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단팥빵과 맹신
나는 빵돌이라 빵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는 단팥빵을 많이 좋아하는데 어린이 때에도 단팥빵을 좋아했다. 단팥빵이 맛있는 빵집은 대체로 모든 빵이 맛있는 거 같고, 단팥빵은 그 모양이나 형태가 변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빵을 맹신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적당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삶이란 좋아하는 걸 모두 다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살면서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어릴 때는 엄마와 아빠가 그 대부분의 대상이며, 이성에 눈을 뜨면 그와 그녀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다. 직장에서는 당연하지만 나의 사수, 나의 직속 선배가 회사 내에서는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나를 이끌어주는 것만으로도 이 험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이 아닌 것에도 믿음이라는 묘한 풍족한 감성으로 대하며 기대게 된다. 요컨대 나 같은 경우는 ‘시’에 많이 기대는 편이다. 소설이나 시에 힘들 때에는 기대게 된다. 시에 뭐가 있기에 왜 기대지?라고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시는 꽤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치가 그렇다. 정치는 특정한 형태가 없으니 정치인이 정치를 이어주는 매개가 되고 주로 정치인을 맹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치라는 건 아주 기기묘묘해서 내가 믿는 정치인이 어떤 저속한 잘못으로 인해 무너지게 되면 비슷한 정치이념을 가진 다른 정치인을 믿으면 되는데 인간은 그게 안 된다. 그만 정치와 정치인을 동일시해서 내가 믿는 정치인이 무너지면 같이 무너지거나 내가 믿는 정치인은 그럴 리 없다며 경주마처럼 그저 앞으로 돌격만 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교에 우리는 집착을 한다. ‘신’을 믿게 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지만 시간이 흐르면 믿는 종교에 폭 빠져서 맹신하게 되고 그에 따른 이해관계에 얽히다 보면 하지 말아야 할 행동도 하기도 한다. 요컨대 95년 일본의 옴진리교의 사린가스 사건을 보더라도 그렇다. 사린 가스는 걸프전 이후 전 세계의 모든 나라가 제조를 금지했다.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린 가스를 종교라는 대문 안으로 들어가서 제조하고 뿌린 신도들은 일본에서 상위층의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학창 시절에 늘 1등을 차지하며 어른들, 친구들이 모두 우러러보던 엘리트들이 사회로 나가서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할 것 같았는데, 이 세계라는 것이 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 같은 일류 엘리트가 하나의 점 같은 존재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 마음을 뚫고 옴진리교가 파고든다. 네가 이 사회를 바꿔야 한다, 네가 이 세계를 뒤집어야 한다, 너처럼 엘리트가 존경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라는 말이 의식을 파고들어 이들은 결국 종교에 맹신하며 집착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맹신을 하고 집착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중간 매개에 '종교'를 집어넣어서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낸다. 돈이 뜯기는 사람들은 그것이 그저 후원을 한다고 생각을 한다. 돈을 뜯는 사람이 돈을 뜯어내려는 목적이라는 것을 알았다손 치더라도 자기 합리화를 한다. 옆에서 말리는 사람에게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너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상관 마라, 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면 무너질지 모른다. 또 믿었던 사람이 무너지는 모습에 허망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믿음을 가지되 맹신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믿음에 약간의 틈을 두고 그 안에 의심을 놓아둔다. 믿음에 의심을 가지지 마라, 같은 말은 무시하고 내가 믿는 것에 의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예부터도 좋은 왕은, 현명한 왕은 자신 옆에 자신을 의심하는 신하를 두는 왕이라 했다. 왜냐하면 인간이니기에 늘 올바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어딘가에 치우치고 망가지는 게 인간이니 그걸 지적해 줄 수 있는 신하를 둔다는 건 정말 현명한 왕이다. 그건 회사에서도 마찬가지고, 조직에서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아귀의 배를 가르면 그 안에 작은 물고기가 가득 들어 있는 경우가 있다. 아귀는 뱃속에 소화가 안된 작은 물고기가 가득 있어도 계속 먹이를 잡아먹는다. 사자도 그러지 않는다. 배가 부르면 사자 앞에 토끼가 있어도 잡아먹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귀는 배가 차도 계속 채운다. 탐욕 때문이다. 식탐이 강하다 못해 너무 강하면 탐욕도 강하다. 탐욕이 깊어지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배가 너무 부르면 기분이 좋은 것이 아니라 기분이 상하면서도 탐욕 때문에 숟가락을 놓을 수 없다.
단팥빵은 물론 내 기준에서 가장 맛있는 빵이다. 여러 맛있는 빵들이 있지만 가격도 저렴하다. 그래서 단팥빵이 가득 있다면 아주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맹신을 할 수는 없다.
오늘의 선곡 https://youtu.be/ahSmNv0P7lA
Is It You? - Lee Ritenour featuring Eric Tagg (1981)
너무 좋다, 요즘 같은 빛이 좋은 가을날에 듣기에 가장 좋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