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에세이
내가 사는 곳은 바닷가이고 바닷가라고 해서 모래와 나무만 있는 해변이 아니라 해변을 따라 카페와 식당이 죽 붙어 있는 바닷가이다. 그리고 외국인이 10명 당 한 명 꼴로 있을 정도로 외국인이 많아서 유월만 되면 해변에서 선텐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외국인들은 주로 개들을 데리고 다녔고 개들은 대부분 컸다. 품에 안고 다니는 강아지는 주로 한국인들이 많이 키우는 것 같고 외국인들은 대체로 큰 개들을 키웠다.
그리고 보통 두 마리 이상씩 키웠다. 한국의 집처럼 좁고 작은 집에서도 외국인들은 강아지가 아닌 개들을 가족처럼 품고 지내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면 어떻든 하루에 한 번은 산책을 시키기 위해 회사 점심시간에 집으로 와서 개들을 산책시키고 씻기고 그러고도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회사에 오후 업무를 보러 나온다고 했다. 와, 하며 입이 벌어졌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외국인들이 많은 이유는 조선업 때문에 해외근로자들이 이곳에 많이 살게 되면서 외국인들이 많아졌다. 기술자들이 상주했는데 보통 1, 2년씩 있어야 했다. 그렇게 알게 된 외국 친구네가 영국인 죠다. 기술자로 와서 혼자서 지내는 외국인도 있고 3년씩 있게 되면 가족을 몽땅 데리고 와서 지내는 외국인도 있어서 근 10년 정도는 외국인들이 해변에 가득가득했었다. 그랬던 외국인들이 조선업의 경기침체로 점점 빠져나가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 해변에 한 집 건너 있던 퍼브도 슬슬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카페와 보통의 식당으로 다 바뀌었다.
이 도시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도시의 인구 자체가 조금씩 빠져나가서 지금은 8년 전에 비해서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학생들의 수도 굉장히 줄었는데 그렇게 많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들은 어떻게 되는지 한 번 생각해봤다. 물론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체감상으로도 바닷가에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그런데 여기에 또 대형 멀티플렉스를 지었다. 대형 극장과 함께 상점을 입점받고 있는데 잘 모르는 입장에서 왜?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도 없고 비싸기만 한데 도대체 누가 입점을? 같은 말들을 많이 한다.
어떻던 외국인들이 해변에 개들을 많이 산책시키던 때의 일이다. 자주 가는 카페가 있고 자주 가는 카페의 나의 지정석 같은 자리가 있다. 외국인들이 바글거릴 때 바닷가의 모습도 많이 변했었다. 일단 퍼브들이 생겨났고, 음식점 역시 많은 외국 음식을 파는 곳들이 생겨났다. 이라크 음식점도 있었고, 핫도그만 파는 식당도 생겼고, 오전부터 아루 굴라를 넣은 샌드위치를 파는 곳도 있었다. 이런 곳의 좋은 점은 맥주 한 잔만 주문을 해도 그 누구도 눈치나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스몰비어 집에 들어가도 맥주 한 잔만 주문해서 먹기 눈치 보이지만 외국인들이 하는 식당에서는 그게 당연했다.
해가 뜨거워지면 외국인들은 해변에서 선탠을 즐기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그들은 몸매 이런 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대로 옷을 벗으면 수영복이 드러나며 아아 해가 좋아, 라며 벌러덩 누워서 온몸으로 해를 받았다. 덱체어를 들고 해변에 깔고 옆에는 얼음을 가득 채운 통에 맥주를 몇 병 넣어서 선탠을 하면서 홀짝인다. 덕분에 나도 그 사이에서 고등어처럼 뒹굴뒹굴하며 새까맣게 타 들어갔다. 그들은 키우는 개들을 많이 데리고 해변에 나온다. 개들도 주인과 함께 해변에 나오면 신난다. 그래서 바다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장면은 한참을 보고 있어도 싫증 나지 않는다.
여름에는 조깅을 하다가 땀에 절은 옷을 벗어두고 잠시 살을 태우다가 이렇게 보면 윗도리가 바짝 말라있다. 그러면 다시 조깅을 하다가 선탠을 하다가 저녁이 되면 맥주를 마시다가.... 이런 식의 생활이면 의식주 해결에 관한 생존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해변에서 조깅을 하다가 보니 저 멀리서 큰 개가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아주 신나 보였다. 주인은 외국인으로 레트리버 종류로 개의 힘이 강하니 외국인이 딸려 갔다가 나왔다가 했다. 아무튼 주인 따라 바다에 나온 개는 신이 난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 그들과 나의 거리는 점점 좁혀졌고 주인은 개의 줄을 놓쳤다. 개는 마냥 신이 나 있었는데 바다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개가 나에게 막 달려왔다. 어어, 하는 동안 개는 나의 가까이 와서 앞다리를 내 가슴으로 올리고 아주 반가운 척을 했다. 어찌나 신나게 내 앞에 와서 몸을 털었다. 엄청난 바닷물과 모래에 내 꼴은 말이 아니었다. 그 큰 개가 내 몸에 붙어서 나의 얼굴을 막 핥았는데 아마도 그때 집에서 키우던 우리 집 개들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힘이 정말 어찌나 좋은지 개를 아무리 떼려고 해도 잘 되지도 않았다.
주인이 헉헉 거리며 달려와서 막 나에게 뭐라고 하던데 미안하다는 말 밖에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없었다. 주인은 독일인으로 쏘리만 영어로 하고 나머지 말은 계속 독일어로 했다. 내 몸 꼴은 젖은 모래로 엉망진창이었고 신나고 순수한 눈을 한 개는 혀를 내밀고 칭찬을 바라는 것 같았고 주인은 양손은 휘저어가며 계속 뭐라고 했다. 괜찮지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케이 암 파인,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