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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2. 2021

초심은 잃어도 된다

일상 에세이


아빠와 고기를 잡으러 온 아들
소식이 없다가 아빠가 큰 고기를 낚았다. 아들이 막 신나고, 아들이 고기를 건져 올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들자 뿌듯하고 아빠가 자랑스러운 아들. 중심을 잘 잡은 아빠와 아들


초심을 잃지 마라. 우리는 이 말을 자주 듣고 자랐고, 가끔 또는 종종 들으며 지냈다. 누구도 초심은 잃어도 된다, 라든가, 초심을 잃었거든 그대로 잊으라,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혼날지도 모르지만 초심은 잃어버리기보다 자의적으로 잊어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초심 따위 초반에나 가지지 초심을 끝까지 길게 죽 끌고 갈 필요가 없다. 그렇게 하지도 못할뿐더러 그렇게 하다간 큰 코 다치게 될 게 뻔하다.


그럼 초심을 버리냐? 이 뒷산 나무늘보 같은 놈아,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초심은 버리되 초심을 가지고 시작하여 초심을 운운하게 되었을 때는 그만큼 달려오다가 지쳐서 그런 것이니까 그동안의 중심을 잡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다. 그러니까 초심보다는 중심이다는 말이다.

 

초심을 가지고 시작했을 때는 타오를 것 같은 열정 가득한 마음이다. 그때에는 어떤 방해 요소도 없고 공격을 당하지 않아서 전혀 손상받지 않은 무결정체 상태다. 초심은 금방이라도 불을 붙이면 며칠이라도 밤새 일 할 수 있을 것처럼 에너지가 풀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조금씩 치이고 마모되면서 엔진에도 무리가 갔다. 그럴 때 초심을 가지고 달려다가 보면 탈 나기 마련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단단하게 잡아주었던 중심!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응원합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같은 말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많이 본다. 응원한다니 좋아야 하는데 실체가 없고 구체성이 엷어서 그런지 그런 말을 들으면 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구독자나 팬들이 응원을 보내는 것에 있어서 의심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어떻게 응원을 한다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응원합니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실상이 없다. 나는 도대체 응원을 한다고 하고서는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마음으로라도 응원을 보내야 하는데 창을 닫고 나면 응원합니다,라고 했던 말이 먼지처럼 사라지고 만다.


응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강연자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강연을 하는 강연자들이 많은데 사람들에게 응원을 한다는 말을 한다. 이 것 역시 어쩐지 현실적으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정말 진심으로 위로하기 위해 응원을 했던 사람이 신해철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신해철은 입 밖으로 응원을 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 같다. 신해철은 늘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꿈을 꾸는 것과 미래가 보이는 삶에서 꿈을 꾸는 건 다르기 때문에 사회가, 국가가 나서서 그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를 냈다.


유명한 강연자들 중에서도 듣고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눈물까지 나오는 강연자가 있지만 구체성은 모호하고 엷다. 비유가 많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너희들은 이렇게 지내는 게 좋다, 라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와는 정 반대로 강연을 하는 사람이 있다. “초심 따위는 집어치워라. 즐기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즐겨서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도 갉고 갉아서 닳아 없어질 때까지 해야 원하는 바에 근접할 수 있다. 그게 삶이고 인생이다”라고 말하는 강연자도 있다. 이 말이 듣기 좋은 모호한 위로보다 낫다.


그러려면 초심을 잃지 않는 것보다 중심을 잡는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게 더 안 좋은 경우도 많다. 대충대충 건성건성 초심으로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굉장한 에너지로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도 많다. 삐거덕 거릴 때 중심을 잡는 게 필요하다.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책을 많이 읽어라, 착하게 살아라, 라는 말이 절대적이지 않다. 연예인으로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부모님 말씀을 않 들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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