 시다. ‘악의 꽃’ 중에 ‘레테’라는 시다. 보들레르는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잔 뒤발에게서 무엇을 보았기에 보들레르는 인간에 대해서 숨 막히는 시를 적기 시작했을까. 흑백 혼혈의 잔 뒤발은 보들레르에게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그 영감이라는 것이 인간의 내면 속에 있는 정의 할 수 없는 원초적으로 나오는 미였을까. 관능의 끝으로 가서 더 이상 파괴될 수 없을 정도로 보들레르는 시를 썼다. 시는 마치 인간을 상대로 심층심리를 탐구하고 있었다.


“이 레테라는 시는 당시에 벌금을 구형받았어요. 미풍양속을 헤치는 아주 독한 표현이라고 시 6편을 삭제하라는 판결을 받았죠. 그 시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레테’라는 시입니다.”


오래전 회사의 야유회에서 는개가 신입사원들에게 시를 하나 낭독하고 그 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마동은 들은 기억이 났다. 는개는 여전히 포니테일의 머리였고 삼성 라이온즈 야구 모자를 썼다. 가벼운 뉴발란스 조깅화를 신었고 타이트하고 활동성이 좋은 칠부 팬츠를 입었다. 상의는 얇은 점퍼를 걸쳤는데 팔을 걷어 올렸다. 여리하고 아름다운 팔목을 드러낸 채 는개는 이 시에 대해서 신입사원들에게 말해 주었다. 시에 대해서 발표한다는 게 야유회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신입사원들은 흥미로운 얼굴을 한 채 집중하며 들었던 기억이 있다. 마동 역시 옆에 앉아서 는개의 발표를 신입사원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봤었다.


그래, 는개가 이 시에 대해서 언급을 했었다. 마동도 보들레르의 탐미적인 관능적 시구를 좋아했다. 보들레르의 시를 읽고 있으면 꼭 보들레르로 빙의하는 것 같았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런 시가 ‘레테’다. 이미 오래 전의 시구지만 보들레르의 시에서 알 수 없는 그녀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으며 달콤한 군내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런 착각이 들었다. ‘레테’가 편의점 한편에 프린트되어 붙어있었다.


날카로운 젖가슴의 독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말하는 게 아닐까. 하고 마동은 생각했다. 효험 좋은 독즙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마동의 눈에 레테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그 독즙이라는 건 무엇일까.


독. 즙. 이. 라. 는. 건.


마동은 싸구려 와인을 여러 병 사들고 집으로 왔다. 와인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안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병원에서 처방해주었던 주스에 와인을 타 마셨다. 안주 같은 건 마동에게 필요치 않았다. 와인은 마동의 목구멍을 지나 마동의 몸 곳곳으로 혈관을 타고 뻗어나갔다. 와인은 심장으로 간으로 전두엽으로, 대장과 소장으로 그리고 몸의 끝 신경까지 골고루 퍼져 들어갔다. 마동은 두 잔을 연거푸 마셨다. 마시는 와인이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마음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랐다. 그로 인해 마음과 마음의 간극이 좁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켜 놓은 컴퓨터 모니터 속의 뉴스에서는 연일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에 대해서 보도를 하고 있었지만 결론이라든가 해결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뉴스는 늘 그렇다. 제대로 된 확답을 주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정보가 제대로 없어서 불안하기만 했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했지만 나서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건물의 상층부가 무너져 내린 인슈 타워에서는 달팽이 과에 속하는 괄태충에서 나오는 끈끈한 액이 무너진 더미 속에서 다량 검출이 되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추락사한 경비원의 몸속에서도 엄청난 양의 끈끈한 액이 추출되었다. 기이한 것은 남자 세 명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각각 다른 층에서 볼일을 보고 있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그들의 사체에서도 괄태충의 끈끈한 액이 물처럼 흘러나왔다. 그리고 5년 전에 실종 신고가 되었던 초이스 하우스의 여성 두 명이 부패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된 채 건물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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