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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May 10. 2021

자산어보

영화 이야기


https://youtu.be/VjF8Z0KbkiA


자산어보는 참으로 재미있는 영화다. 그 흔한 전투신이나 남녀의 성교 장면이 없음에도 너무나 빠져들어 보게 된다. 코미디 영화도 아니면서 정말 웃기다. 이 영화는 역사적인 사실이 이준익 감독의 손에 의해 허구로 탄생된 영화다. 정약전이 유배를 가서 자산어보를 집필 한 건 사실이지만 영화 속 ‘창대’는 자산어보에 달랑 이름이 한 번 나올 뿐이라 한다.

그래서 창대에 관해서 그 어떤 정보도 없기 때문에 이준익 감독의 손에 의해 영화 속에서 다시 태어난 인물이 창대다. 고로 사실이지만 허구로 적은 창대의 이야기가, 창대가 어쩌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내가 좋아하는 하루키의 말을 빌리면, 사실과 이야기와의 차이가 진실함을 고양시키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세상에는 사실과 전부 맞아떨어져도 진실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이야기는 대체로 시시하고, 어떤 경우에는 위험하기도 하다. 첫 회 나오고 사라진 조선구마사가 그렇다.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진 판타지 역사물이라 해도 진실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만다.


소설가 한창훈의 글을 좋아한다면 자산어보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접했을 것이다. 한창훈의 소설 속에는 갯것과 바다에서 나는 모든 생물들이 주인공들과 함께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그의 바다 에세이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를 보면 자산어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에세이의 작은 제목이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로 본문을 읽다 보면 각주를 달아놨는데 자산어보의 내용을 달았다.

 

한창훈의 에세이에는 바다 생물 29종류의 해산물에 관한 이야기, 잡는 방법과 요리하는 과정을 한창훈이 거문도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 날것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 마치 창대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한창훈 역시 창대처럼 바다에서 태어나 전문교육 없이 생계형으로 낚시를 하며 뱃길을 다니며 보고 느끼고 만난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바닷가 이야기를 한다. 바닷가 사나이 한창훈의 글에는 자산어보가 스며들어가 있어서 그의 글을 읽는 재미가 아주 좋다.

아무튼 사실이지만 진실된, 그런 이야기들은 냄새로 알 수 있다. 영화 자산어보의 냄새는 갯것의 냄새로 살아있는 생생함의 냄새, 문어나 가오리 생물의 냄새 그것이 아닐까. 창대와 인간만 한 돗돔과의 사투는 마치 노인과 바다의 스펙터클을 보는 듯했고, 흑백이라 밤하늘 별이 렘브란트의 그림보다 더 아름다웠고, 흑백이라 더 몰입이 된 것 같았던 자산어보였다. 요보게들 모두 한 번 보시게들. 너무 기분 좋고 아름다운 영화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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