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수필
어느 날 밥상 위에 문어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왔는데 다리가 하나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문득 떠오르는 글을 적어 보았다.
죽창이 오는가 싶더니
장갑을 낀 손으로 더듬더듬 거리는가 싶더니
문어는 제 살던 곳을 버리고 더 깊은 곳으로
바위 사이를 파고든다
꿈틀거리며 비집고 들어가 몸을 말고
뱃속의 새끼를 움켜쥔다
해수의 영향으로 차가워진 바다가
바위 사이를 스며든다
문어는 깜짝 놀라 움직이지 못하고
몸은 더 단단하게 말고 가만히 가만히
기민하게 새끼들을 부여잡는다
바다는 더 차갑게 변한 얼굴로 문어를 덮는다
꾹꾹 저며오는 지나간 파랑
문어는 뱃속의 새끼들을 생각한다
움직일 수 없는 문어는 자신의 다리 하나를 떼서 먹는다
바뀌는 세상은 문어를 받아들인다
찬 바다가 물러났을 때 문어는 파란 하늘을 본다
다리 하나 없는 채 밥상에 오른다
문어는 꽤나 영리한 동물로 알려져 있는 것만큼 모성애도 강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돌문어가 아주 맛있다. 근데 사람들이 하도 건져내니까 얕은 바다에서 사는 문어는 점점 깊은 바닷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기묘 한 건 문어는 바다의 수온이 달라지면 몸을 한동안 움직이지 못한다. 수온에 적응이 필요하다.
그때 알을 품고 있으면 알에게 영양분을 줘야 하는데 문어는 수온의 변화 때문에 움직이지 못해 알에게 양분을 공급하지 못한다. 문어는 지 새끼들이 배고파하지 않기 위해 자기 다리를 뜯어먹으며 새끼들에게 양분을 제공한다. 그래서 가끔 다리가 하나 없는 문어가 밥상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문어는 꿈이 있다. 비틀스의 링고 스타도 문어의 정원에 대해서 노래를 불렀다. 문어의 꿈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안예은의 문어의 꿈을 들어보면 문어는 꿈속에서 무엇이든 된다. 문어는 잠이 들고 나서 비로소 여행을 한다. 초록색 문어가 되기도 하고 빨간색 문어가 되기도 하고 줄무늬 문어가 되기도 한다. 오색찬란한 문어일 때는 밤하늘을 마음껏 날아간다.
문어가 꿈을 꾸는 건 깊은 바닷속은 너무 외롭기 때문이다. 너무 춥고 너무 어두워서 때로는 무서워서 감당이 되지 않는다. 깊은 바닷속은 우울하다. 그래서 문어는 매일 꿈을 꾼다. 꿈속에서는 문어는 외롭지 않으니까. 문어는 하찮지 않은데, 문어는 자신이 하찮다고 느낀다. 하지만 문어야 그럴 필요가 없어. 이 세상에 하찮은 건 하나도 없어.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사람이야 너는. 그래서 우리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