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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23. 2021

귀여운 여인 8

영화를 다시 소설로

 스타키가 다가온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다. 그런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늘 예감을 벗어나지 않는다. 스타키는 안부를 물었고 길거리 창녀 생활보다 낫지 않느냐고 했다. 에드워드와 헤어지면 한 번 만나자고 했다.


 개자식이 한 번 즐겨 보자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살롱의 여자들에게서 받은 모욕의 몇 배는 더 느꼈다. 배 속에서 뜨거운 이상한 돌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 좋아요, 한 번 만나요.


 빌어먹을! 마음속에 있는 말은 뱉어내지도 못했다. 옷 때문이다. 이 옷이 나를 묶어 둔다. 이 인형처럼 입혀 놓은 옷 때문에 스타키 같은 인간에게 제대로 먹이지도 못했다. 비싼 거리에 있는 비싼 옷 가게에서 산 비싼 이 옷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화가 난 것 같은데 서러웠다. 울고 싶은데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매일 모욕을 씹어 먹으며 길거리 생활을 견뎠지만 심장을 찢어버리는 모욕은 처음이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호텔로 오는 내내 이를 꽉 깨물어서 턱이 아팠다. 에드워드가 스타키에게 내가 창녀라고 말한 것이다. 나는 장난감이 아닌데 에드워드가 나를 장난감 취급한 것 같아서 속이 너무 상했다. 병이 걸린 것도 아닌데 속이 이렇게 아플 수 있다니. 나는 에드워드에게 스타키 같은 작자에게 그런 소릴 들어서 몹시 상처 받았다고 말했다.


 당신이 내 포주예요? 나를 스타키에게 넘길 건가요! 난 장난감이 아니라구요!


 그랬더니 에드워드는 나에게 큰 소리로, 사실 당신은 창녀고 나랑 계약했잖아!라고 말해버렸다.


 '에드워드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지금 내가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 누구보다 당신은 알아줘야 해요'


 에드워드! 누구도 날 소유할 순 없어요! 내가 결정한다구요! 사람과 시간은 말이에요!


 나도 내 속과 다르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을 만난 게 후회돼요. 에드워드에게 이런 모욕은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설마 처음은 아니겠지. 에드워드는 깔때기 없이 말을 했다.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나를 잡아줘요’ 나는 속으로 울 뿐이었다. 에드워드가 미웠다. 사랑하지 않으면 미워하지도 않는데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나 보다. 욕이 나오는데 이젠 예전처럼 마구 욕을 할 수 없는 내가 더 미웠다. 마지막 남아 있는 내 작은 마음이 유리처럼 와장창 깨졌다.


 가방을 들고 옷가지를 챙겼다. 나가게 돈을 달라고 했다. 에드워드는 망설임 없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침대 위에 던졌다.


  ‘제발 잡아 달라구요, 나를 이대로 그냥 가게 내버려 두지 말아요’


 하지만 내 속마음을 에드워드는 모르는 것 같았다. 돈을 달라고 했지만 저 돈을 가져가기 싫었다. 돈을 들고 나온다면 나는 정말 비참할 것 같았다.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눈물이 곧 터질 것 같았다. 엉엉 울고 싶었다. 이놈의 엘리베이터는 왜 빨리 올라오지 않는 것일까. 호텔을 빠져나가면 욕을 실컷 하면서 울어버릴 테야. 이 옷 먼저 벗어 버릴 테야. 울고 싶고 또 울고 싶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에드워드가 나왔다. 그는 나에게 사과를 했다. 갑자기 내가 느닷없이 물어서 자신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인수 합병하는 회사의 데이빗과 같이 있어서 스타키가 나를 산업스파이인 줄 알아서 그렇게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에도 나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가지 마, 같이 지내.


 왜요?


 에드워드는 내가 데이빗과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싫었다고 했다. 그가 질투를 하고 있다. 질투는 미워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마음이다. 곧 사랑하지 않으면 미움도 없다. 질투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일그러트린다. 에드워드가 나를 질투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같이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내 깨진 마음에 풀칠을 했다.


 단지 이야기만 했을 뿐이에요.


 그래도 에드워드는 질투가 났다고 했다. 그는 자존심을 버리고 질투가 난다고 입으로 말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아요, 저 정말 슬펐어요’ 나 정말 괴로웠어요. 에드워드는 안다며 나를 다시 방으로 인도했다.




 나는 그날 밤 에드워드에게 내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길거리 생활을 하기 전 이야기, 첫 남자의 이야기, 처음 길거리 손님을 받고 밤새도록 운 일.


  사람들이 자꾸 깎아내리면 그대로 믿게 된다. 나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욕을 하는 건 맞지만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고 사람들은 욕을 한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에드워드는 정말 자신이 잘못했다는 눈빛으로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진심으로.


 나 역시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는 나의 엉망진창인 이야기를 듣고 나를 특별한 여자라고 칭찬했다. 꿈같은 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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