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엘자
이름도 멋진 글렌 메데이로스. 너는 영어 이름이 글렌이 어울려,라고 누군가 나에게 말했었다. 글렌, 뭐 그런가 하고 생각을 한 번 했었다. 코로나가 오기 전 줄곧 어울리던 영국댁은 나를 부를 때 관, 내지는 과니, 뭐 이렇게 부른다. 나의 영어 이름은 글렌이야, 그러니 글렌으로 불러.라고 했더니 오케이 하고는 관,라고 불렀다. 다음 해에(죽 영국에 있다가 여름이면 바닷가가 있는 친정에 오기 때문에)는 나 영어 이름 매튜로 하기로 했어. 그러니 매튜로 불러.라고 했더니, 그건 영국 이름인데?라고 하더니 관,라고 불렀다. 아무튼 쓸데없는 말이지만 글렌 메데이로스는 이름도 멋지지만 노래도 멋지게 잘 불렀다.
https://brunch.co.kr/@drillmasteer/533 <=그 영국댁
아마 글렌 메데이로스가 활동했을 시기가 미국 부흥의 시기가 아닐까. 노래가 전부, 몽땅 아름답게 달달하고 부드럽고 행복하다. 60년대의 미국은 캘리포니아가 작은 나라의 자본과 맞먹을 정도로 부를 축척하던 시대였다면 70년대부터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에 등장하는 서민층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시기였고 80년대와 90년대에는 미국 문화가 세계를 전부 휘어잡을 정도로 강국으로 발전했다. 그때 미국과 더불어 패션이나 잡지, 음악은 또 일본에서도 활발했다. 그러니까 세계의 패션 유행은 런던과 도쿄에서 거의 나온다고 해도 될 법했을 정도였다.
우리나라 방송국 피디들이 모여서 이제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 제작하자,라고 계획을 짜면 몇몇 피디들이 일본으로 가서 한 4, 5일 정도 호텔에만 묵으며 티브이를 주야장천 본다. 그리고 거기서 본떠서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는 문화뿐이 아니라 정부 정책적인 일도 그런 식이었다. 60 몇 년도 인지는 모르겠지만 60년대에 우리나라 농수산부 장차관들이 일본으로 가서 그곳의 소고기 등급제를 보고 아주 좋다고 했는데 그게 와규였다. 그 등급제를 따라 한 것이 지금 우리나라 한우 투뿔, 원뿔 같은 등급으로 나뉘게 되었다. 아마 고기를 주식으로 먹는 저짝 사람들, 미국이나 유럽의 고기 국가들의 프라임 고기가 우리나라 3급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기름이 많아서 좋은 고기로 불리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정부에서 기름이 많이 낀 고기가 좋은 고기라고 하면서 기름을 먹으면 성인병에 걸리니 개인적으로 조심하라고 하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기름이 많이 낀 소고기를 만들어야 하니까 소에게 여물 대신 곡물을 자꾸 먹이는 것이다. 소는 초식 동물이라 풀을 먹어야 하고 위장이 4개라서 먹은 풀을 돌려가면서 계속 씹어서 소화를 시켜야 하는데 옥수수 곡물을 먹여 키우니 살이 쪄 기름이 끼는 소가 된다. 60년대부터 잘 못 된 법을 뜯어고치려고 해도 만만찮고, 암튼 이상한 건 여전히 이상하다.
그래서 글렌 메데이로스가 노래를 부를 때는 미국적인, 미국식의, 미국에서 건너온, 같은 것들이 대접받는 시기였다. 글렌 메데이로스는 인기가 막 어마어마했다. 소년 같은 얼굴에 누구나 입고 있는 수수한 옷차림에 배려가 흘러 넘 칠 것 같은 모습으로 여러 히트 곡을 불렀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손지창 같은 이미지였다. 나이도 비슷할 것이다. 글렌 메데이로스 하면 조지 벤슨의 곡을 다시 부른 ‘낫 띵스 고나 체인지 마이 러브 포 유’가 가장 알려진 노래지만 프랑스의 가수 엘자와 같이 부른 노래가 더 인기가 좋았다. 글렌 메데이로스 하면 엘자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글렌 메데이로스와 엘자가 듀엣을 부르게 된 계기가 있다. 엘자는 프랑스에서 잘 나가는 음악 집안에서 태어났다. 지금부터는 하는 이야기는 나의 뇌피셜이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은데 가물가물하기도 한 이야기일 뿐이다. 정확한 이야기를 알고 싶으면 유튜브에 전문적으로 글렌 메데이로스와 엘자에 대해서, 그들의 생활과 소식 그리고 음악에 대해서 리뷰를 하는 영상이 많기 때문에 찾아보기 바람요. 엘자도 노래를 잘 불러서 일찍이 프랑스에서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엘자의 목소리는 흔히 옥구슬이 굴러가는 목소리다. 나에게는 엘자의 앨범도 하나 있는데 모든 노래가 아주 좋다. 물론 프로듀싱을 잘했겠지만 노래도 잘 부른다. 엘자는 지금은 그런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노래를 잘 불렀지만 엘자는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학생인 엘자도 세계적인 스타 글렌 메데이로스의 노래를 들으며 그에게 반했다.
엘자가 프랑스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사회자의 질문을 받았다. 글렌 메데이로스가 요즘 인기인데 블라블라, 그래서 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니 엘자가 흥분해서 막 이야기를 했다. 그는 어쩌고 저쩌고. 같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요. 그렇게 한 프로그램에서 엘자가 이야기를 하는데 무대 뒤에서 몰래 글렌 메데이로스가 나와서 엘자 옆에 슬쩍 앉아 버리고 엘자는 놀라 자빠지고. 그 영상이 유튜브를 보면 있다.
그 계기로 두 사람은 그 유명한 듀엣 ‘프랜드 유 기브 미 어 리즌’을 부른다. 이 버전은 엘자가 블란서어로 부른다. 둘 다 영어로 같이 부르는 버전이 있는데 제목이 약간 다르다. ‘러브 올웨이즈 파운드 어 리즌’이다. 이 버전은 엘자가 불어로 부르는 버전보다 조금 짧다. 아무래도 나는 ‘프랜드 유~~~~~’ 이 버전을 너무 들어서 그런지 엘자의 불어 버전이 좋다.
두 사람은 듀엣을 계기로 늘 같이 붙어있게 되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80년대 아름다운 해변가를 거닐며 노래를 부르고, 스튜디오에서 장난도 치며 노래를 불렀다. 둘 다 한창 청춘이었다. 세상의 시선도 좋았다. 반짝반짝했던 두 사람은 손을 잡게 되고 그리고 입맞춤도 하게 되는 사이가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을 했다. 아마도 그때 팬들은 지금처럼 요란 떨지 않고 아마도 커플이 된 두 사람을 응원해주지 않았을까. 세상은 두 사람을 축복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절대’와 ‘영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버렸다. 엘자는 청년이 된 아들이 있고, 글렌 메데이로스는 저 모습에서 조금 살이 붙어서 하와인가 거기의 한 고등학교의 교장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것 같다. 노래를 여러 곡 만들어서 수익이 대단할 텐데 글렌 메데이로스는 교육자의 길로 접어들어 박사까지 땄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우리 엄마가 팬이래요, 우리 아버지가 샘의 팬이래요,라고 하며, 학교 행사에서 가끔 노래도 부른다고 한다.
Elsa & Glenn Medeiros- Un Roman d'Amitié https://youtu.be/jElpErva5WY
듀엣곡만큼 좋은 노래 Long & Lasting Love https://youtu.be/Z4SmW01r6II
Elsa - Quelque chose dans mon coeur [제목 읽을 수 있는 사람]
이렇게 얼굴을 확대 클로즈업해서 영상을 찍다니. 그럼에도 결점이 없는 엘자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