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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16. 2020

내가 좋아하는 빵은 매대에서 빨리 사라진다

음식 에세이



자주 가는 빵집에 마음에 드는 빵이 새롭게 나타나면 줄곧 그것만 찾게 된다. 와 이건 정말 나에게 딱이군, 하면서 기분 좋아져서 매일 찾아가서 먹게 된다. 하지만 대체로 내가 좋아하는 빵은 금세 매대에서 퇴출당하고 만다.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래된 지역 빵집에 들러 1년 동안 매일 크로켓을 하나씩 사 먹었던 적이 있었다. 때는 여름이었다. 지역 빵집은 대견하다. 30년 가까이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쓰나미 속에서도 소멸하지 않고 굳건한 모습으로 빵을 만들어내고 있다. 동네 빵집 치고는 2층까지 있는, 규모도 큰 빵집이다. 

조깅을 하고 오면서 한 두 개의 크로켓을 사 먹었다. 주인은 저녁에는 빵집에 있는데 계산을 하면서 매일 마주치다 보면 유대가 쌓이게 된다. 동네 빵집이 살아남으려면 대기업 프랜차이즈처럼 신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 그 부분 때문에 동네 빵집이 살아남지 못하는데 여기 빵집은 그걸 꾸준하게 해내고 있다. 

내가 있는 도시는 바다에 인접해있기에 근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역으로 만든 미역 빵도 팔았다. 미역 빵이라고 하면 언뜻 맛이 잘 떠오르지 않겠지만 먹어보면 맛있다. 빵 사이에 말린 미역이 군데군데 있어서 씹는 재미도 있다. 지역으로 가면 그런 빵이 많다. 완도에는 전복 빵도 있고, 또 다른 지역에는 고구마빵도 있다. 

저녁 7시가 되면 모든 빵이 20% 세일하기 때문에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리면 세일된 빵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또 크로켓은 인기가 좋아서 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단골이 되면 좋은 점은 세일을 했는데도 빵을 집어서 3,400원이 나오면 주인은 400원은 또 받지 않는다. 오직 단골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다. 게다가 나는 주머니에 비닐봉지를 넣어 다니기 때문에 어느 곳이든 주머니에서 봉지를 꺼내서 물건을 담아온다. 1회용 봉지 줄이기 이전부터 그렇게 해온 터라 나에게는 불편한 점이 없다. 비닐봉지 받아봐야 쓰레기만 될 뿐이다.


일단 단골이 되면 주인은 가족들이나 아르바이트에게 단골을 알려주고 본인이 없을 때에도 그렇게 해줘라, 같은 비밀문서 같은 통보가 이루어진다. 여름에 땀을 흠뻑 흘리고 크로켓을 사들고 차가운 맥주와 함께 먹는 맛은 정말 맛있다. 하지만 크로켓이 저녁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잘 없다. 크로켓이 없을 때는 다른 빵을 집어 들게 된다. 빵집 안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샌드위치를 발견했다. 정말 실하다는 표현이 맞는 샌드위치다. 치즈를 하나 얹어서 먹으면 볼을 불룩하게 해서 먹을 수 있다. 이 샌드위치의 특징은 하나만 먹어도 포만감 이 찬다. 무엇보다 맛이다. 접시 위에 올려서 플라이팅을 해서 내놓는다면 제대로 된 요리라고 부를 만큼 맛있었다. 빵 사이의 참치와 내용물이 많아서 조신하게 먹으면 안 된다. 게걸스럽게 먹어야만 한다. 


그래서 먹다 보면 깔끔하게 먹을 수 없다. 편의점 샌드위치처럼 길거리에서 먹거나 야외에 앉아서 한 손으로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가 아니다. 샌드위치를 채우고 있는 아주 가득한, 흘러 넘 칠 것 같은 내용물 때문에 두 손을 사용해야 하며 입 주위가 깨끗해지지 않는다. 맛에 반해버려서 이후에 크로켓은 버려 버리고 샌드위치를 계속 먹게 되었다. 참치 샌드위치 말고 다른 하나의 샌드위치가 있었는데 나는 참치 샌드위치를 계속 사 먹었다. 참치캔도 잘 먹지 않고, 참치가 들어간 참치김밥도 잘 먹지 않고, 참치 자체도 잘 먹지 않지만 이렇게 참치로 만든 샌드위치에게 반해버렸다. 사장님도 조깅 후에 가면 저기 샌드위치가 있다며 가리키곤 했다.


하지만 이 샌드위치는 여름에 어울리지 않는다. 사장님도 계속 그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여름에는 금방 변질될 수 있으니, 먹기가 어렵다, 같은 말을 자주 했다. 나는 속으로 샌드위치야 겨울까지만 버텨달라고 했다. 그렇다면 겨울에는 매일매일 두 개씩 사 먹어주마.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조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샌드위치를 하나 사들고 뜯기 직전까지 기분이 좋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먹는 짧지만 순간의 행복을 맛본다. 행복한 순간은 기억이 되어 오래간다. 그런 순환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먹으면서 조마조마했다.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샌드위치는 퇴출당하고 만다. 슬픈 예감은 늘 그런 것처럼 맞아떨어져 어느 날부터는 샌드위치가 매대에서 사라졌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는 사람도 어느 순간 사라지거나 퇴출당하기도 한다. 그런 것이 능력이나 재능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혈연이나 학연 같은 것들로 묶인 조직에서 왕왕 일어나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도 전해 고독해지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이해보다는 받아들여야 하는 법을 습득해야 한다고 보이지 않는 무엇은 말을 한다. 너처럼 그렇게 살다가는 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쫓겨나고 말걸.라고 반짝반짝 불빛도 쓴웃음을 짓는다.  


퇴출된 매대 앞에서 사장님의 어색한 미소를 보며 다시 먹던 크로겟을 집어 들게 되었다. 세계는 그런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지만 또 퇴출되더라도 어느 날 열심히 준비해서 새로운 샌드위치가 등장할 것이다. 그러면 내가 야금야금 먹어줄게. 아주 맛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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