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라면을 이길 수는 없으나 라면보다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만둣국이다. 아파트 주위에는 중형마트가 하나씩 딸려 있고 그 안에는 대형마트만큼 다양한 식품을 판매한다. 거기서 일회용 곰탕과 만두를 구입해서 같이 넣어서 끓이면 된다. 끝이다.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파가 있다면 좀 썰어서 넣어주면 된다. 간단해서 맛이 별로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곰탕에도 만두에도 내 입맛에는 슴슴하나마 간이 되어 있어서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대로 퍼 먹는다.
삶은 닭이 있다면 죽죽 찢어서 같이 넣어주거나, 떡국떡이 있다면 넣고 후추를 뿌리거나 땡초를 넣어서 먹을 뿐이다. 양념장을 넣어서 먹지 않는다. 그래도 맛이 꽤 나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내 입맛에는 이 정도의 간이 딱 좋다. 예전에는 설렁탕을 먹으러 가서 소금 간을 전혀 하지 않고 먹었다. 사람들은 무슨 맛으로 먹냐고 했지만 밍밍하지만 고소한 맛이 좋았다. 스프맛이 좋은 라면은 라면의 맛대로 좋은 맛이지만 그저 하얀 국물의 고소한 맛이 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걸레 빤 물 같은 평양냉면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될 것 같다.
이런 맛에 길들여진 건 자취할 때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자주 해 먹었는데 간이 들어가서 맛이 나면 아이들이 다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이 될 만한 건 싹 없애고 오로지 슴슴하고 고소한 맛으로 국물을 낸 만둣국을 그대로 냠냠 먹고 있으면 아이들 중 반은 맛이 없다며 먹지 않았다. 지금은 인기가 1도 없어서 내 주위에 사람들이 없지만 대학교 때에는, 특히 복학을 하고 난 뒤에는 남자 후배 녀석들이 늘 따라다녔다. 자취할 때에는 방에서 혼자 편안하게 잠을 자본적이 없었다.
매일 찾아오거나 학교에서부터 자취방에까지 몇 놈은 꼭 따라왔다. 하지만 그러던 놈들도 몇 번 오다가는 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술이 취하면 나는 비린내가 잔뜩 나는 꽁치통조림을 그대로 뜯어서 안주로 하거나 그걸 밥에 비벼서 먹거나 했다. 나는 비린내가 나는 음식도 꽤나 좋아했기에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 비린내에 질식할 것만 같았던 녀석들은 눈을 뜨자마자 방을 나갔다. 그리고 밥을 먹으면 닝닝한 국물에 밥도 없이 만두를 몇 개 빠트려서 먹곤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학교 식당에서 밥을 사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