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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Jul 23. 2022

1Q84

1권

일큐팔사 1


일큐팔사기 나왔을 때 날름 구입하여 열심히 읽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3권짜리 일큐팔사를 7번 정도 읽었는데 전체적인 줄거리만 기억이 나고 세밀한 부분은 읽으니까 아, 그랬군, 하게 된다. 이 만큼이나 읽었으면 외고도 남아야 할 텐데. 하지만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10번도 더 읽었지만 다시 읽으면 새로운 걸 보면 내 머리는 돌머리이거나 하루키의 소설이 정말 재미있거나, 아니면 둘 다 이거나, 뭐 그럴 것이다.


1권이 나왔을 2009년에는 아직 2권이 나오지 않았을 때였다. 그때는 거래하는 은행에 갈 때 걸어가면서 일큐팔사를 읽었다. 그런 습관은 요즘까지 지속되는데 김영하의 최신작 ‘작별인사’도 한 자리에서 묵묵히 읽은 것이 아니라 주차장에 갈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4층에서 지상 2층으로 올라갈 때, 편의점에 갈 때 읽었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다.


걸어 다니며 책을 읽으면 위험하다느니, 걸으며 책이 읽히냐느니,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위험하지 않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4층에서 지상 2층으로 가는데 위험할 요소가 없다. 편의점에 갈 때에도 책을 읽으며 걷게 되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걷게 된다. 편의점도 코앞이라 위험요소가 없다.  아무튼 지금까지 그렇게 책을 읽으며 무사하게 지내왔기 때문에 큰 위험요소는 없다. 대체로 길거리에서 사고가 나는 경우는 빨리 가려고 하다 보니 사고가 나는 경우가 허다하지 천천히 가려고 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당시 거래하는 은행까지 걸어가는데 20분 정도 걸리는데 20분을 더 일찍 나와서 천천히 걸으며 일큐팔사를 읽다 보면 40분 만에 은행에 도착했다. 그때 담당 은행 직원이 그 소설 어떤 거예요?라고 물었다. 재밌어요? 라던가, 어때요?라고 물었으면 그렇다고 대답했을 텐데 어떤 거냐고 묻기에 잠시 망설였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런 거거든요. 오늘이 지나고 내일 은행에 출근을 했는데 이상하게 은행 간판이 뒤집어져 있는 겁니다. 그래서 왜? 같은 생각을 나는 했지만 모두가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세계에 들어와 버린 겁니다. 그리고 그 세계에는 두 개의 달이 뜹니다. 두 개의 달이 뜬 세계에서 주인공(직원을 가리키며)과 어릴 때 헤어졌던 또 다른 남자 주인공이 아슬아슬하게 만나게 되면서 거대한 거머리 같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다음에 은행에 갔을 때 여직원은 책상 밑에서 일큐팔사를 꺼내서 나에게 흔들어 보였다. 그 여직원과 친해져서 은행 2층 강당에서 모임도 할 수 있었고, 전시회도 열고, 수업 같은 것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몇 년 만에 진급이 되어서 창구에서 뒤로 물러났다.


책의 겉표지를 벗겨서 늘 읽고 다니다 보니 껍데기를 씌우니까 새책 같다. 하지만 껍데기를 벗겨내고 보면 보수공사를 꽤나 하면서 읽었다는 알 수 있다. 문동이 일큐팔사를 당겨 출판하면서 돈을 많이 벌어 들인 걸로 안다. 거기에는 하루키의 광팬인 김연수 작가도 있고. 어쩌다가 문학사상에서 문동으로 넘어갔을까. 오래전부터 문학사상사가 하루키의 최초 번역 출간을 맡았다. 지금 문학사상사의 회장인 1930년생 임홍빈 회장이 하루키의 소설을 한국에 알렸다.


아무튼 여름에는 발가락 꼼지락 거리며 낮에는 커피와 함께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고, 밤이 되면 맥주를 홀짝이며 일큐팔사를 읽는 것이다.



기묘한 택시기사가 듣던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로부터 일큐팔사는 시작된다 https://youtu.be/9aFTv50Ao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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