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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Oct 15. 2021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먼 북소리

먼 북소리의 한 페이지


그 집의 국수는 별거 없는데 맛있다. 양이 엄청난데 먹다 보면 양이 그렇게 많다는 것도 모른다. 그 집의 국수는 매시간 삶기고 있다. 멈추는 법이 없다. 그 집의 아들이 그랬다. 국숫집 문을 열어 첫 장사를 한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그날도 국수를 계속 삶고 있었다고.


문득 든 생각이지만, 아무로 나미에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무로 나미에는 어머니의 죽음을 뉴스로 접하게 되었다. 그날이 새로 발표한 노래가 나오는 날이었다. 아무로는 심통한 얼굴로 장례식장에 들어가는 모습이 티브이로 일본 전역에 비쳤다.


그리고 아무로 나미에는 그다음 날에 아주 밝은 표정으로 신곡 발표를 했다. 사회자가 어머니를 잃은 마음에 안타까운 발언을 했지만 아무로는 너무나 밝게 고맙다며 노래를 불렀다.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서도 바로 장례식장에 가지 못하고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은 많은데 왜 아무로 나미에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재혼할 남자의 남동생에게 살해를 당했다. 그리고 피의자인 남동생은 야산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내가 죽더라도 국수 삶는 걸 끊어지면 안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날도 주방에 버티고 서서 국수를 계속 삶았다. 어머니가 살해를 당해도 그다음 날 사람들 앞에 나와서 신곡을 노래 불렀다.


그것이 올바른 일인지 그렇지 않은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하루키의 글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인간이 숨을 쉬는 동안 멈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고하고 상상하는 것이 멈추는 순간 기계가 된다. 기계는 쉬지 않고 돌리면 삐거덕거리다가 망가져 아예 못쓰게 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좋아하는 것도 일이 되고, 직업이 되면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왜냐하면 죽기 살기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취미를 찾고 맛있는 음식으로 그에 상응하는 위로를 받는다. 놀고먹는 것은 즐겁다. 즐거운 건 즐거울 때 즐겨야 한다. 설령 지난 후에 후회할지라도.


적어도 하루키는 책에서처럼 1987년 여름, 가을에서 2021 여름, 가을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의 글도, 달리기도.




오늘의 선곡 https://youtu.be/LByxwdFEb40

Jon Bon Jovi - Janie, Don't Take Your Love To Town

존 본 조비의 솔로 2집 중 수록된 곡이다. 시디로, 카세트테이프로 엄청 들었던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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