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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7. 2021

왜 공벌레는

일상 에세이

공벌레는 왜 비가 온 직후에는 많이 기어 나올까. 왜 공벌레는 화단이나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에서 굴러다니지 않고 꼭 아파트 시멘트 바닥이나 콘크리트 바닥에 위험하게 굴러다니는 걸까.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공벌레가 비가 온 직후에는 꼭 길 위에 나타나서 꾸물꾸물 다닌다. 공벌레가 다니는 걸 보는 건 꽤 재미있다. 꾸물꾸물 기어가다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인간이 본다는 걸 아는지 갑자기 몸을 공처럼 말아버린다. 그런 모습은 꽤나 흥미롭다.


왜 공벌레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 기어 다니지 않고 이렇게나 위험천만한 곳으로 기어 나와서 기어가는 것일까. 태양이 아침에 떠서 저녁에 지듯이 거역할 수 없는 그 무엇이 공벌레들을 그렇게 이끄는 것일까. 조금 멀리서 보면 사람들에게 밟힐 것 같은데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인기척이 느껴져 몸을 공처럼 말지만 인간이 밟으면 그대로 납작하게 될 것이 분명한데 공벌레는 그 사실을 모른다. 마치 타조 같은 새가 몸을 숨기기 위해 땅바닥의 구멍에 머리만 숨기는 것과 비슷하다. 공벌레는 머리와 일곱 개의 마디로 된 가슴, 다섯 개로 이루어진 배로 나뉜다. 참 신기하다. 더 신기한 건 더듬이가 두 쌍이 있다고 한다. 한 쌍의 더듬이는 퇴화하여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 공벌레는 낮에는 낙엽이나 돌 밑과 같은 습한 곳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와서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비가 온 직후에는 늘 이렇게 쨍한 날, 오전에 이렇게도 돌아다는 걸까. 왜. 왜. 공벌레는 죽이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주로 곰팡이나 부식질을 먹는다. 또 화단이나 흙 속의 공기가 잘 통하게 하고, 영양분이 잘 돌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생긴 게 징그럽게 생겨서 그렇지 인간에게 큰 해가 되지 않는다. 인간에게 해가 되는 건 인간이다.


공벌레를 보느라 30분가량 땡볕에 앉아 있었더니 땀이 줄줄 흘렀다. 일어나서 주차장으로 가는데 하수구 쓰레기가 가득한 곳에 꽃이 피었다.


꽃은 깊은 하수구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팔을 뻗어 뻗어 하수구 뚜껑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 꽃에 나비가 일었다. 딱 한 송이 핀 꽃 위에 나비가 앉아서 꽃에게 약속을 하고 있었다. 꽃씨를 좋은 곳에 뿌려 줄게. 자연은 정말 살아있는 선생님 같은 존재다. 발로 툭 차면 없어져 버릴 잡초와 나비가 이렇게도 영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척박한 땅에도 희망은 있다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영화 1917에서도 그런 장면이 계속 나온다. 인간의 욕심으로 모든 곳이 파괴되고 폭탄으로 터진 곳에도 꽃은 핀다. 감동적인 장면이 언뜻언뜻 스쳤다.


낚시를 해서 고기를 낚으려는 건 세월을 낚으려는 것이다. 마치 세계가 정지해 버린 곳에 낚싯대를 던져 놓고 사색에 잠긴다. 우리가 언제 한 번 깊이 있게 사색에 잠긴 적이 있었던가. 바다 멍에 이어 강 멍도 좋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멍 때리기에는 불 멍이다. 새해를 맞이할 때 여기 바닷가에는 모닥불을 피워서 해를 기다린다. 그때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불을 보는 건 무척이나 빠져든다. 불 멍에는 대책 없이 흡수된다. 코로나가 도래한 이후에 그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강 멍도 좋다. 그리고 그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 역시 좋다. 그들의 등에는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장마 중에 조깅을 했다. 잠시 소강상태인데 낚시꾼들과 강과 하늘과 비행기. 공항에 여기서 꽤 가까이 있어서 비행기를 조금 큰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비행기가 날면 소리가 크다. 항공기뿐 아니라 경비행기들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소리가 크다. 하지만 전투기 소리에 비할바는 못 된다. 전투기는 거의 점 만하게 보일 정도로 하늘 위를 날아 가는데 그 소리는 천지를 울린다. 전투기 두 대가 지나가면 하늘이 찢어지는 것 같다. 정말 전쟁이 나서 전투기가 분당 간격으로 날아다닌다면 그건 정말 공포일 것이다. 엄청난 소리의 공포가 사람을 아무것도 못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소리가 사람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소설을 적고 싶다.


아직 어린 고양인데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자전거가 휙휙 다니는 도로의 저기에 꼭 새초롬하게 졸고 있다. 부르면 개무시하듯 눈을 가늘게 한 번 떠 준다. 그리고 다시 꾸벅꾸벅 존다. 무엇보다 자전거가 휙휙 지나가기 때문에 위험한데 다행히도 사람들이 이곳을 지날 때는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유튜브에 길고양이에 대한 안 좋은 영상과 기사가 많다. 도가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고 자신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해서 그게 신념이 되면 무섭다. 신념이라는 좋은 말이 오로지 신념밖에 없는 사람이면 그건 좀비와 다를 바 없다.


34도의 여름날인데 가을의 밭에 온 기분이 드는 곳이다. 강변의 상류에는 이렇게 꽃밭이 있고 코스모스가 가득하다. 여름에 핀 코스모스는 마치 장난감 같다. 5세 조카가 크레파스를 들고 여기저기 알록달록하게 칠해 놓은 장난감처럼 보인다. 요즘 나비가 많이 보이는데 코스모스에 나비가 이는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조깅을 하면서 그저 설핏설핏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코스모스에 나비가 앉는 모습을 사진으로 한 번 담고 싶다.


글을 적으면서 보니 손톱이 또 자랐다. 손톱이 너무 빨리 자란다. 손톱을 깎은 지 고작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이렇게 보면 손톱은 생각보다 길게 자라나 있었다. 손톱은 손가락마다 다 다르게 자란다. 가장 빨리 많이 자라는 손톱은 검지 손톱이다. 새끼손톱(문득 든 생각이지만 새끼가 손톱 앞에 붙으면 귀여운데 손톱 뒤에 붙으면 욕이 된다. 손톱 새끼. 병아리나 강아지도 그렇다. 새끼 병아리, 새끼 강아지는 괜찮은데 병아리 새끼. 강아지 새끼는 욕이다)은 새끼손톱이라 그런지 제일 늦게 자란다. 손톱이 빨리 자라는 게 시간과 흡사하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빠르다는 것이다. 손톱을 일단 깎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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