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5일째 저녁
400.
“무너진 빌딩의 상층부에서 시체 두 구가 발견되었습니다. 언제 죽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20대 중반의 여자들로 추정되며 건물이 무너져 내리고 구조물이 부식이 되어 썩어 갈라졌지만 시체는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발견되었습니다. 눈동자만 없어진 모습입니다.”
인슈 타워가 지어질 당시, 한 달 뒤에 준공식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거대 제조업 회사의 법무팀장과 건물을 시공한 건축회사 최고 이사와 시청의 도시건설과 계장이 함께했다. 그 외 인슈 타워의 관계인과 사람들이 아직 완공이 덜 된 빌딩의 한 층에서 축하파티를 열고 있었다. 그들은 빌딩이 가져올 이 도시의 인프라와 보험과 금융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유동인구를 인슈 타워가 있는 곳으로 집약시키는 활약을 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자축을 즐기고 있었다.
건물은 성공적이었고 공기도 잘 지켰다. 건물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지하철의 항타 공법을 들여서 인슈 타워를 신축했다. 처음에 시청에서 허가가 나지 않았다. 교통대란을 문제 삼았다. 인구 대비 집중적으로 모여들 사람들을 원활하게 이동시켜 주지 못할, 근방 3킬로미터 내의 도로 사정을 걸고넘어졌다. 인슈 타워의 계획을 잡고 건물주 격인 거대 제조업체의 법무팀장은 시청의 도시건설과 계장을 만났다. 계장을 설득했고 계장은 설득당했다. 계장은 시청에 인슈 타워의 발전보고 사항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꼼꼼하게 발표했다. 완공된 후 도시의 발전 가능성을 면밀하게 체크해서 보고했다. 이는 곧 시장의 국회 출마를 염두에 두어,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시장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빌딩의 허가를 부추겼다. 4개월간의 검토를 거쳐 허가가 떨어졌고 인슈 타워는 시공에 들어갔고 1년이 넘는 공기를 마치고 이제 준공식만 눈앞에 두고 있었다.
39층의 귀빈실에 마련된 축하파티는 그들을 위해서 최고급 와인과 양주 그리고 음식이 놓여있었다. 대략적인 이야기가 오고 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계장과 법무팀장이 눈을 마주하더니 벽장을 열었다. 붙박이식의 벽장에서는 고급 나무향이 났고 벽장이 열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문이 참기름을 바른 것처럼 스르륵 열리고 그 속에서 뱀 무늬의 스타킹을 보이며 늘씬한 다리가 걸어 나왔다. 그것도 두 명씩이나. 20대 여성 두 명이 채찍을 휘두르며 십 일자 걸음으로 방의 공간을 한 바퀴 돌았다. 검은 가죽 코르셋 모양의 속옷을 입었고 검은 하이힐을 신었다. 발목은 가늘었고 허벅지는 탄탄했다. 두 명의 여자는 고양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가면 뒤로 여자의 냄새를 숨기고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65살로 나이가 제일 많은 건축회사의 최고 이사가 가장 SM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SM클럽의 소속 회원들로 그들만의 모임이 있었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나이가 중년을 넘긴 남자들이었고 그들의 인격은 다중적이었다. SM클럽의 회원들은 그들만의 모임에서 여자들에게 채찍이나 회초리로 매질을 받으며 일상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모임은 클럽에서 할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클럽에서 벗어나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은밀한 장소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그들은 돈이 많았고 클럽 밖에서 이뤄지는 행위에 대해서는 SM클럽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마담이 큰돈을 거머쥐었다. 인슈 빌딩의 준공을 앞두고 이곳에서 마성의 SM파티를 즐기기로 했다. 건축회사의 최고 이사가 클럽의 마담에게 직접 하달하고 법무팀장이 미리 그녀들을 데리고 와서 벽장 속의 공간에 잠시 숨어 있게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