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만화 속에서 살면 좋겠다. 같은 옷만 입어도 더러워지지 않고 씻지 않아도 되고, 먹지 않아도 되고, 많이 먹을 수 있고. 살도 찌지 않고 아프지도 않다. 모험, 꿈과 희망이 있다. 불행하더라도 극복해서 행복에 도달한다. 못생긴 여자도 없고 못생긴 남자도 없다. 특히 악당은 더 잘생기고 더 섹시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양이와 대화가 가능하다. 이런 나의 동경 같은 것들이 모여 현재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 마음은 아이로 남아있는 어른이들이 만화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가장 최근에 픽사의 ‘루카’를 봤다. 산타 모짜렐라!라는 말이 나온다. 줄리아가 하는 말이다. 줄리아를 줄리웨라 부를 때 줄리아가 혼잣말로 산타 모짜렐라 라고 할 때 웃기다. 산타 모짜렐라는 영화 말미에 산토 고르곤졸라로 바뀌고 그때에는 아마도 감동을 영화 속에 나오는 파스타만큼 먹게 된다. 이 영화는 이전의 픽사의 영화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이전에는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뚝 흘렀다.
주인공인 루카와 알베르토는 물에 닿아 괴물이라는 것이 들통난다. 굿바이 줄리아. 루카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나 알베르토를 찾아간다. 강한척하는 알베르토는 누군가 내미는 손을 간절하게 잡고 싶었던 아직 아이였던 것이다.
다시 경기에 나간가는 루카의 말에 알베르토는 “미친 소리 하지 마”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루카의 미친 짓처럼 그렇게 미쳐가면서 조금씩 성장해간다. 경기 마지막 비를 맞아서 괴물로 변한 알베르토, 그때 알베르토가 그물에 잡히게 되었을 때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면서 루카도 비를 맞아 괴물이 된다. 그리고 알베르토에게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알베르토가 잡았을 때 울컥하며 눈물이 흘렀다.
루카의 인싸 할머니가 말한다. 끝까지 안 받아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다 그렇진 않을 거야. 루카는 이미 좋은 사람 찾는 법을 아는 것 같아. 이 말을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모두가 나를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나를 좋아하는 한 사람, 그리고 내 편인 한 사람만 있으면 이 험하고 험한 세상에서 해볼 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루카를 보면서 느낀 건 픽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릴 때 하고 싶었던 걸 못하고 그대로 어른이 되어 버려서 그냥 우리 하고 싶은 걸 다 하자! 그래! 하며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루카를 보면서 정말 기분 좋고 애틋했다.
우와 나보다 훨씬 멋지게 사네. 난 아무 데도 못 가는데. 꿈만 꿀뿐.라고 루카가 초반에 알베르토에게 말한다. 그 꿈을 꾸는 것이 첫 시작인 것이다. 시작을 하고 나면 그다음은 조금씩 성장하면서 꿈을 이룰 수 있다.
조깅을 하다가 만난 길고양이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쩌면 이 길고양이도 이 험한 세상에서 안 받아주는 사람들 투성이 속에서 나에게 손을 내밀었을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른다. 길고양이는 아아 힘들어 죽겠네. 보다는 아아 그럼에도 내게 잘 대해주는 인간들이 있어서 꽤 할만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동안 조깅을 하면서 만난 길고양이가 몇 있었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269
고양이는 강아지와 다르게 몸에 이렇게 무늬가 있다. 이런 무늬가 사람을 잡아 끈다. 아마 모든 고양이에 무늬가 있지는 않겠지만 무늬는 모두 다 다를 것이다.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건 내가 조깅하는 이 긴긴 강변의 조깅코스에는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집에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의 사료를 들고 와서 곳곳에 물과 함께 깨끗하게 그릇을 씻어서 사료를 담아 준다. 아이도, 어른도 길고양이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 강변에는 사람들이 마구 다니는데도 벌러덩 누워서 쿨쿨 자는 녀석도 있다. 그 녀석은 새끼 때부터 여기 강변에서 지나다는 모든 사람들에 의해서 길러졌다. 방목을 하지만 음식과 물을 사람들이 챙겨주고 비를 피하게 해 주었다. 그것을 아는지 그 녀석은 사람을 경계하는 다른 길고양이에 비해 뚱뚱하다. 고양이와 사람이 이렇게 공생하며 지내는 생활. 만화 속에서처럼,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에서 나카타 상처럼 고양이와 대화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