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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Feb 12. 2022

생업과 취미 사이

바닷가에서 5


생업과 취미 사이


봄이 눈처럼 바다에 내리는 날에는 방파제를 어슬렁거리며 이런저런 사진을 담았다. 바닷가에 살면 당연하지만 바닷가의 사계절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집 근처는 바닷가이고 일터의 창문을 열면 저 앞에 강이 흐르고 있다. 코로나가 오기 직전까지 강에서는 세계 카누, 카약 경기가 개최되어서 외국인들로 바글바글 했었다. 강과 바다를 끼고 있어서 셔터만 누르면 강과 바다의 풍경과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좋다.


봄날의 방파제에는 방파제의 봄날을 즐기려는 사람과 생계를 위해 봄의 방파제에 나온 사람들이 있다. 생업과 취미 그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도사리고 있다. 물고기를 잡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어부는 오늘 그물에 물고기가 걸리지 않으면 이틀이 힘들다. 하루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하루가 힘들어야 하는데 이틀이 힘들고, 이틀을 못 건져 올리면 5일이 힘들 수 있다. 만선을 이루어도, 한 마리도 못 잡아도 그물은 헝클어져 있으니 매일 그물 손질을 해야 한다. 고기를 매일 건져 올리는 일, 그건 매일 나의 생명을 바다에 조금씩 나눠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취미로 하는 낚시는 어떨까. 마냥 유유자적할 수만은 없다. 낚시를 하면서 책을 읽거나 폰을 만지작거리며 낚시를 하는 것이 애매하다. 고기가 낚이면 고기를 바늘에서 빼고 지렁이를 끼워야 하고 고기를 낚지 못하고 지렁이만 빠져버리면 그것대로 손에 지렁이의 진액을 묻혀가면서 낚시에 집중을 해야 한다. 찌가 물속으로 들어가는지 그렇지 않은지 눈을 뗄 수 없다. 초보인 경우 더 그렇다. 비록 취미라 할지라도 우리는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은 양과 호랑이 모두를 창조했다. 양은 순수의 상징이며 호랑이는 야만의 상징이다. 두 가지 모두 완벽하고 필요한 존재다. 어느 한쪽이 많아지면 그것대로 문제다. 야만의 호랑이가 늘어가는 삶을 살아간다고 살육만 할 수는 없다. 그 세계에서도 도태된 호랑이는 무리에서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호랑이가 되었다고 양을 막 잡아먹으면 안 된다.


생업과 취미는 다르다. 틀린 것으로 보면 안 된다. 틀린 것으로 본다면 하나는 잘못된 것이지만 둘 중에 잘못된 것은 없다. 그 사이에는 모호한 지점이 있고 늘 그 지점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도망치고 싶을 때 모호함 속에서 선택을 하기는 참 어렵다. 야만과 순수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선택을 해야 하고 생업으로 넘어지든, 취미로 몸을 돌리던 후회는 나중에 할 일이니까. 너, 그 정도면 지금 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장혜진의 꿈의 대화 https://youtu.be/MAARBWl9U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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