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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6. 2021

김성호의 ‘김성호의 회상’

김성호의 ‘김성호의 회상’


방탄의 노래를 매주 배캠의 전주연의 빌보드 차트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팝 10을 소개하는 곳에는 말 그대로 해외 팝스타들의 노래만 있었다. 그런데 매주 주말에 라디오를 통해, 그것도 배캠의 빌보드 10위의 차트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방탄의 노래를 듣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소개를 하는 배철수의 목소리도 좀 더 경쾌하고 힘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이번 퍼미션 두 댄스는 정말 에드 시런의 분위기가 뒤에 깔리는 기분이다. 거기에 방탄이 완벽하게 노래와 춤을 추었다. 마치 이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고 곧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올 것만 같아서 사람들이 더 힘을 내는 것 같다. 방탄의 노래는 보이는 것도 좋지만 그 속의 가사와 노래가 말하는 메시지가 있어서 팬들은 깊게 빠져든다.


김성호라는 가수가 있는데 김성호의 회상이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는 너무 유명하니까 대부분 다 안다. 하지만 얼굴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느닷없이 방탄 이야기를 하다가 김성호의 회상을 이야기하냐고 하겠지만 요즘은 방탄이들의 노래와 김성호의 노래들을 번갈아가며 듣고 있는데 공통점이 있다. 두 가수의 공통점 이리고 하면 (개인적인 생각에) 대단히 감성적이라는 것이다. 방탄이들의 노래도 시적이고 감성이 풍부하다 못해 흘러넘친다. 김성호의 노래들 역시 전부 감성적이다. 대단히 시 같아서 음을 붙이지 않으면 그대로 시다.


김성호의 회상은 제목이 회상이 아니라 ‘김성호의 회상’이다. 소개를 한다면 김성호의 ‘김성호의 회상’라고 소개를 해야 한다. 이 이야기는 겨울에 조깅을 하다가 민트 라떼를 늘 사 먹을 때 김성호의 회상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때에도 이 노래가 가지는 시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616

김성호가 부르는 김성호의 회상을 듣고 있으면 그녀를 떠나보낸 아쉬운 마음이 그대로 들면서 후회로 점철된 오래전 나의 과오 같은 것으로 인해 그녀를 보낸 모습이 눈에 아른아른거린다. 잊은 상흔이 다시 새겨지는 기분이다. 김성호의 회상은 김성호가 꼭 경험을 노래로 옮겨 놓은 것 같지만 이 노래는 김성호의 상상으로 인해 만들어졌다.


김성호의 노래들 제목을 보면 대부분 길다.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웃는 여잔 다 이뻐’ ‘김성호의 회상’처럼 그 당시의 제목과는 상반되게 길다. 그리고 노래들의 가사를 보면 역시나 시다. 하나하나 전부 예쁘고 애틋하고 감성이 풍부하다. 도대체 이렇게 노래를 만들어내는 김성호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김성호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아마 몇몇은 도대체 김성호라는, 이렇게 노래를 잘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생겨먹었지. 하며 나처럼 생각하는 인간이 있을 것이다.


김성호는 자신의 노래도 만들어 불렀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너무나 서툴렀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가수들의 곡을 만들기도 했다. 그 노래들이 바로


다섯 손가락의 풍선, 을 첫 시작으로

박영미의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

김지연의 찬바람이 불면,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

박준하의 바다를 사랑한 소년 등 많은 가수들의 노래를 만들었다. 김성호가 작곡가로 이름을 떨치게 된 계기의 곡은 바로 고 박성신의 ‘한 번만 더’였다. 박성신은 노래 부르는 것을 타고났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의 곡이 아니라도 누구의 곡을 받았더라도 잘 불렀을 것이라고 말을 한다. 박성신은 안타깝게 14년에 심장마비로 죽고 만다.


이렇게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을 가진 김성호는 의외로? 밴드로 출발을 했다. 배철수처럼 전기기타와 드럼의 소리에 빠져 있던 학생과 청년 시절. 레드 재플린 같은 밴드를 보며 자란 김성호는 자신의 형이 써 놓은 시에 음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노래를 만들고 부르게 되었다.


김성호가 누구일까.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다,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드디어 가수 신유와 소찬휘가 김성호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방송이 전주 엠비시를 타고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간 몰랐던 김성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신유와 소찬휘가 김성호의 노래를 한 곡씩 부른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 버린 김성호가 다시 한번 ‘김성호의 회상(1988)’을 부르는데(영상 10:08) 목소리가 예전의 목소리 그대로다. 감상을 해보면 딱딱한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https://youtu.be/QysJbw6LAcI 


우리는 알게 모르게 좋은 노래들로 하여금 힘을 얻고 신세를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노래가 없는 세상을 누구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빠른 노래를 들으며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 지침까지 내려왔다. 이런 세상이지만, 이런 세상일수록 노래의 소중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언젠가 마스크를 벗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김성호의 노래를 불러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https://youtu.be/tbPTyK7KSow 

따뜻하고 예쁜 시 한 편을 듣는 기분

https://youtu.be/zKSEfnw8t5A

김성호가 작곡한 노래들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습니까?

김성호의 회상

웃는 여잔 다 이뻐

박영미 - 나는 외로움 그대는 그리움

김지연 - 찬 바람이 불면

박성신 - 한 번만 더

황규영 - 나는 문제 없어

다섯손가락 - 풍선

오장박 - 내일이 찾아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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