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고픈 글귀
밥이 먹고 싶었다
오랫동안 텅 비어있는 영혼이 잔인해지기 전에 밥이 먹고 싶었다
피 흐르는 생이 내 일부를 거쳐 전부가 되려고 해서 밥이 먹고 싶었다
그 예전
내가 모르는 저 먼 곳에서 탯줄을 끊고 그대는 울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밥이 먹고 싶었다
지워지고 없을 그대가 지워지고 없는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밥이 먹고 싶었다
그대를 나의 이 손으로 본다
조심스럽게 손에 들어온 그대의 얼굴
눈썹과 눈썹이 만들어 놓은 그 섬을
코를 따라 내려오는 그 양감의 조각을
해가 자리를 옮길 때마다 조금씩 그림이 달라 보이는 그림자의 높이와
그늘 진 얼굴의 매혹을
물이 비스듬히 누웠을 때
나에게 그대가 내렸다
찰랑거리는 물방울이 따스했고
아스라이 그대의 붉은 뺨이 가만히 가만히
나에게 와 닿는다
긴 시간 무너진 내 육체가 기다리는 건
그대가 아니라 어쩌면 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