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낯선

시 시 해지는 밤으로

by 교관



여긴 천국보다 낯선 곳, 내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

에바와 같은 그녀와 함께 천국보다 날 선 곳으로 왔다.


춥고 싸늘한 이곳에서 눈을 감으면 비로소 천사들의 밤이다.

천사들은 검은 날개를 달고 노란색 불꽃이 피어오르면 파란 눈물을 흘린다.


짐 자무시는 삭막하고 푸석한 천국보다 낯선 곳에 반짝이는 에바를 떨어뜨려놨다.

에바가 더러운 윌리의 집을 청소하기 위해 윌리에게 진공청소기가 어딨냐고 묻는다.


요즘 진공청소기를 돌린다는 말은 안 써.


그럼 뭐라고 해? 에바가 묻는다.


악어 목을 졸라야겠어.라는 말을 써.


짐 자무시 뇌의 7구간은 '존 말코비치 되기'가 조직을 이루고 있고 영혼을 가득 메우고 있을 거야.


천국보다 낯선 곳에서 나는 그녀와 데워진 몸으로 대화를 하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졸음에 겨워하고 싶어. 그녀의 눈동자는 바이칼 호수처럼 차갑고 맑아. 그녀는 내가 뚫어져 나갈 만큼 집중하며 이야기를 해.


그녀는 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연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열어놓은 창문으로 수십만 개의 먼지가 흩날리는 모양새가 보여. 그녀는 고개를 돌려 흐르는 밤하늘을 보며 이야기를 했고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이야기를 했다. 이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


요즘은 그녀가 아프다.

혈관을 양 끝에서 10살짜리 개구쟁이 두 녀석이 잡아당기는 것처럼 고통에 힘겨워하다 진통제에 잠식되어 잠이 든다.

잠이 들면 그녀는 천국보다 낯선 곳에 도달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끊임없이 고통과 싸우며 이겨내고 있다.

그녀의 몸은 고요하지만 신체는 아픔에 반응을 하고 있다.

반응은 곧 호응으로 바뀔 것이다.


640을 마시며 나는 천국보다 낯선 곳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는 지금 땀을 흘리며 꿈을 꾸고 있다.

3월의 밤하늘은 두터운 이불이 되어 그녀를 덮어준다.

그녀의 손목에는 마카롱이 시계가 되어 붙어있다.


시간아 휘어져서 가자.

허위허위 풀밭을 거닐듯 가자.

천국보다 낯선 곳에서 시간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에바를 쫓아서 비행기를 탄 윌리는 부다페스트로 갔을까. 차를 몰고 가버린 에디는 뉴욕으로 잘 갔을까. 모텔로 돌아온 에바는 어떻게 됐을까.


질문만 가득한 천국보다 낯선.


삶에 대답은 없다.

오로지 질문 질문 질문이 있을 뿐이고 질문의 질에 따라 지구의 심장과 온도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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