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인 블루 앤드 실버

시 이고만 싶은 글귀

by 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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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맥닐 휘슬러 : 녹턴 인 블루 앤드 실버]




녹턴 인 블루 앤드 실버


비가 내리는 소리가 새벽을 두드린다

당신의 언어처럼 근사한 소리가 새벽을 물들인다


비가 이불이 되어 세상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새벽은

사랑을 하는 시간


결코 끝날 것 같지 않은 외로움도 잠시 접어두고

새벽을 물들이는 소리를 듣는다


사랑을 하는 시간이다


진한 술을 잔에 따르고 얼음을 가득 채워 새벽이 물들어가는 소리를 본다


빠네트와 나를 생각한다

11월의 해변은 고요하고 따스했다

빠네트와 나는 해변에 누워 모래를 느꼈다

그녀는 하늘 위 무지개처럼 아름다웠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시샘한 하늘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빠네트와 나는 일어나서 비가 오는 해변을 달렸다


새벽을 물들이는 소리는 세상의 그림자를 삼켜 버렸다


빠네트는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빠네트는 제임스 맥닐 휘슬러가 한 말을 자주 했다


단추는 보이지 않지만 옷은 남는다

옷은 보이지 않지만 모델이 남는다

모델도 보이지 않게 되면 그림자가,

그림자가 사라지면 마침내 그림이 남는다


빠네트는 제임스 맥질 휘슬러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빠네트는 그 세계가 이 세계보다 덜 불행하리라 노래를 부르며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보이는 빛 같은 노래를 부르며

몸은 바람이 불면 흘러가는 것이라 노래를 부르며

휘슬러의 색채에서 음악이 보인다 노래를 부르며


근사한 언어를 지니고 새벽을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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