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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1. 2022

음식은 최고의 창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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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창작물이 있다. 수많은 창작물은 그간 사람들을 위로하고 달래주고 기쁨을 주었다. 그런 의식 같은 감정은 유전자처럼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내려왔다. 그 매개를 단단하게 해 준 것이 창작물이었다.


인류가 생긴 이래 엄청난 창작물이 탄생해서일까 근래에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친구 같았던 노래가 창작이 아닌 표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술적인 영역에서 창작물을 논하자면 말이 길어졌고 범위도 넓고 세분화되었고 복잡해졌다.


창작의 사전적 의미는 ‘원작이 있는 모작이나 모사, 번안이나 개작 등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미적 대상으로부터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내적 이미지를 객관적인 형식으로 정착시켜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라고 되어 있다. 또 ‘시나 소설 등 문학 작품을 생산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행해지는 모든 언어 표현 행위를 말한다’라고도 되어 있다.


창작을 새롭다는 것으로 여긴다고 했을 때 새롭다는 것이 완전히 없는 것에서 창조하는 것인가, 라는 것과 기존에 있지만 그것을 더 확대하고 더 명료하고 비틀어서 아름답게 재 확산을 하는 것이 새로운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순하지는 않다. 그게 지금의 시대다.


이 세상에서 최고의 창조물, 가장 복잡하고 멋진 창작물은 바로 인간이다. 세상 어디에도 같은 사람이 없고 어느 시대에도 같은 사람이 없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생각도 다 다리고 말투와 목소리도 다 다르다. 그게 정말 신기하다. 비슷한 목소리가 있어도 될 법 한데 절대 같지 않다. 고유한 목소리와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식당에서 먹는 맛있는 요리가 엇비슷하고 주문을 하면 다 똑같은 모습이라서 그렇지, 요리도 최고의 창작물에 속한다. 어쩌면 인간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 먹기 때문에 요리도, 음식이란 최고의 창작물일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특허라는 규범을 지정해 놓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세상에 없는 무엇을 만들어내면 특허 출허 한다. 특허를 받으면 고유한 나만이 것이 되기 때문에 누군가 따라 하려면 허락이나 자본이 든다. 특히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물품 같은 경우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면 특허를 내야 한다. 왜냐하면 휴대전화 같은 경우 아무리 세밀하게 만들어도 구입해서 다 뜯어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렇게 해서 이렇게 만들어졌군, 하고 전 세계에 낱낱이 까발려진다. 특허를 내지 않으면 금방 어느 나라에서 따라 해 버리고 만다.


그러나 식당 같은 경우는 애매하다. 음식은 특허에 있어서 아주 애매하다. 냉면을, 요컨대 초콜릿이 들어간 냉면을 특허를 냈다고 하자. 그러면 초콜릿 대신 코코아를 넣어서 냉면을 만들어 파는 곳이 나타난다. 분명 초콜릿이 아니라 코코아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애매한 것이다. 특허를 내면 특허를 이렇게 해서 이런이런 어쩌구 하면서 자세하게 다 까발려야 한다. 그 세세한 내밀한 곳까지 특허를 통해 다 알려지게 된다. 그래서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특허를 내지 않는 세계적인 기업이 있다. 바로 코카콜라다. 코카콜라의 그 검은 액체의 신비는 두 사람만이 알고 있다고 하지. 특허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코카콜라가 만들어지는지 그 어떤 기업도 알지 못한다.


아무리 코카콜라를 따라 하려 펩시가 나오고 815 콜라가 나와도 절대 코카콜라 고유한 맛을 따라 하지 못한다. 펩시가 역사가 깊다. 72년 이만희 감독의 ‘0시’라는 영화에 스무 살 초반의 김창숙이 나온다. 아주 젊은 윤정희도 나오는데 그때 길거리 표지판에 이미 펩시가 있다.


이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 납치극인데 납치된 아이와 납치한 남자의 티키타카도 재미있다. 아들이 없는 납치범과 바쁜 아버지를 자주 못 만나는 납치된 아이는 잘 어울린다. 아이가 납치범보다 더 똑똑하다. 아저씨, 빨리 도망쳐! 잡히면 끝장난단 말이야. 바보야 어디로 도망쳐? 아저씨 저기로 도망쳐, 정말 아저씨 혼자 도망쳐도 돼? 그래, 아저씨 빨리 가, 그리고 울 아버지 미워하지 마,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간다. 윤정희는 너무 아름답게 나오고 허준호의 아버지 허장강이 나온다.


김창숙은 아주 예쁘다. 아주 예쁜 젤소미나의 느낌이라고 어딘가에 썼는데, 왜 그렇게 느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김창숙의 화려하고 예쁜 의상이 70년대 회색 톤의 서울의 거리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마지막에 소매치기였던 김창숙은 자수를 하며 잡혀가면서도 칙칙한 주위의 남자들과도 대조적이다. 가죽옷을 입고 욕을 하는데도 예쁘기만 하다. 근래에 이혜영이 주연한 홍상수의 ‘소설가의 영화’를 봤는데, 이혜영의 아버지 이만희 감독의 영화들은 오래된 영화지만 대체로 참 재미있다.


느닷없는 영화 TMI였다. 그래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 요리는 어떤 면으로 창작물이라 부를 수 있다. 오직 자신만의 비법으로,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레시피로 만들어서 먹는 음식은 창작물인 것이다. 거창하게 요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음식을 만들다 보면 기묘한 모습의 요리가 탄생하기도 한다. 사실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김치 같은 경우 집집마다 모양이나 맛이 다 다르다. 신기할 정도로 집집마다 만들어서 먹는 김치의 맛은 인간의 얼굴처럼 다 다르다. 김치를 말할 때 지역별로 김치를 나누지만 김치는 집집마다, 또 집에 있는 가족 개개인마다 다 다르다. 아무리 엄마에게 전수받은 솜씨로 김치를 담가도 엄마가 담근 김치와 맛은 다르다. 신기하기만 하다. 이런 김치를 만들어 먹지도 않는 중국이 자기네 나라의 음식이라니.


요즘은 잘해 먹지 않지만 몇 해 전에는 열심히 각종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파스타는 정말 뭘 넣느냐에 따라 맛도, 모습도 달라졌다. 그때 나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온통 파스타로 채워졌었다. 또 곱창전골도 빨간 양념으로 끓이지 않고 양배추를 잔뜩 넣어서 하얀 국물의 베이스로 곱창전골을 만들어 먹었다. 전혀 맛이 없을 것 같은데 맛은 없었다.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이지만 아침에 눈 떠서 일어나서 챙겨 입고 나와서 일과를 보고 다시 아침에 눈 떠보니 하루가 휙 지나가 있다. 이런 반복이 이전에도 늘 그렇듯이 평소에 이렇게 단순한 루틴의 삶이 별로라거나 딱히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루틴에서 벗어나는 게 불안하고 별로였다. 그런데 요즘은 눈뜨면 아침이 마치 10분마다 반복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하루가 가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데 오늘이 벌써 처음이자 마지막 2022년 7월 31일이라는 것에 조금 놀라고 있다. 라디오를 매일 듣고 있는데, 요즘은 방학이라서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 중에 초등학생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초등학생들의 사연도 실시간으로 소개를 해 준다. 요즘 초등학생에게 인기 있는 노래는 경서의 ‘나의 x에게’다. 경서는 축구도 잘해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리고 엄마들은 방학을 한 아이들 음식을 세 끼 해주는 것에 대한 사연을 보내고 있다. 바야흐로 여. 름. 방. 학. 인 것이다. 먹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크게 시작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겨울방학보다 여름방학이 제일 기다리는 방학이 아닐까 싶다. 나의 초딩 여름방학에는 집에 에어컨이 없어 더우니까 주로 개울이 있는 불영계곡 골짜기 속에 있는 외가에서 보냈다. 보냈다고 해도 길면 5일 정도 있다가 왔다. 그곳은 여름인데도 늘 시원하고 하루 종일 개울에 들어가서 놀아서 그런지 늘 보송보송한 것 같았다. 그리고 외할머니와 외숙모와 외삼촌이 개울가에서 감자도 삶아주고 고기도 구워주고 아버지와 꺽지 같은 고기도 잡아서 매운탕도 해 먹었다. 하지만 요즘은 초등학생들이라고 해도 우영우 9화에서 본 것처럼 학원을 집처럼 드나드는 모양이다.


그래도 저녁에 조깅을 하러 나가면 조깅코스에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어디서 매일 쳐 놀았는지 새카맣게 탄 얼굴과 팔로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재미있게 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 7월인데 8월로 넘어가면 여름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7월에 여름을 흠뻑 즐겨야 하는데, 그랬다고 생각하는데 집 앞 바닷가에도 7월에는 잘 나가지 못했다. 아무튼 요즘은 그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런 안타까운 생각을 하며 계란을 구워 먹고 싶은데 양파와 파와 고추 같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계란보다 더 많이 썰어 넣어서 굽다 보니 이런 모습이 되었다. 예쁘게 구워야지 하던 애초의 마음은 온 데 간데 없어지고 어떻게든 먹을 수 있게, 라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 주인공보다 조연들이 더 많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기묘한 창작물이 탄생했다. 맛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계란보다는 파와 양파 맛이 더 많이 나는 그런 계란 요리, 아니 계란 음식이었다.


역시 요리라고 할 수 없는 이 요리는 오므라이스도 아니고 비빔밥도 아닌 이건 계란덮밥이다. 밥은 간장 베이스로 당근과 고기를 썰어 넣어서 같이 볶았다. 그 위에 계란을 구워서 덮었다. 이 요리의 특징은 사진을 찍기 위해 계란을 좀 잘랐는데 그릇 모양처럼 동그랗게 만들어서 밥이 안 보이게 만드는 게 특징이다. 계란과 밥 사이에 마요네즈를 듬뿍 발라 놓으면 더 맛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마요네즈가 똑 떨어졌다. 안타깝다. 이런 비주얼에는 케첩을 뿌려서 먹겠지만 그대로 먹는 맛이 좋다. 볶은밥에 간이 다 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뭔가를 뿌려 먹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경서의 나의 X에게 https://youtu.be/URymYWbZfAM



고전영화 0시의 스틸 컷 중 김창숙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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