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관 Mar 18. 2022

봄에는 달래무침

봄에는 달래무침


어떻게 이렇게 생겼을까. 마치 슈퍼 히어로 영화 속에 나오는 다른 별에 살고 있는 서민 외계 종족처럼 생겼다. 하얗고 뽀얀 몸통에 수염뿌리가 머리 위에 난. 그래서 연약해 보이지만 아차 싶을 때 단단한 능력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다.


봄을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달래무침이다. 달래를 조물조물 무칠 때 퍼지는 참기름 향에 기분이 이미 봄이다. 봄에만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밥에 올려 슥슥 비벼 먹으면 아주 맛있다.


이른 봄을 입안에서 느끼면 오래전 봄날의 그때가 몽실몽실 구름이 되어 지나간다. 사랑으로 충만하던 그때. 사랑만으로도 배불렀던 그때. 사랑이 깨지는 소리에 온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하던 그때.


또 한 숟가락 분주하게 움직여 쓱싹쓱싹 달래무침을 밥에 비벼 먹었다. 달래의 쌉싸름하고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예전의 온 세상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던 그때가 섞이면서 미소가 오랜만에 인다.


좋아하는 사람과 달래무침을 밥에 비벼서 나란히 앉아서 지난 영화를 보며 먹는 이 봄, 더 바랄 것 없는 행복한 봄이다. 봄에는 달래무침이다.


 



그래서 오늘 선곡은 비치 보이스의 팻 사운드 앨범의 God Only Knows  https://youtu.be/cf-7h7scxMw

출처: 유튜버 김깝십
매거진의 이전글 옛날 햄버거와 버드 와이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