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음식
결속을 다지는 음식, 찜닭
우리 집에서는 오래전부터 찜닭을 왕왕해 먹었다. 그건 순전히 닭 한 마리로 온 가족이 배부르게 먹기 위함이었다. 찜닭을 하면 그 안에 여러 가지를 같이 넣어서 조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찜닭을 하는 날이면 아버지의 월급날이거나 아버지가 보너스를 탄 날 정도였다.
간장으로 조려낸 찜닭에는 당면을 가득 넣어 조리해서 마치 잔치 음식을 먹는 기분이 들었다. 당면은 늘 잡채로만 먹었고 잡채는 생일이나 큰집에 갔을 때에만 먹었기에 찜닭에 당면이 가득 들어있으면 그런 기분을 가질 수 있었다. 간장 양념이 오래 끓인 불에 의해 닭에 스며들면 찜닭은 진정한 맛의 정점에 오르게 된다. 한 마리만으로 가족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서 맛있기도 하지만 찜닭은 슬픈 음식일까.
찜닭은 혀에 깊은 추억을 남겼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는 꽤 여러 개의 다리를 건넜다. 그 다리는 튼튼하기도 했고, 낡았기도 했다. 그런 다리를 건너오면서 우리는 그 사이에서 인생의 음식을 맛보았다. 음식에는 슬픔의 맛도, 기쁨의 맛도, 쓴 맛도 시린 맛도 있었다. 찜닭도 그중에 하나의 맛으로 추억 속에 자리를 잡았다.
찜닭이 밥상에 오르면 젓가락이 찜닭에 집중이 되기 때문에 다른 반찬을 그리 필요하지 않다. 된장찌개가 밥상에 오르면 계란말이와 진미채와 오이무침과 생선이 올라오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찜닭을 조리하는 것에는 어머니의 수고가 조금 덜 수고로운 것으로 현명함을 알아볼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이렇게 간장 베이스에 닭을 쪄서 조리해서 먹는 건 아마도 우리나라밖에 없지 않을까. 간장이 음식의 베이스가 되는 나라는 일본인데 일본에서도 찜닭은 집에서 해 먹지 않는 것 같다. 찜닭도 유행을 타는 거 같다. 한 십 년 전에는 온 거리에 안동찜닭이 지금의 폰 가게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던 때가 있었다.
나의 입맛에는 집에서 해 먹는 찜닭에 길들여져서 밖에서 파는 안동찜닭은 아주 매웠다. 그래도 사람들은 늘 북적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많던 찜닭 집들이 싹 사라졌다. 마치 대만 카스텔라처럼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돼지고기나 소고기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닭을 먹어야 하는데 찜닭은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서 인지 다른 닭요리보다 비싸다. 그래서 그런지 안동찜닭을 먹을 바에 치킨을 먹겠다는 생각들이 사람들의 마음으로 파고들었다.
그래도 집에서 가끔 찜닭을 조리해서 먹으면 아주 예전에 먹던 맛은 나지 않지만 꽤나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제 학생 때처럼 간장 국물에 밥을 비벼서 먹을 만큼 위가 크지 않아서 싹싹 긁어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추억의 맛이 난다. 찜닭 한 마리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결속을 다졌다. 그런 음식들이 각 가정에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추억의 음식은 마음을 따뜻하게도 하지만 또 마음 저 안쪽에서부터 아프게도 한다.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 https://youtu.be/MFUxM7r4PU4
가사가 너무 마음에 드는 유자차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