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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16. 2022

닭 한 마리 삶았다

복날이니까

사진으로는 너무 징그러워 편집을 했다 젠장.


닭을 한 마리 삶았다. 닭이라고 불리나 병아리에 불과한 크기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육계는 100일 된 닭이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 삼계탕집에서 먹는 닭은 보통 한 달 정도 된 닭이다. 닭이라고 할 수도 없지. 그래서 삼계탕 집마다 특별하지 않고 대체로 비슷하게 맛있다. 그냥 삼계탕 맛이다. 근래에 물가가 치솟아서 삼계탕이 만 오천 원 한다고 하던데 그냥 집에서 삶아서 먹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닭 넣고, 전복 넣고, 물 넣고, 마늘 엄청 넣고 팔팔 끓이기만 하면 되니까 세상 쉬운 요리다.


삼계탕을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표현한 작가는 무라카미 류가 아닐까. 무라카미 류의 음식에 관한 글이나 소설을 읽어보면 인간과 음식에 대한 본질에 대해서 알 수 있다. 그저 먹고 맛있다 맛없다, 가 아니라 음식과 인간 사이에는 필연성이 존재하는데 인간과 음식의 자립적인 개별을 말하고 있다. 무라카미 류가 삼계탕을 자신의 음식문화 영역에 집어넣은 것은 순전히 어머니 때문일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한국인이라고 한다.


음식이란 인간에 대한 역할로서 기능이 집약된 것이라는 점이다. 그 집약 속에는 또 하나의 완전한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이 음식에 접근하는 것은 논리성이나 의미를 떠나서 초현실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무라카미 류는 삼계탕을 이렇게 표현했다.


[닭 한 마리를 그대로 넣고, 그 속에 햅쌀과 인삼을 넣고, 수프를 부어 몇 시간 푹 삶은 것으로, 그걸 먹으면 감기도 낫는다고 한다. 수프는 담백한데, 닭은 젓가락만 갖다 대도 살이 떨어질 정도로 부드럽게 삶아져 있고, 인삼의 강렬한 향기도 풍기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입속에 넣는 느낌을 준다. 삼계탕은 펄펄 끓는 뚝배기 채로 테이블에 올라온다. 펄펄 끓는 우윳빛 수프 안에 닭은 마치 거대한 바위산처럼 솟아올라 있다. 젓가락을 갖다 대면 껍질이 벗겨지고 살이 뼈에서 떨어져 나와 쫀득하고 하얀 덩어리로 변한 찹쌀과 함께 수프 속에 녹아든다. 봄에 녹아내리는 빙산처럼]


류는 국물이라 하지 않고 수프라고 표현한 것이 참 마음에 든다. 집에서 삼계탕을 해 먹으면 식당처럼 요란스럽게 하지 않아도 된다. 작은 닭이라 몇 번의 젓가락질을 하면 없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큰 닭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큰 닭 한 마리를 삶아봐야 다 먹지도 못하고. 큰 닭 같은 경우 한 마리를 삶으면 4인 가족이 전부 먹을 수 있었다. 닭은 가축이다. 가축에는 소, 돼지, 닭, 염소 뭐 이렇게 있는데 같은 양의 고기를 얻는데 가장 적은 사료를 먹기 때문에 닭이 다른 고기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


예전 조선시대에 닭을 집에서 키운다고 해서 막 잡아먹을 수 없었다. 산에서 수렵으로 얻을 수 있는 꿩이나 비둘기 같은 고기에 비해 닭은 사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료를 먹이려면 돈을 벌어 사료를 구입해야 한다. 그러니까 닭은 귀한 동물이었다. 사료를 먹고 자란 가축은 고기가 당연하지만 맛있다. 야생에서 잡은 고기는 질기고 맛이 별로다. 근육이 많아서 아주 많이 씹어야 했다. 그래서 닭을 잡는 날은 집안에 행사가 있거나 돈이 갑자기 생겼을 때다. 그때 닭 한 마리를 삶으면 한 가족이 다 같이 먹을 수 있었다.


영화 관상을 보면 세 명이서 한 마리를 삶아서 먹는다. 집에서 삶은 닭을 혼자 먹는다면 조금은 쓸쓸하다. 그 모습을 가장 잘 그린 영화가 ‘고령화 가족’이었다. 박해일이 집에 들어와서 식은 닭죽을 퍼서 퍼 먹으며 식탁 위의 식어빠진 삶은 닭을 집어 들고 뜯어먹는다. 요즘은 삶은 닭은 예전에 비해서 천대받고 있다. 칼로리 폭탄 제조기라는 것 때문에 예전에 비해서 조금은 식탁에서 멀리 떨어졌다. 하지만 봉지 삼계탕은 아주 많이 팔리고 있다. 하림에서 봉지 삼계탕을 미국에 수출을 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10년 동안 막혀 있었다. 그러다가 몇 해 전에 미국에 삼계탕이 수출을 하게 되었는데 주로 흑인들이 많이 사 먹는다고 한다. 부유층 흑인들이 아니라 하층 흑인들이 많이 사 먹는다고 한다. 한 봉지면 그 안에 고기와 국물을 다 같이 먹을 수 있어서 수월하게 먹을 수 있는 봉지 삼계탕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런 흑인들의 특징이 몸이 아주 거대하다.


그 정도로 요즘은 여기저기에서 삼계탕이나 백숙은 조심하라고 말하지만 가끔씩 먹는 거야 괜찮다. 닭을 한 마리 삶아서 닭만 건져내서 사진을 찍었는데 우습게도 징그러웠다. 마치 햇빛을 일 년 동안 받지 못한 노년의 환자의 다리를 보는 것 같았다. 작은 닭이기 때문에 츄릅 츄릅 먹고 나면 같이 삶은 찹쌀을 국물에 비벼서 먹는다.

닭국물이 기름덩어리니까 밥그릇 한 공기 정도만 먹기로 하자



오늘의 선곡은 어제 조용필의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냈다. 노래 하나에 많은 스토리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듣기로 하자. 삼계탕 먹으면서 좋잖아.

  https://youtu.be/CsGZEA3gCV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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