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의식의 흐름대로 바리스타 룰스 민트 라임 라테를 하나씩 마신다. 나는 어쩌면 아이스크림도 그렇고 민트가 들어간 맛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매일 아침 로컬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이천 원, 이건 이천오백 원이다. 오백 원이 더 비싼 만큼 맛이라는 것이 훨씬 난다. 맛있다는 것보다 단 맛과 민트 맛이 난다. 그저 커피 맛만 나는 오전의 커피보다 못하다 괜찮다의 문제보다 이 맛에 조금씩 길들여져가고 있다. 땀을 흘리고 마셔서 그런지 더 흡족하다. 그냥 라테 정도는 집에서나 어디서나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그에 비해 민트 라테는 글쎄, 카페에서 취급하는지도 모르겠다. 위스키를 커피에 타 마시면 아주 맛이 좋은데 그런 맛의 음료 버전이라고 할까.
얼마 전에 빵을 먹었는데(라고 하면 매일 조깅을 하고 돌아오다가 빵을 하나씩 사 먹는데, 그것과는 다른 빵을 먹었다), 내가 손을 뻗어서 먹던 빵과는 다른 빵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것이다. 한 입 먹는 순간 오오 이건 뭐야, 하는 감탄이 나왔다. 달아서 죽을 것 같은데 치즈의 짠맛이 치고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맛의 균형을 잡아주더니 또 한 입을 불렀다. 그런 맛을 빵이 가지고 있었다. 이런 빵을 매일 먹다가는 정말 살이 금방 찔 것 같았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1286 자주 가는 빵집 이야기 1
https://brunch.co.kr/@drillmasteer/962 자주 가는 빵집 이야기 2
그러다 보니 이렇게 민트 라테를 먹고 있으면 왜 그런지 라면에 넣어서 먹어봐야지 하는 별난 생각에 자꾸 근접하게 된다. 민트맛라면,라고 하면 분명 대부분이 발로 차 버릴 것 같겠지만 단짠단짠의 맛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처음의 이상한 느낌의 맛만 넘기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라는 나의 생각을 끊고 다시 일어나서 마지막 코스로 조깅을 한다.
근래의 내가 있는 도시의 날씨는 아주 기묘해서 초봄의 혹독한 냉기가 흐르는 날의 연속이다. 자칫 옷을 얇게 입고 나와서 조깅을 하면서 흘린 땀이 그대로 축축해져 버리면 감기에 그대로 걸리기 쉬운 날이다. 요즘은 감기가 걸리면 주위에 민폐를 예전보다 크게 끼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민트 라테를 하나 마시고 일어나는 구간(이라고 해야 할까. 전문 러너가 아니기 때문에 그저 달리는 길목)은 1.5킬로 정도 되는 오르막길이다. 끝과 끝의 수평을 봤을 때 1층과 2층의 높이 정도 되는데 그 정도로 죽 오르막길이다. 그래서 40분 정도 달리고 난 후에 이 마지막 오르막길을 달리면 다리가 끊어질 것 같은, 등을 후려갈기는 고통이 밀려오는데 민트 라테를 마시는 곳까지 일단 달리고 나면 기분은 상쾌하다. 통쾌한 고통이 주는 기분 좋음은 민트 라테를 마시며 죽 이어진다. 편의점 야외 테라스에 건방진 자세로 앉아서 민트 라테를 쪽쪽 빨면서 멍하게 있다 보면 의식의 흐름이 민트맛라면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빠른 시일 내에 민트맛라면을 먹어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라면에 새우깡도 넣어서 먹어보고, 초콜릿도 넣어서 먹어봤는데 꽤나 맛이 좋았기 때문에 아마도 먹지 않을까. 만약 해 먹게 된다면 여기에 당당하게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민트 라테를 쪽쪽 빨아 마시고 있으니 이어폰으로 '김성호의 회상'이 나온다. 김성호의 회상은 제목이 회상이 아니라 '김성호의 회상'이다. 그러니까 김성호의 김성호의 회상이다. 이 노래는 생각해보면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달려서 아직도 여기저기의 라디오에서 나오고 있다. 어쩌면 터보의 회상보다 이 김성호의 회상이 더 많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제목을 그냥 회상으로 짓지 않고 김성호의 회상으로 지어서 이상한데 이상하지 않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이런 노래 제목도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다. 처음이라 실수로 이렇게 지었는데 그게 그냥 하나의 제목이 되어 굳건하게 박혀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처음부터 영차영차 착착 잘 해내고 다 이겨내는 사람이라면 좀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윤여정이 그랬는데, 나도 이 나이가 처음이라 실수가 많다고. 그래서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그것도 못해?라는 건 없는 것 같다. 그런 건 없다. 우리는 모두 청소년기를 끓는 물처럼 지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청소년들을 보면 또 이해하지 못한다. 꼰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인간을 한 권의 책으로 담는다거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그것도 몰라? 하는 건 있을 수 없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지,라고 김성호가 부르는 김성호의 회상은 시작한다. 바람이 없다고 하면 이 세계는 어떻게 될까. 해류라든가, 그런 것들이 막 이상해지고 마땅해져야 할 썰물, 밀물 이런 것들도 엉망이 되고 그에 따라 바닷 생물이 마구 죽어 나가고 뭐 그렇게 될까. 의식의 흐름대로 막 쓰다 보면 이렇게 조깅에서 민트 라테를 지나 지구 멸망까지 오게 된다. 의식의 흐름이란 때로는, 가끔 재미있는 생각의 바닷속을 거닐게 한다. 그래도 민트맛라면은 좀 그런가.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맛이 정말 궁금하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궁금하니까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