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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Aug 04. 2022

전율의 타츠마키와 응가하는 사이타마

우리는 히어로를 원해


우리는 지금 히어로를 원하고 있다. 누군가 나서 주기를 바라고 있고, 또 그 누군가에게 우리는 기대고 싶다. 원펀맨이 이렇게 인기가 많고 재미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원펀맨 첫 회에서부터 보는 이들을 잡아끌더니 바로 사이타마의 팬이 되어 버린다. 평소에는 멸치 같은 눈으로 멍하게 하루를 보내지만 히어로가 되었을 때에는 정말 멋있다. 멋있다는 의미 속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그저 괴인들을 때려눕히는 일격에서부터, 생각(원래부터 사이타마가 생각하던 히어로에서 자꾸 벗어난다고 느끼는 것)과 일상을 포기하지 않는 것. 무심한 듯한 표정과 대비되는 동작과 원 펀치로 모든 것을 끝내 버리는 괴력. 사이타마 주위를 맴돌고 있는 여러 캐릭터들의 관계들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는 더 해 간다. 원작 만화는 모르겠지만 원펀맨 2기가 나오고 몇 해가 지났지만 아직 3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왜, 왜, 왜 나오지 않을까. 거기에 새침하지만 막강한 초능력을 가진 원펀맨 최고의 인기 캐릭터 전율의 타츠마키까지. 정말 히어로 물이지만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을까.


히어로 물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어벤저스 역시 히어로 영화다. 극장 상영물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영화에 속한다. 사람들은 히어로를 원한다. 그건 분명하다. 왜? 나 대신 나서 주기를 바라고, 그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더 그렇다. 간절하게 그들에게 기대고 싶다.


우리나라처럼 자살률이 높은 나라도 없다. 사람들은 발버둥을 치다 힘이 들어 자살을 해버린다. 어린아이들이 있어도 같이 데리고 죽어 버린다. 만약 이들에게 마음속의 히어로가 있었다면 자살 같은 건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종교에 기대고, 정치인에 기댄다. 정치인에게 기대면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을 한다. 그들에게 실질적인 직관적 힘은 없으나 권력이 있기 때문에 히어로의 대체가 되기도 한다. 그들의 한 마디는 그들에게 기대는 추종자들에게는 절대적일지도 모른다.


원펀맨을 보면 히어로들은 등급이 있다. A급, B급, C급으로 나뉘고 그 안에서도 등수로 나뉜다. 그래서 히어로들도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난동을 피우거나 괴인들을, 또는 범죄자들을 잡으려고 발악 같은 노력을 한다. 그 과정에서 히어로들끼리 결투도 한다. 이런 등급을 뛰어넘는 S급 히어로들도 있다. 그게 사진 속 피겨 전율의 타츠마키다. 염동력을 사용하는 최고의 히어로.


아마 이런 최고의 힘을 가진 사람은 현실에서는 통수권자 정도가 될 것이다. 지금 현재 사람들이 실지로 히어로를 간절히 바라는 이유는 통수권자, 즉 대통령의 입지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치 이야기는 하기 싫지만 이번 여당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기고, 지선에서도 완승을 거두었다. 그러면 이제 야당과 티키타카 견제하면서 코로나 시국으로 망가진 국민들의 생활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기울이면서 자신들의 이름과 실력을 알리면 된다. 그런데 이 권력욕이라는 게 그만 넘치고 넘쳐 생각을 집어삼키면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집권당 안에서도 권력을 더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꼴이, 전혀 국민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모습이다. 통수권자와 그 주위의 권력자들의 지금의 행태는 그간 정부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안하무인 격이라 사람들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히어로가 필요해서, 그런 히어로를 믿고 기대고 싶어서 지금의 대통령을 선택했을 텐데.


이것 봐라, 정치 이야기를 하면 한 없이 할 말이 많아지고 우울해지며 비참해진다. 화자가 비참해지는 것, 그게 현 정치, 정치의 현실이다. 정치 이야기는 멀리서 봐도 비극, 가까이서 보면 더 비극이다. 좀 더 비극적이고 확대된 비극이 가득한 곳이 정치판이다.


아마 원펀맨의 사이타마 같은 히어로가 나타나려면 그 세계관에서 처럼 도시의 이름도 없고, 괴인들에 의해 도시가 박살이 자주 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꼭 사이타마 같은 멋진 히어로가 지금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대야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건 인류가 탄생된 이래 늘 그래 왔다. 부족 국가였을 때에도 족장이 있어야 그 집단이 제대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족장을 믿고 기댄다. 공동체를 이루려면 그래야 한다.


내가 있는 도시는 고래의 도시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운이 좋으면 고래 떼를 볼 수 있는데, 요즘 우영우 덕분에 이 도시로 엄청난 인구가 들어와서인지 매일 코로나 확진자가 2000명이 넘게 확진이 되고 있다. 어제는 3800명이 확진이 되었다. 정말 코로나 사태 이후 역대급의 매일이다. 그럼에도 도시는 어떤 뚜렷한 조치를 취하는 모습은 없다.


고래가 요즘 인기이니까 이 도시의 고래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 이 도시는 예전부터 고래잡이로 유명한 장생포항이 있어서 고래로 유명해졌다.

이 기사는 2017년도 기사인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있는 아기 돌고래에 관한 기사다. 기사를 읽어보면 ‘혹시나 아기 돌고래가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곧바로 일본 수의사와 사육사를 불러오는 비상연락체계도 갖춘 상태다’라는 문구가 있다. 이 문구에서 ‘곧바로’ 일본 수의사에게 연락을 해서 불러온다는 말인데 연락이야 곧바로 할 수 있지만 연락을 받고 일본의 수의사가 옷을 차려 입고 가방을 들고 배나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곧바로 오지는 못한다. 오는 동안 새끼 돌고래는 ‘그래, 의사가 오고 있으니 조금만 참고 기다려 볼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구 도서관리공단 서진석 이사장은 “아기 돌고래를 직접 보고 싶다는 관광객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라는 문구에서도 의문 투성이다. 이 기사가 나기 불과 얼마 전에도 돌고래 두 마리를 일본에서 데리고 오다가 한 마리가 죽어서 단체와 시민들은 돌고래를 가둬놓고 사육을 하거나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걸 탐탁지 않았다. 우영우에서도 그렇듯이 고래는 밥은 동해안에서 먹고 낮잠은 일본 근해에서 잘 정도로 활동량이 어마어마하다. 특히 돌고래 같은 경우 무려 5000킬로미터 정도를 헤엄쳐 다녀야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그런 돌고래를 작은 수족관에 가둬놓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키운다니. 무엇보다 일본에서 많은 돈을 주고 사 오는 돌고래는 그 유명한 돌고래를 잡아 죽이는 다이지 섬인가 하는 그곳이다.


이 기사 이전에 나온 돌고래 죽음에 관한 기사는 조용하게, 곧바로 뒤로 물러나고 돌고래 관광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기사가 쏟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돌고래 밀실 사육이 어째서 이 도시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일어나고 있을까. 이 현실이 2017년도였다. 그런데 지금 2022년에도 변하지 않고 똑같다. 고래 박물관 근처에 가보면 알겠지만 고래고기 식당이 수두룩하다. 지금 우영우 때문에 고래는 인기가 엄청나다. 그리고 현재 여기 도시의 바다에 나가면 고래 떼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득실득실한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상 최고로 많은 코로나 확진자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평화롭게 하루를 이어 갈 수 있는 건 오로지 사람들 개개인이 조심하면서 잘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무슨 말이냐 한다면, 아이들에게는 아빠와 엄마가 히어로가 되어서 관리를 하고 훈련을 시키고 맛있는 요리를 해준다는 말이다. 개개인 각각이 히어로가 되어 팔로 끌어안을 수 있는 나의 사람들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는 히어로를 원한다. 하지만 히어로가 되기는 꺼려한다. 히어로가 되면 이것과 저것 사이에서 너무나 큰 고민과 많은 생각과 갈등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히어로는 나보다는 타인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히어로의 가족들은 남편이, 아빠가, 엄마나 누나가 히어로인 것이 때로는 감당하기 힘들어한다. 히어로는 타인을 먼저 생각하느라 자신의 목숨을 내놓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그런 히어로는 거의 보기가 힘들다.


무심하고 자신만 중요하고 막말을 막 내뱉는 것 같아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 전율의 타츠마키와 응가하는 사이타마의 멋진 활약을 보고 싶은데, 몇 년째 아직 원펀맨 3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가 지금 바라는 히어로는 직관적으로 목숨을 구하고 악의 무리를 파괴하는 힘을 가진 울트라맨이 아닌, 사람들이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 먹고, 가고 싶은 곳에 마음껏 가고, 입고 싶은 옷을 사입을 수 있고, 사람과 사람들이 분열하지 않게 하는 권력을 잘 이용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다.


말벌과 뮬란 찬조출연
원펀맨 3기 은제 나와요? ㅠㅜ



오늘의 선곡은 원펀맨 오프닝 곡으로 https://youtu.be/1V-P3CGRgvs

영상출처: 유튜브 _노래듣는 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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