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다시 소설로
다음 날, 에드워드는 일을 하루 쉬고 나에게 5월의 장미 같은 붉은 드레스를 입혔다. 거울을 보는 순간 내가 아닌 내가 서 있었다. 그건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여주인공이 거울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나에게 어디를 가는지 말하지 않았다. 비밀이라고 했다. 비밀이란 알고 있는 사람이 적기에 비밀인 것이다.
호텔을 나서는데 고리 터분한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초조해하지 않으면 늘씬하고 멋지게 보인다고 에드워드가 살짝 귀띔했다. 바니의 미소가 내 등 뒤로 흘렀다.
우리는 리무진에 실려 비행장으로 가서 에드워드의 개인 비행기를 타고 50분 떨어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오페라가 도대체 뭐라고 에드워드는 나를 인형처럼 차려 입히고 전용 비행기에 태우고 할리우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온 것일까. 오페라 극장에는 고리 터분을 몸에 장착시킨 사람들이 가득했다.
에드워드는 나를 높은 층으로 안내했다. 그는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높은 곳을 가야 하는 운명을 지닌 사람처럼 보였다. 이 자리가 가장 비싼 특실이거든,라고 에드워드는 늘 그렇듯 무심한 듯 말했다. 프린스 공연이나 데려가 주지 이런 고리 터분한 음악이 뭐가 좋을까. 게다가 이탈리아어로 부른다니. 젠장. 내가 무슨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때 에드워드는 나에게 말했다. 오페라는 처음이 몹시 드라마틱 해, 처음이 좋으면 끝도 좋으니 한 번 보라고 했다. 처음이 싫으면 영혼으로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속으로 흥! 했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나는 그만 설명할 수 없는 전율에 휩싸였다.
오페라는 시작부터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 흥분과 함께 벅차오름에 나의 몸은 뜨거워졌고 오페라가 끝났을 때 나는 눈을 깜빡이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왈칵 쏟아낼 것처럼 환희에 몸을 떨었다. 오페라는 마치, 마치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살아온 힘들고 지친 모든 것들을 안아 주었다.
몸이 이상해지는 이 기분을 설명을 할 수 없다. 오페라는 나를 따라다니며 잔향을 남겼다. 내가 내쉬는 숨마저 오페라 덕분에 깊은 상을 새겼다. 눈물은 슬플 때만 흘리는 건 줄 알았는데, 그랬는데 공연으로 벅차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동으로 눈물이 곧 쏟아질 것 같아서 나는, 나는 헤로인을 한 기분이었다.
오페라가 끝났을 때 나는 박수를 있는 힘껏 쳤다. 아아 에드워드가 아니었다면 이런 공연은 평생 보지 못하고 관으로 직행할뻔했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 나를 건드리면 “왜!”라며 바보처럼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엉엉.
옆에서 고혹미가 흐르는 노부인이 어땠냐고 물었다. 나는 흥분에 차서 “오줌 쌀 뻔했어요”라고 해버렸다. 정말 그랬다. 진심으로 그러했다. 나는 미쳤었다.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다. 이 짧은 순간의 행복이 앞으로 긴 힘든 시간이 오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