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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26. 2021

귀여운 여인 12

영화를 다시 소설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에드워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정들었던 이 최고급 호텔을 나간다. 이 남자의 시간이 있고 나의 시간이 있다. 이 남자의 삶에는 시간의 정체나 흐트러짐은 없지만 착실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나의 시간에는 정체가 가득하다. 이제 이 남자를 보내줄 때가 왔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또 다짐했지만 한쪽 구석에서는 계속 그를 잡아,라고 외쳤다.


 심란하고 불안하고 이상한 기분으로 에드워드를 기다리고 있는데 스타키 그 인간이 들어왔다. 스타키는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다.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이 더 심통이 가득해서 꼭 호러 영화 속에 나와서 4분 만에 죽는 못된 단역배우의 얼굴 같았다.


 스타키는 화가 난 이유를 나에게서 찾았다. 에드워드가 모스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포기해버렸다고 했다. 속으로 나는 야호! 를 외쳤다. 그로 인해 이번에 공들인 돈이 날아간 이유를 나에게 돌렸다. 스타키는 그런 인간이었다.


 에드워드는 집에 들어올 거예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나는 스타키에게 말을 하고 소파에서 에드워드를 기다렸다. 하지만 스타키는 자기 화에 자기가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집? 집이라고? 이봐 여기는 호텔이야.


 내 옆으로 다가와 찰흙을 벽에 집어던져 흐르는 얼굴로 창녀, 길거리, 솜씨, 더러운, 같은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며 나를 덮쳤다.


 이 개새끼가 저리 가! 나를 덮치려는 스타키의 팔목을 깨물었다. 그때 뜨거운 것이 얼굴에 닿는 기분이 들었고 동시에 나는 소파 밑으로 벌렁 쓰러졌다. 화가 오를 대로 오른 스타키는 내 몸 위로 올라왔다.


 저리 가 이 개새끼야! 스타키의 몸은 무거웠고 나는 발버둥을 쳤다. 욕을 마구 해서 구역질이 났고 얼굴이 아파서 힘도 없었다.


 그때 스타키가 내 몸에서 무엇에 의해 떨어져 나갔다.


 스타키, 난 널 해치기 싫어!


 에드워드, 이미 넌 나를 해쳤어! 고작 저 창녀 때문에,라고 말하는 스타키에게 에드워드는 주먹을 휘둘렀다. 에드워드의 주먹은 스타키의 코에 그대로 붙었고 눌린 찰흙의 얼굴에서 피가 났다. 에드워드가 나를 구했다. 마치 동화 속 기사처럼. 칼을 빼서 휘둘러 나를 구했다.




 에드워드는 부은 내 얼굴에 얼음으로 찜질을 해 주었다. 그 역시 오른손이 부어서 붕대를 감았다.


 남자들은 왜 여자들의 얼굴을 그렇게 때리죠?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배우나요?


 다 그렇진 않아.


 나는 에드워드에게 모스 씨와의 결정을 잘했다고 했다. 에드워드는 모스 씨의 회사를 빼앗지 않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에드워드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욕심을 손에 꽉 쥐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부드러운 손길로 찜질을 해주고 한 손으로는 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나는 또 다짐했던 마음에 금이 가려했다. 일어나서 가려는데 에드워드는 나를 붙잡았다.


 매번 스타키 같은 당신의 친구가 나타날 텐데 그때마다 주먹을 휘두를 건가요?


 비비안 당신이 가려는 진짜 이유가 아니야 그건. 얼마나 더 원해?


 에드워드는 속마음을 말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전 동화처럼 되길 원해요.


 내 말에 에드워드는, 그런 일은 불가능해.라고 했다. 에드워드는 합의된 돈을 나에게 정중히 지불했고 우리는 짧은 인사를 끝으로 나는 방을 나왔다. 로비에서 아버지처럼 대해준 톰슨을 만났다. 그 역시 변함없이 직원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는 에드워드와 같이 뉴욕에 가지 않느냐고 했다.


 우리가 사는 건 현실이지 꿈이 아니에요.


 톰슨은 나를 위해 리무진을 준비시켰다.


 잘 지내요 톰슨.


 또 놀러 와요 비비안 양.



 리무진을 운전하는 데릴은 음악을 틀었다.

 록시트의 It Must Have Been Love가 흘렀다.


 I wake up lonely, is there a silence

In the bedroom and all around

Touch me now, i close my eyes

And dream aw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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